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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292. 하노버 신문사 사옥에 주목

하노버 시내에서 눈에 띄는 빌딩이 하나 있습니다. 관광지라고 할 정도는 아니라서 따로 책에 소개하지는 않은 곳입니다만, 1920년대에 건축된 표현주의 양식의 빌딩으로 건축사적 가치는 높은 곳입니다.


빌딩의 이름은 안차이거 호흐하우스(Anzeiger-Hochhaus)인데, 오랫동안 언론사가 상주했기 때문에 신문사 사옥이라고 보셔도 되겠습니다. 그 유명한 시사주간지 슈피겔(Spiegel)이 여기에 있었고, 지금은 건물 외벽에 적혀있는 하노버 알게마이너 차이퉁(Hannoverische Allgemeine Zeitung; HAZ)이 입주해 있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회사의 사무실이 있는 평범한 오피스 건물입니다.


그런데 이 빌딩의 모형을 만나게 되는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하노버 신 시청사입니다. 뜬금없이 시청사에 웬 신문사 사옥의 모형이라니요?


신 시청사 1층 로비에는 하노버 도시의 네 가지 시대별 청사진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도시의 초창기부터 오늘날까지 중요한 시기마다 도시의 변화를 보여주는데요. 그 중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처참히 부수어진 도시의 모형도 있습니다.

보이시죠? 여기에 신문사 빌딩이 떡하니 보이네요. 주변은 완전히 폐허가 되었는데 홀로 살아남았습니다. 굉장히 비현실적인 풍경입니다.


표현주의 양식의 특징이기도 한데, 워낙 튼튼하게 지은 건물이다보니 폭격에도 거뜬히 살아남았다고 합니다. 주변이 다 파괴된 걸 보면 이 부근만 폭탄이 비껴간 건 아닌 것 같은데, 신기하기도 하고 기분이 묘합니다.

그런 빌딩이 거의 100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하노버 시민에게 이 빌딩이 주는 의미는 분명히 남다를 것입니다. 지나가면서 이 육중한 자태를 볼 때마다 그 악명높은 전쟁에서도 살아남은 생존자(?)라며 자랑스러워 할 것입니다. 오랜 역사를 보존하는 도시에서는 이런 삶의 단면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