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4. 베를린 길거리음식 삼대장

독일 베를린은 국적을 종잡을 수 없는 글로벌 시티의 모습이 가득하죠. 음식도 독일음식이나 특정 카테고리에 국한하지 않고 정말 다양한 미식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길거리음식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이민자와 노동자가 많기 때문에 "저렴하게" "빠른 시간 내에" "든든하게" 뚝딱 먹어치울 음식이 필요하거든요. 식당에서 엉덩이 붙이고 앉아 먹을 시간도 없는 바쁜 현대인에게 최적화된 길거리음식도 매우 다양하고 독특합니다.

그 중 "입문" 편이라 할 수 있을, 이미 수년째 너무도 유명한 소위 "삼대장"을 소개합니다. 어쩌면 베를린 유학생은 여기에 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오랫동안 유명하니 베를린에 사는 사람에게는 식상할 거에요. 이미 많이 먹어봤을 테고요. 하지만 여행자들에게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맛집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무스타파 케밥

허름한 길거리 매점 같은 무스타파 케밥(Mustafas Gemüsekebap)은 외신에도 소개될 정도로 유명합니다. 독일에서 독일 요리만큼 널리 퍼진 게 터키 요리인데, 그 중에서도 단연 첫 손에 꼽을 맛집입니다. 주변에 먹을 자리도 없어요. 그냥 길거리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기꺼이 줄 서서 구매하고, 그냥 길에 서거나 앉아서, 또는 바로 옆 전철역에 내려가 벤치에 앉아서 먹곤 합니다.

가게 이름이 채소(Gemüse) 케밥이죠. 실제 기본 메뉴는 고기 없이 채소만 들어갑니다. 그런데 양념에 볶은 채소가 정말 맛있습니다. 조금의 과장도 없이, 채소만 따로 모아 밥반찬으로 먹어도 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양은 어찌나 푸짐한지 내용물을 흘리지 않고 먹기가 여간 어렵지 않을 정도입니다.

커리36

두번째 장소는 무스타파 케밥에서 도보 2분 거리에 있는 커리36(Curry36)입니다. 베를린의 명물이라는 커리부어스트를 파는 곳이고요. 내부에 자리는 없고 가게 앞에 스탠딩 테이블 몇 개가 전부인 노점입니다.

커리부어스트는 소시지 하나를 잘라서 감자튀김과 함께 줍니다. 식사보다는 간식 정도의 양인데, 물론 식사가 될 만한 메뉴도 여럿 있습니다. 일회용 접시에 담긴 채로 받아서 테이블에 서서 먹고 바로 버리면 끝. 자리가 없으면 그냥 들고 다니며 먹어도 되겠습니다. 길거리음식이라는 게 그런 거니까요.

참고로 커리36은 베를린 중앙역, 초 역 등 번화가에도 분점을 내며 점점 확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핏 보기로는 중앙역 등의 분점은 가격이 10~20센트씩 비싸기는 하더군요.

무스타파 케밥과 커리36이 바로 붙어있으니 케밥으로 배 채우고 커리부어스트로 입가심해도 괜찮겠네요. 혹시 맥주가 필요한가요? 그러면 무스타파 케밥 노점이 있는 바로 옆 건물에 24시간 편의점이 있다는 것도 기억해두세요.

부르거마이스터

모르고 찾아가면 비주얼에 압도됩니다. "이거 들어가도 되는 곳 맞나?" 싶을 부르거마이스터(Burgermeister; 버거마이스터)입니다. 전철이 다니는 고가철로 아래 공간에 있는 매점입니다. 그런데 원래 이 구조물의 목적은 공중화장실이었대요. 그걸 개조해서 식당으로 만들었으니 발상이 독특합니다.

적어도 "제2의 뉴욕"이라는 별명을 가진 베를린에서만큼은 맥도날드 버거킹 같은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를 찾아가지 않아도 됩니다. 비슷한 가격으로 월등한 맛을 내는 개성적인 수제버거집이 너무 많거든요. 부르거마이스터가 그 중 단연 유명한 곳입니다. 주문하면 번호표를 주고, 내 번호가 표시되면 햄버거를 수령합니다. 내부와 주변에 테이블이 여럿 있고, 맥주도 판매합니다.

세 곳 모두 가격도 저렴하고 조리시간도 빠르고 양도 푸짐합니다. 게다가 새벽까지 문을 열죠. 다만, 명성이 세계적인 수준인지라 현지인과 관광객이 모두 많이 찾아 바쁜 시간대에는 대기시간이 적잖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빠름"을 기대한다면 대기시간 때문에 그게 그거일 수는 있습니다만, 바쁜 시간대를 피해 가면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이 외에도 유명한 케밥집, 커리부어스트집, 버거집이 많습니다. <베를린 홀리데이>에 길거리음식까지도 적잖이 수록해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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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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