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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011. 독일 레기오날반 기차

초고속열차 ICE 다음으로는 레기오날반(Regionalbahn)을 따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저는 기존에 레기오날반을 지역열차라는 명칭으로 표기해왔는데, 지역열차라는 단어가 뭘 뜻하는지 애매한지라 책에는 레기오날반이라고 적기도 했고, 좀 왔다갔다 하는 중입니다. 아직도 답을 못 찾았는데, 아무튼 이 글에서는 레기오날반이라고 적을게요.

레기오날반은 큰 도시를 거점으로 하여 부근의 중소 도시를 연결하는 지선을 뜻합니다. 한 지역의 중심이 되는 큰 도시와 근교를 연결하는 셈이니 통근열차의 기능도 갖는 것이고, 대중교통이 부실한 작은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이므로 "시민의 발"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은, 독일의 매우 중요한 교통체계입니다.


독일은 특히 아름다운 소도시가 많아 기차 타고 작은 도시를 찾아다닐 일이 많은데, 그럴 때 레기오날반을 많이 이용하게 됩니다. 그래서 레기오날반에 대한 이해는, 어떻게 보면 ICE보다 더 중요하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레기오날반은 종류가 여러가지 있는데, 복잡하지는 않아요. 기본적으로 레기오날반의 약자인 아르베(RB)로 표기하며, 여기서 정차역을 몇 개 생략해 이동시간을 단축한 아르에(RE; Regionalbahn-Express), 거기서 정차역을 더 생략해 좀 더 빠르게 이동하는 이아르에(IRE;InterRgio-Express), 도시의 시내와 가까운 근교를 연결하는 전철 에스반(S)으로 나뉩니다.


뭐가 되었든 레기오날반은 같은 구간의 요금이 동일합니다. 같은 구간을 RE를 타고 가든 S를 타고 가든 요금이 똑같아요. 그래서 종류가 많아보이지만 그냥 전부 한 덩어리로 레기오날반이라고 이해하면 전혀 어려울 게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수요에 맞춰 편성하므로, 어떤 구간은 RB가 커다란 2층 열차로 다니고 RE는 작은 일반 열차로 다니기도 하고, 어떤 구간은 전철 S인데도 2층 열차가 다니기도 합니다. 이런 식으로 열차의 구분이 의미가 없기 때문에 그냥 전체를 레기오날반이라는 범주로 이해하면 복잡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같은 구간에서 RE와 RB가 동시에 다니지는 않고, RE 한 번 RB 한 번 식으로 스케줄이 나뉘어 있으니 뭘 탈 것인지 고르기보다는 내 스케줄에 맞는 열차를 타고 가게 됩니다. 그래서 더더욱 구분이 의미가 없습니다.


"시민의 발"이기 때문에 수요가 많은 구간은 30분, 보통 1시간, 아무리 못해도 2시간에 1대는 다닙니다. 그래서 당일치기로 여행하고 돌아올 때 전혀 무리없이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환승해야 할 때 한 대를 놓치면 다음 열차를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불편도 있기는 합니다.

레기오날반도 1등석과 2등석으로 구분되며, 바깥 출입문과 안쪽 출입문에 숫자 1 또는 2로 표시합니다. 단, 가까운 거리를 가는 S는 2등석만 존재하기도 하구요. 2층 열차처럼 큰 기차는 1등석도 넉넉하지만 작은 열차는 가장 끝의 4~6자리만 분리해 1등석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열차가 정말 작죠. 수요가 많지 않은 구간이지만 최소한의 운행은 필수라서 이렇게 작은 열차가 다니고, 이 안에서도 1등석은 구분합니다. ICE와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승차권은 2등석 기준이고, 1등석에 타려면 1등석 표로 구매해야 되며, 2등석 표를 가지고 1등석에 앉으면 무임승차에 해당됩니다.


ICE는 1등석이 2등석보다 티나게 좋으니까 내가 1등석에 들어왔다는 걸 쉽게 인식하는데, 레기오날반은 열차 종류에 따라 1등석이 별 의미가 없는 경우도 있어요. 빈 자리 보인다고 그냥 앉았는데, 불편한 자리인데도 알고보니 1등석인 경우도 있겠죠. 잘 보고 탑승해야 됩니다.

객차의 종류가 워낙 많아 내부 컨디션은 천차만별입니다. 적당히 편한 열차도 있고, 전철처럼 딱딱한 좌석으로 가는 열차도 있고, 위 사진처럼 두 자리가 붙은 낡은 구형 열차가 다니기도 합니다. 오래 앉아있으면 엉덩이 아파요. 레기오날반은 한 번에 3시간 이상 타는 구간은 무리입니다(그런 구간도 별로 없지만요). 개인적으로는 1시간 반 이내의 거리를 추천하며, 2시간 이내까지는 괜찮습니다.


레기오날반과 ICE의 가장 큰 차이점 하나. 레기오날반은 예약 제도가 없습니다. 무조건 빈 좌석에 앉아도 됩니다. 그리고 빈 좌석이 없으면 서서 갑니다. 그게 싫어서 내 자리를 예약하고 싶어도 불가능합니다. 아주 짧은 거리를 가지 않는 이상 내부에 화장실은 있구요. 충전 전원은 없는 열차가 더 많습니다.


내부에 전광판이 없는 열차도 있어요. 안내방송은 기본적으로 모두 나오지만 독일어로만 나오는 열차도 있습니다. 내릴 장소는 잘 확인해둘 필요가 있구요. ICE처럼 레기오날반도 버튼을 누르거나 레버를 당겨야 문이 열립니다.

종류도 많고 노선마다 천차만별이고, 뭔가 되게 복잡하고 어려울 것 같지만 실은 복잡하지 않은 레기오날반의 소개였습니다.


그런데 레기오날반 이야기 중 중요한 것이 하나 빠져있어요. 스케줄을 보면 IRE, RE, RB, S가 아닌 다른 코드가 적혀있는 열차들이 있습니다. 그것도 꽤 많습니다. 그건 다음 포스팅에서 부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