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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독일뉴스

News | 베를린에서 에어비앤비는 불법?

5월 1일부터 베를린에서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공유 서비스는 불법이다. 2014년부터 이러한 내용의 법안이 통과되어 2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친 뒤 5월 1일부터 적용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에어비앤비가 완전히 불법처럼 인식되는데, 숙박공유 자체가 불법인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여행 중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테니 이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정리한다.


원래 숙박공유는 내 집에 관광객을 재워주는 개념이다. 남는 방에 재워주고, 같이 밥 먹고, 여행 정보도 주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그런 개념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숙박공유가 변질되기 시작했다. 아예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구입하여 투숙객에게 통째로 내어주고 돈을 받는 무허가 숙박업을 하는 업주가 많아졌다. 이런건 숙박"공유"가 아니다. 내가 살지 않는 집에 재워주는게 무슨 "공유"란 말인가.


그런데 이런 임대업자들이 자꾸 집을 사니 당연히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 가뜩이나 베를린은 독일에서 인구가 많은 곳이라 부동산 공급이 부족한 지역인데, 시민들이 살 곳도 모자른 판에 무허가 숙박업자들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고, 그 때문에 일반 시민들까지 높은 임대료를 부담하게 되는 말도 안 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베를린의 임대료는 런던, 파리 등 다른 유럽 선진국의 수도에 비하면 훨씬 낮은 수준이고, 독일 내에서 보더라도 구서독 시절부터 부유했던 뮌헨, 함부르크에 비하면 낮은 수준인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5년간 베를린의 평균 임대료가 50% 정도 오르는 등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 되자 베를린에서 숙박공유에 먼저 칼을 빼들었다.


순수한 숙박"공유"는 처벌하지 않는다. 그러니 에어비앤비 전체가 불법이 되는건 아니다. 다만, 집 전체를 내어주는(주인이 살지 않는 곳의) 숙박공유는 불법이다. 그리고 한 투숙객이 한 장소에 2개월 이상 거주하도록 빌려주는 것도 불법이다. 마지막으로 6개월 동안 빈 집으로 놔두는 것도 불법이다. 6개월 동안 사용하지 않는 집은 곧 장사를 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숙박공유는 당국에 신고하지 않기 때문에 베를린에서 일일이 확인하기는 힘들다. 모든 집을 다 전수조사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베를린에서는 이웃의 신고를 당부했다. 같은 건물에 사는 사람이라면 그 방에 여행객만 들락거린다든지, 주인은 몇 달 동안 얼굴도 못 봤다든지, 그런 식으로 짐작할 수 있으니 신고해달라는 것이다.


독일인의 준법정신은 꽤 투철한 편. 굳이 "파파라치" 같은 금전적 대가가 없어도 불법이 눈에 띄면 열심히 신고한다. 이미 수백건의 신고가 접수되었다고 한다. 단, 이주민이 많이 사는 건물이라면 그들은 독일과 문화가 다르기에 굳이 투철히 신고할 것 같지는 않다. 크로이츠베르크, 노이쾰른 등 베를린에서 이주민이 많은 지역은 여전히 "불법" 숙박공유가 성행할 확률이 높다.


아무튼 베를린 여행 중 에어비앤비를 이용한다면 꼭 불법 여부를 미리 확인하기 바란다. 내가 불법 장소에서 잤다고 내가 벌금을 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가 예약해둔 곳이 당국에 적발되어 폐쇄되면 졸지에 내가 잘 곳이 없어지는 셈이므로 계획이 틀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니 미리 불법 여부를 확인하여 합법적인 곳에 예약하라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우버 등 공유경제 모델을 당국이 불법이라 규정하고 단속하는 것을 일반인들은 못 마땅하게 생각한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또는 세금에 눈이 멀어 그런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건만큼은 프레임이 다르다고 본다. 숙박공유 자체를 금지하는게 아니라, 숙박공유가 아니면서 숙박공유인척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고, 이들 때문에 애꿎은 시민들까지 피해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본다면, 베를린을 비난할 근거는 희박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