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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103. 예거마이스터와 우니쿰

예거마이스터(Jägermeister)는 많은 분들이 아실 겁니다. 독일에서 만드는 술인데, 국내에서는 파티주로 소개되어 클럽에서 밤을 불태울 때 예거마이스터를 벗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예거마이스터의 본질은 "전통 허브술"입니다. 독일에서는 가정마다 상비약처럼 예거마이스터를 비치해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 들어간 허브나 약재가 소화를 돕는다고 하네요. 그래서 식후에 한두 모금 마시기도 하고, 속이 더부룩할 때 약 대신 마시기도 합니다.


알콜 도수는 약 35도. 이 정도 되는 술 치고 쓰지 않은 술이 있겠습니까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예거마이스터는 쓴 맛이 강합니다. 그래서 노는 분위기에서는 예거마이스터가 어울리지 않다보니 이것저것 섞어마시는 유행도 생겼고,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예거밤(예거마이스터와 레드불의 혼합) 같은 문화도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예거밤은 원래 맥주를 섞는 거였는데 언젠가부터 레드불로 바뀌었다고 하네요. 알콜과 카페인을 동시에 섭취하는, 꽤 위험한 발상입니다.


헝가리를 여행할 때의 일입니다. 헝가리의 유명한 전통주를 마셔봤는데, 이게 색깔부터 맛까지 예거마이스터와 상당히 흡사하더군요. 그래서 "짝퉁"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도 했었는데, 자료를 찾아보니 예거마이스터보다 족히 100년은 더 오래 된 술이었습니다. "오리지날"이었던 거죠.

그 술은 우니쿰(Unicum)입니다. 당시 헝가리는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고 있었는데, 오스트리아 황제가 이 술을 마시고는 "Das ist ein Unicum(특이한 맛이군)!"이라고 이야기한 것에서 우니쿰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고 합니다. 창업자 가문이 대를 이어 우니쿰을 만들고 있으며, 수십 가지의 허브와 향신료 등을 이용해 만듭니다.

예거마이스터를 마셔본 분들이라면 그 색상이 딱 이것과 같다는 걸 아시겠죠. 부다페스트 크리스마스마켓에서 마셔본 우니쿰입니다. 소화에 도움을 준다고 했죠. 그래서 축제 현장에는 반드시 우니쿰이 있습니다. 이것저것 마음껏 먹은 뒤 우니쿰 한 잔은 필수니까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우니쿰을 만드는 츠바크(Zwack)라는 회사는 축제의 스폰서쉽도 열심입니다.


맛은 꽤 쓰지만 허브나 향신료의 싸한 풍미가 뒷맛을 덮어주기 때문에 맛있습니다. 참고로 예거마이스터나 우니쿰 같은 쓴 맛의 허브술을 가리켜 비터스(Bitters)라는 이름으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bitter(쓰다)에서 파생된 단어니까 이런 술의 아이덴티티는 쓴 맛이라는 걸 알 수 있겠습니다.


우니쿰 공장 투어도 참여해봤는데요. 흥미로운 역사가 있더군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헝가리가 공산화되면서 기업은 모두 국유화되었습니다. 츠바크 역시 국유화되었죠. 그런데 창립자 가문은 진작에 미국으로 피신했고, 헝가리에는 친척만 남아있었대요. 비밀에 붙여진 레시피를 모르니까 대충 재료만 가져다가 억지로 만들었던 모양이고, 그래서 그 시기의 우니쿰은 매우 형편없는 퀄리티로 브랜드 가치만 까먹었다고 합니다.


헝가리 민주화 이후 미국에서 귀국한 창립자 가문이 다시 우니쿰을 만들기 시작해 원래의 맛을 되살렸고,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이제 헝가리를 대표하는 품목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독일의 잘 알려진 술과 비슷한 헝가리의 술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이렇게 독일과 연관되는 이야기는 앞으로도 두서없이 계속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올림푸스코리아의 트래블마스터즈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포스팅에 게재된 사진은 올림푸스 OM-D E-M10 Mark III와 OM-D E-M5 Mark II 카메라에 올림푸스 ED 12-100 f4 Pro 렌즈로 촬영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