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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독일뉴스

News | 독일맥주 수입 27.7% 증가

기사보기 :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51122092603408


맥주 수입액이 역대 최고를 갱신하는 가운데 독일맥주의 수입량 역시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27.7% 올랐다는 기사다.


독일맥주에 환장하는(!) 필자로서는 매우 반가운 현상이 아닐 수 없는데, 더 놀라운 것은 독일을 그렇게 여러 번 갔으면서도 마셔보기 힘들었던 맥주가 국내에 수입되고 비싸지 않은 가격에 팔린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예가 투허(Tucher) 맥주. 필자가 몇 손가락에 뽑는 맛있는 맥주인데 독일에서는 투허가 생산되는 뉘른베르크(Nürnberg) 인근을 벗어나면 거의 구경하기 힘들었건만 한국에서는 마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더라는 것이다. 여기에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프란치스카너(Franziskaner)도 올 해부터 국내에 수입되면서 이제 한국에 살면서 독일맥주를 그리워하지는 않게 되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 이렇게 독일맥주가 싸게 수입될 수 있는 배경에는 글로벌 맥주회사의 거대자본이 자리하고 있다. 위에 언급한 프란치스카너 외에도 뢰벤브로이(Löwenbräu), 슈파텐(Spaten), 벡스(Beck's) 등 독일의 유명 양조장이 AB인베브 같은 글로벌 맥주회사에 인수된 상태. 물론 독일의 공장에서 원래의 제조법대로 맥주를 생산하고 있지만 "독일맥주"라는 아이덴티티는 많이 희석된 상태다.


이런 거대자본 덕분에 한국에도 저렴하게 수입되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니 고맙기도 하지만, 이런 거대자본 때문에 독일맥주의 아이덴티티가 희석되는 것은 안타까운 노릇. 실제로 독일에서도 맥주 소비량은 꾸준히 줄고 있다고 한다. 1인당 맥주소비량 순위에서 체코에 이어 2위를 지키던 독일은 최근 오스트리아에 그 자리를 내주고 3위로 내려왔다.


그리고 2015년 8월 영국의 설문조사 기관에서 독일인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 것을 보면 좀 더 실감이 난다. 필자 역시 한글 번역본으로만 조사 결과를 보았기 때문에 오류가 있을지 모른다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하면, 독일인에게 주류 선호도를 물었더니 맥주보다 와인을 택한 응답자가 훨씬 많았다고 한다. 그리고 "전형적인 독일의 이미지"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폭스바겐, 괴테, 메르켈 총리 등이 상위권에 꼽힌 가운데 맥주는 아예 순위권에 들지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흐름을 보건대, 독일인들이 자국의 맥주를 대하는 태도가 예전같지는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내 고장의 맥주를 처음 접하고, 나이가 들어서도 그 맥주 맛을 잊지 못해 일부러 내 고장의 맥주를 찾아마시는 독일인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내 고장의 맥주가 외국 글로벌 자본에 넘어가고 맥주 시장이 자본의 논리에 편입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애착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필자는 독일의 맥주와 관련된 포스팅에서 "독일의 맥주는 마치 한국의 김치와 같다"고 비유한바 있다. 단순한 음료(음식)가 아니라 내 고장, 내 조상의 전통을 계승하며 내 일상에 함께 하는 민족의 고유 문화이기 때문에 그런 표현을 썼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젊은 세대로 갈수록 김치를 많이 먹지 않고, 김장을 담그지 않아 "내 고장, 내 조상의 전통"이 단절되는 과도기를 보고 있다. 독일의 맥주도 한국의 김치처럼 그러한 길을 가는 것은 아닌지 살짝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