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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102. 그 중 특별한 베를린 장벽

얼마 전 청계천 부근에 설치된 베를린 장벽 잔해 기념물에 그래피티 예술가가 낙서를 해서 한바탕 난리가 났죠. 뭐라 욕하기에도 창피한 사건인지라 사고 친 당사자에 대한 코멘트는 그냥 생략하겠습니다.

언론 보도를 보니, 사고 친 예술가가 해명하기를, 베를린을 여행할 때 장벽에 이렇게 예술가가 낙서를 해둔 것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는 식으로 말했더군요. 아마 그는 위 사진 같은 장벽을 봤을 겁니다. 실제 베를린에 있는 베를린 장벽 중 낙서로 훼손된 케이스는 꽤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관점에서 보아야 합니다. 베를린 장벽은 통일과 함께 무너진 게 아닙니다. 통일되기 1년 전에 먼저 무너졌습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동서독은 약 1년간 통일 협상을 벌이다 1990년에 비로소 독일이 통일되었습니다. 그러면 그 1년간 베를린 장벽은 흉물이었겠죠. 게다가 베를린 사람들은 베를린 장벽에 대한 적개심도 가졌겠죠. 그래서 그 1년간 베를린 장벽이 많이 훼손되었습니다. 낙서는 대부분 그때 그려진 겁니다. 예술가가 뭔 대단한 뜻을 가지고 낙서를 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아무튼, 이 사건이 창피한 이유는, 한국에 있는 베를린 장벽은 세계적으로도 특별한 의미가 있노라 인정받기 때문입니다.

일단 독일이 아닌 다른 나라에 설치된 베를린 장벽의 잔해는 600점 정도 된다고 합니다. 굉장히 많죠? 통일 전후로 독일은 베를린 장벽을 해체하여 여기저기 팔았습니다. 가격을 붙여 팔기도 하고, 경매로 팔기도 했죠. 특히 서방에서는 독일 통일이 곧 민주주의의 승리라 생각했기에 그 "전리품"으로 베를린 장벽을 수집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국, 캐나다, 그밖에 서유럽의 많은 나라에 베를린 장벽이 있습니다.


또한 전쟁이나 역사와 관련된 박물관에서도 베를린 장벽 실물은 좋은 전시품이 되기 때문에 구매하여 전시품의 하나로 설치한 경우도 많습니다. 영국, 러시아, 벨기에 등 그런 사례가 워낙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듭니다.

또는 독일이나 베를린에서 우호증진의 목적으로 베를린 장벽을 선물한 경우도 있습니다. 헝가리, 폴란드, 체코의 나토 가입을 축하하며 선물하기도 했구요. 자매결연을 맺은 도시에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독일 바깥에서 베를린 장벽을 만나는 게 그리 대단한 경험은 아닙니다. 하지만 분단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을 분단국인 한국에 선물한 것만큼은 특별한 의미가 있죠. 그런데 그 베를린 장벽을 낙서로 더럽힌 겁니다.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서울보다 의정부에 있는 베를린 장벽을 좀 더 특별하게 쳐준다는 겁니다. 베를린의 선물로 의정부에 설치된 베를린 장벽은, 대개 1기씩 설치된 다른 곳과 달리 무려 5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베를린에서 통 크게 선물한 거죠. 남북 분단선과 불과 3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분단의 상징을 설치하고 통일을 기원하는 특별한 의미가 있어 그런데 조악한 브란덴부르크 문 모형은 어쩔 외신에서도 의정부의 베를린 장벽은 종종 언급되곤 합니다.


이런 창피한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