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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추천 여행테마

킬에서 취리히까지 고속열차를 타고

이번 글은 정보로서의 영양가는 없음을 미리 밝히고 시작합니다.


독일 북부 끄트머리 킬(Kiel)에서 출발해 국토를 종단하고 스위스로 넘어가 취리히(Zürich)까지 장장 9시간 이상을 달리는 ICE 고속열차가 있습니다. 현재 시점 기준으로 매일 오전에만 한 차례 다닙니다.

킬은 한 번 소개해드렸죠. 시원한 항구도시입니다. 비록 제2차 세계대전 중 폭격으로 처참히 파괴된 뒤 원래의 모습을 온전히 복구하지는 못했지만 드문드문 나타나는 거대한 스케일의 건축물이 바다와 조화를 이룹니다.

열차는 약 1시간 뒤 함부르크(Hamburg)에 도착합니다. 독일 제2의 도시, 엘베강 하구의 거대한 무역항을 통해 일찌기 자유도시로 크게 번성한 대도시입니다.

이후 열차는 하노버, 괴팅엔, 카셀 등을 지나 프랑크푸르트(Frankfurt am Main)에 도착합니다. 3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그런데 우리의 목적지는 프랑크푸르트가 아니라, 여기서 전철 타고 갈 수 있는 근교도시 두 곳입니다.

하나는 마인츠(Mainz). 중세 독일에서 황제보다 큰 권력을 가진 대주교가 셋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서열이 높은 대주교의 도시가 마인츠입니다. 지금도 엄청난 대성당을 확인할 수 있죠.

다른 하나는 다름슈타트(Darmstadt)입니다. 유겐트슈틸 예술의 성지와 마찬가지이면서 과학도 눈부시게 발전했던 특색 있는 곳입니다.

다시 프랑크푸르트에서 1시간 정도 달리면 카를스루에(Karlsruhe)에 도착합니다. 이름은 낯설지만 독일에서 몇 손가락에 드는 거대한 궁전이 있습니다.

다시 1시간 정도 달리면 프라이부르크(Freiburg im Breisgau)에 도착합니다. 대학도시, 생태도시, 친환경도시, 너무 유명한 곳이죠. 그리고 열차는 바젤 바트를 찍고 독일을 떠나 스위스로 넘어갑니다.


여기까지 보시면서 "뭔 말을 하고 싶은 거냐?"는 생각이 들었다면 당신은 지극히 정상적인 독자입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보시면서 머리에 "이것"이 스쳐지나갔다면 당신은 "이것"의 마니아임이 분명합니다.


"이것"은 바로 분데스리가 축구입니다.


여기 언급한 킬-함부르크-마인츠-다름슈타트-카를스루에-프라이부르크는 이번 시즌 기준으로 한국인 선수가 뛰는 구단이 위치한 도시들입니다. 앞서 분데스리가 1,2부 리그 구단을 정리하면서 한국인 선수가 속한 곳을 추리다보니 머리 속에 이 기차 루트가 생각나더군요. (원래는 프랑크푸르트 근교의 마인츠까지 연결하여 글감을 생각했는데, 그 후 또 한 명의 선수가 프랑크푸르트 근교 다름슈타트로 이적하기까지 했습니다.)

이 외에도 보훔(Bochum)과 아우크스부르크(Augsburg)에도 한국인 선수가 뛰는 분데스리가 구단이 있습니다만, 아무튼 유독 1,2부 리그에서 많은 한국인 선수가 뛰는 올 시즌, 거의 대부분의 구단이 하나의 기차 루트에 걸쳐 있는 게 신기해서 한 번 정리해보았습니다.

네, 혼자 신기해서 정리한 것이지 별로 영양가는 없는 글입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