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독일의 음식 - ⑧ 물, 음료

독일의 음식 - ⑧ 물, 음료

물(Wasser)

독일도 다른 서양 국가와 마찬가지로 식수를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곳은 없다. 레스토랑에서도 물은 따로 주문해야 하고, 석회질이 많은 수돗물도 함부로 마시면 큰일난다. "물은 공짜"라는 인식이 강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런 서양식 문화가 아직 적응이 쉽지는 않겠지만 어쩌겠는가.

물은 워낙 기본적인 것이므로 자세한 부연은 하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만 주의할 것. 독일에서는 우리가 흔히 마시는 물보다는 탄산수가 더 보편적이다. 그냥 물을 달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가져다주는 것이 탄산수이다. 따라서 탄산수를 피하려면 영어로 플레인 워터(plain water)라고 덧붙이거나 독일어로 오네 가스(ohne Gas)라고 말하면 된다. 

편의점 등에서 물을 살 때 탄산수인지 아닌지 알기 어렵다면, 라벨에 콜렌조이레(Kohlensäure)라고 적힌 것을 찾아보자. Kohlensäure가 독일어로 탄산을 뜻한다. "mit Kohlensäure"는 탄산수, "ohne Kohlensäure"는 일반 물이다. 탄산수를 선호하는 독일인들의 기호에 맞추어, 탄산도 강한 것과 약한 것 등으로 구분되어 물의 종류가 여러 가지이니 참고할 것.

커피(Kaffee)

독일 사람들이 물 다음으로 많이 마시는 음료는 무엇일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맥주를 떠올릴는지 모르겠지만, 정답은 커피(Kaffee)이다. 이들이 커피를 많이 마시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것은 필자도 직접 수차례 경험한 것이고, 아마 독일 여행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경험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독일은 워낙 날씨가 음습하고 기압이 낮기 때문에 두통이 자주 발생한다. 그렇다고 매일마다 약을 먹을 수도 없는 노릇. 그래서 독일인들은 카페인을 섭취하여 두통을 해결하는데, 레드불(RedBull) 같은 에너지 음료보다는 커피를 선호한다.

하지만 커피를 주문할 때 메뉴판에 아메리카노가 없어서 놀랄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독일에서는 아메리카노를 "보통 커피"라는 뜻의 노르말 카페(Normalkaffee)라고 부른다. 보통 노르말 카페가 작은 잔 기준으로 1.5~3 유로. 아무리 비싼 곳도 3 유로를 넘는 곳은 드물다. 독일인에게 커피는 실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함부로 커피 가격을 올리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테이크아웃일 때는 최저 1 유로까지도 가능.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길거리이든 기차역이든 주위를 둘러보자. 아주 시골 마을에서조차도 커피를 파는 곳은 지척에 널려 있다. 스타벅스 같은 커피 전문점도 물론 많은데, 현지인들은 스타벅스보다는 커피 펠로우(Coffee Fellows)와 같은 독일 현지 체인을 더 선호한다. 스타벅스는 커피가 가장 비싼 편에 속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보다는 저렴하다.

숄레(Schorle)

위에서 물 다음으로 많이 마시는 음료가 커피라고 했는데, 그런데 필자가 간과했던 것이 있다. 물보다 많이 마시는 음료가 있을 것이라 상상도 하지 않았는데, 알고보니 독일인들이 물보다 (그것도 월등하게) 더 많이 마시는 음료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숄레다.

숄레는 탄산수에 과즙이나 다른 음료를 섞어 만드는 것을 통칭한다. 사과 과즙을 섞으면 아펠숄레(Apfelschorle), 와인을 섞으면 바인숄레(Weinschorle)가 되는 식이다. 숄레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쥬스(독일어로는 Saft)와는 다르고, 탄산음료와도 또 다르고, 사이다를 섞어 만드는 에이드와도 또 다르다.

맛은 탄산수에 섞은 내용물의 맛이 기본적으로 강하고, 여기에 탄산수의 청량감이 더해지는데, 그렇다고 에이드처럼 단 맛이 강하거나 쥬스처럼 신 맛이 강한 것도 아닌, 딱 물 대신 먹기 좋은 그런 맛이 난다. 단, 탄산수가 싫다면 숄레 역시 입맛에 맞지는 않을 것이다.

기타

그 외의 음료 문화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전반적으로 가격은 저렴한 편이고(우리나라가 비싼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선택의 폭도 넓다. 카페인이 다량 함유된 에너지 음료는 우리나라에서 파는 것과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민감한 체질이라면 잠 못 들고 고생할 수도 있으니 주의할 것.  

최근 대유행인 음료로는 버블 티(Bubble Tea)를 꼽을 수 있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것과 거의 비슷하다. 가격은 3~5 유로 사이. 특이한 것은, 유행처럼 들어선 버블 티 가게가 대부분 동남아 이주민들에 의해 운영된다는 점이다. 또한 더욱 특이한 것은, 이런 가게마다 빠지지 않고 K-pop 뮤직비디오를 하루종일 틀어놓는다는 점이다. 동남아의 한류도 엄청나다고는 들었지만, 가게 주인 혼자 보는 것도 아니고 독일인들이 드나드는 곳에서 K-pop을 틀어놓는 것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