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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독일뉴스

News | 신년 전야 쾰른 집단성폭력 사건

독일(그리고 유럽)에서는 1월 1일 0시가 될 때 길거리에서 폭죽을 쏘며 새해를 맞이하는 풍습이 있다. 시내 중심 광장에서, 또는 자기 집 옥상에서, 그야말로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제히 폭죽을 터트린다. 단 하루를 위해 연말부터 마트에서는 폭죽을 열심히 판매하고 모두 매진되곤 한다.


그런데 쾰른에서 사고가 터졌다. 중동 또는 북아프리카계로 보이는 남성들이 무리지어 다니며 여성을 추행하고, 심한 경우 성폭행까지 했다고 한다. 100명 넘는 여성이 피해를 입는 동안 경찰은 전혀 막지 못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이는 날 경찰들도 시내에 쫙 깔린다. 그런데도 손도 쓰지 못할 정도로 무능력했으며, 여성 경찰이 피해자가 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이 보도된 뒤 지금 독일은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아랍계 남성이 술 취해 저지른 집단성폭력, 당연히 반난민 정서를 자극하니 독일 언론이 이 사건을 며칠간 숨겼다가 오히려 일을 더 키워버렸다. 쾰른 시장은 "여성이 조심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가 SNS에서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고 한다. (쾰른 시장은 선거 전 난민 반대자에게 테러를 당했던 바로 그 사람이다.)


보도를 회피했던 공영방송사는 연일 사과 방송을 하고 있고, 메르켈 총리까지 나서서 가해자를 잡아 최고형벌을 내리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며, 반난민 시위는 더욱 불타오른다. 게다가 쾰른만큼은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아랍계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다른 도시에도 접수되는 중이라고 한다.


무슬림 특유의 여성비하 문화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고, 무슬림을 마냥 포용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독일 국민들이 뼈저리게 느끼는 전환점이 되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난민을 환영하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지금은 난민을 반대하는 여론이 더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런 민감한 이슈는 독일 언론이 보도를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아마도 괜히 난민 반대 여론을 부추길 것이라 우려하는 것 같다.


여담이지만, 필자는 독일의 다른 도시에서 1월 1일 0시에 폭죽이 터지는 순간을 경험해본 적 있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은 행인을 향해 폭죽을 쏘는 등 몰상식한 짓을 저지르기 때문에 그 후로 다시는 그 시각에 길거리에 나가지 않았다. 주변에 물어보니 한국인 유학생들도 대개 비슷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한 번 구경해보았는데 그 다음부터는 나가지 않게 되더라는 것이다. 혹 여행 중 새해를 맞이하게 된다면 꼭 참고하시길. 나는 절대 그 자리를 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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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1일 내용 추가)

아직 연행된 가해자는 없는 상황, 그래서 더 소문만 무성한 모양이다. 난민 출신인지 진작 정착한 이주민인지도 불확실하고, 계획범죄인지 우발적 범죄인지도 불확실하다. 그런데 언론이 혹 난민 반대여론이 거세질까봐 보도를 꺼리는 듯한 분위기가 있고, 그래서 더 소문만 무성한 것으로 보인다. 원래 감추는 것이 있으면 소문이 더 커지기 마련이니까.


다른 루트로 들은 내용 중에는, 도난 당한 피해자의 휴대폰의 위치추적을 했더니 상당수가 난민 수용소 주변에서 전파가 잡혔다는 말도 있다. 이 또한 사실 확인이 된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한 마디로,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독일인들이 "멘붕"에 빠질 수밖에 없을듯. 자국 정부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질 상황이다.


극우주의자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연일 반정부 시위의 수위를 높이는 중이고, 경찰과 무력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단다. 주로 구동독 지역에서 시위를 가지던 극우단체 페기다(Pegida)가 이 사건이 발생한 쾰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작년까지는 난민으로 인한 갈등이 일종의 지역감정처럼 전개되는 양상이었는데 이것이 한 순간에 깨어져버렸다. 이 또한, 한 마디로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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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3일 내용 추가)

쾰른이 속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정부에서 발표하기를, 이번 범죄를 포함하여 최근 1년간 쾰른에서 발생한 범죄의 주범은 알제리, 모로코 등 북아프리카계라고 밝혔다. 시리아 출신은 0.5%에 불과하다고 덧붙였으니 난민 반대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 같았다.


메르켈이 속한 독일 집권당 기민당 연정 정권은 난민 신청자라도 범죄에 연루되면 (물론 단서가 있기는 하지만) 추방하기로 했다. 또한 난민 신청자를 국경에서 되돌려보내는 비율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즉, 실질적으로 난민에게 영향이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