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두.유. Travel to Germany

#416. 분단 시절의 브란덴부르크문

독일 통일 기념일인 10월 3일을 맞아 옛날 사진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이 사진의 배경은 베를린의 유명 관광지인 브란덴부르크문(Brandenburger Tor)입니다.

너무 유명한 곳이고 이 블로그에서도 여러차례 소개한 장소인만큼 브란덴부르크문에 대한 설명은 일단 생략합니다. 수십년 전, 그러니까 독일이 분단되고 베를린도 둘로 나뉘어있던 그 시절의 브란덴부르크문 사진입니다.

브란덴부르크문의 뒤편, 그러니까 서베를린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돌로 만든 벽이 그 앞을 차단하고 있고, 바리케이트로 막은 안쪽에 초소를 만들고 병사가 보초를 사는 가운데 사람들이 브란덴부르크문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건 브란덴부르크문의 정면, 즉 동베를린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역시 바리케이트로 문 주변은 통제한채 사람들은 그너머에서 관광을 즐기고 있습니다. 오늘날 파리저 광장(Pariserplatz)이 바로 이 사진 속 장소입니다.


이게 100년 전 사진도 아니고 불과 몇십년 전입니다. 이렇게 양쪽에서 틀어막고 먼 발치에서 쳐다볼 수밖에 없던 곳을, 군인이 살벌하고 지키고 있던 곳을, 지금 우리는 자유롭게 오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문을 통과하며 가까이에서 디테일을 감상하는 게 불가능했었습니다. 베를린에 사는 사람도 할 수 없던 것을 지금 세계의 모든 사람이 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그 시절 사람들은 먼 발치에서 브란덴부르크문을 쳐다보면서, 훗날 이 길이 열리고 내가 저 반대편으로 걸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상상할 수 있었을까요? 분단이 10년 20년 30년, 점점 길어질수록 그런 희망을 다 버리지 않았을까요?


분단의 현실에 놓인 사람들에게 통일 이후의 모습은 실감날 수 없기 마련입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게 당연합니다.


우리 한국도 분단의 현실이 길어질수록 통일을 왜 해야 하느냐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굳이 해야 돼? 해봤자 남한만 손해보는 거 아니야? 통일 되면 더 혼란해질 텐데?


지금 단계에서 우리가 아무리 짐작하고 예상해봤자 소용 없습니다. 통일 되면 판이 바뀌거든요. 생각의 범위가 아예 변하거든요. 제 주장이 아닙니다. 독일을 보면 그렇잖아요.


다만 이것만큼은 분명합니다. 지금도 독일이 분단되어 있고, 브란덴부르크문은 사람이 지나갈 수 없는 곳이며, 베를린은 장벽으로 나뉘고 그 주변은 폐허가 되어 있고, 서로 총들고 걸핏하면 위협하는 상황이 반복된다고 생각해보세요. 과연 지금의 독일만큼 서독이 발전할 수 있었을까요?


통일 후 한국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저도 모르고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나 이것 하나만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직접 독일에 가서, 베를린에 가서, 이런 장소를 직접 보면서 여기가 아직도 분단 중이고 서로 총 들고 대치 중인 상황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지금의 독일보다 더 희망적이고 발전적인 그림이 그려지지는 않을 겁니다. 누구라도 그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