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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독일뉴스

News | 슈투트가르트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주말 밤 슈투트가르트 시내에서 수백명이 폭동을 일으켜 경찰을 폭행하고 상점을 약탈하였다는 기사를 보았다. 독일에서 이런 일이 있다는 게 놀랍기도 하거니와, 아무리 기사를 읽어봐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게 적어놓아서기자들은 번역기만 돌리지 말고 취재를 해라 궁금했다. 어쩔 수 없이 외신을 뒤져가며 사건을 파악해야 했다.

6월 21일 토요일 밤, 슈투트가르트의 중심 광장인 슐로스 광장에서 수백명의 젊은이들이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파티라는 게 어떤 공식적인 행사를 말하는 건 아니고, 자기들끼리 음악 틀어놓고 춤추고 술 마시며 밤새 노는 걸 뜻한다. 현재 독일은 코로나19로 인하여 유흥시설이 폐쇄되어 있기 때문에 클럽에서 놀지 못하게 된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여름밤 광장에서 술 마시며 자기들끼리 놀았던 모양이다.


이런 자리라면 마약이 빠질리 없을 터. 경찰은 현장에서 17세 소년을 붙잡아 마약 소지를 검사하고 있었다. 그때 광장에 있던 다른 수백명이 경찰을 향해 돌과 술병을 던지며 항의했고, 일부는 주변에 주차된 경찰차를 부수며 난동을 부렸다. 경찰이 증원되자 이들은 주변 거리로 도망치면서 닥치는대로 유리창을 부수고 쓰레기통을 집어던지는 등 깽판을 쳤다. 보나마나 모든 이가 술에 취했고 적지 않은 이가 마약에 취한 상태였을 것이다.


일부는 상점의 유리창만 깨지 않고 상점에 들어가 약탈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8개 상점만 털렸다는 걸 보면 처음부터 약탈이 목적은 아닌 것 같고, 과도하게 흥분한 소수의 미친자들이 광기를 부린 것 같다.


파티 현장에는 300명 정도가 있었고, 폭도의 수를 500명으로 보도하는 걸 보면, 200명은 폭력사태가 벌어진 뒤에 합류한 모양이다. 이들은 폭력행위를 SNS를 통해 실시간 영상으로 송출하며 환호했다고 하니, 그 영상을 보며 수백명이 더 나온 듯싶다.


결국 이날 밤 24명의 폭도가 체포되었으며, 그 중 14명이 21세 이하였다고 한다. 또한 24명 중 절반은 독일인, 나머지 절반은 외국인인데, 외국인의 국적은 크로아티아, 포르투갈, 아프가니스탄 등 다양했다고 한다. 따라서 어떤 정치적인 극우 집회라고 볼 수도 없고, 철없는 젊은이들이 술과 약에 취해 벌인 난장판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궁금했다. 아무리 술과 약에 취해도 그렇지 수백명이 거리를 부수고 경찰을 공격하는 폭동을 벌인 건 독일에서 구경하기 어려운 일이다. 뭔가 다른 계기가 있지 않을까, 여러 외신을 찾아봐도 아직 슈투트가르트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범행 동기나 배후는 없다. 조사중이라고 한다.


다만 한 가지 짚이는 것은 있다. 경찰에 대한 격렬한 반감, 그리고 약탈. 미국에서 벌어지는 흑인 시위가 오버랩된다. 인터넷이나 뉴스를 통해 미국 시위를 접하면서 공권력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해있던 흥분한 군중이 미국 시위에 동화되어 광기를 부린 게 아닐까 싶다. 주중에도 슈투트가르트에서 경찰과 한 무리의 청년들이 충돌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가뜩이나 경찰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어 있을 때 경찰이 자신들의 파티를 방해하자 경찰을 공격하고 상점을 약탈하며 영웅심에 취해 광기를 부린 심리가 아니었을까 추정된다. 폭력을 행사하는 과정을 SNS로 공유하며 환호했다는 대목도 이러한 심리와 연결되지 않을까 싶다.


만약 유의미한 후속 보도가 있다면 다시 소개하겠으나, 필자가 보기에는 클럽 안에서 약에 취해 지들끼리 놀아야 할 철없는 청춘들이 코로나19 때문에 길바닥에서 약에 취해 흥분한 상태에서 벌인 불상사 정도로 이해되므로 유의미한 후속 보도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