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134. 비엔나 소시지와 프랑크 소시지

어렸을 적 도시락 반찬으로 최고였던 줄줄이 소시지를 비엔나 소시지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크고 긴 소시지가 묶음으로 포장된 것을 프랑크 소시지라고 불렀죠. 비엔나 소시지와 프랑크 소시지는 오래 전부터 우리네 밥상에 중요한 손님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오리지널"과는 차이가 컸죠. 진짜 비엔나 소시지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래한 것으로 독일어로는 비너 뷔어스텐(Wiener Würstchen)이라고 하고, 진짜 프랑크 소시지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유래한 것으로 프랑크푸르터 뷔어스텐(Frankfurter Würstchen)이라고 합니다.

비너 뷔어스텐은 우리가 생각하는 "줄줄이 비엔나"와는 다릅니다. 훨씬 길죠. 그런데 정작 빈에서는 비너 뷔어스텐이라는 단어를 거의 쓰지 않습니다. 이 소시지가 미국에 소개될 때 비엔나 소시지라고 알려졌고, 그것이 다시 일본을 거쳐 한국에 소개되었기에 한국에서도 비엔나 소시지라는 이름이 친근하지만(아마 일본을 거치는 과정에서 한 입에 들어갈 크기로 변형되었을 겁니다), 정작 비엔나 소시지의 고장 빈에서는 비너 뷔어스텐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아이러니죠.


그러면 빈에서는 뭐라고 부르는고 하니, 프랑크푸르터 뷔어스텐이라고 부릅니다. 즉, 비너 뷔어스텐이 곧 프랑크푸르터 뷔어스텐입니다. 비엔나 소시지와 프랑크 소시지는 같은 것이었던 겁니다. 우선은 그렇게 이야기해놓고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이게 프랑크푸르터 뷔어스텐입니다. 똑같이 생겼죠.


1800년대 초, 프랑크푸르트의 정육업자가 빈에 건너가 자신의 가게를 차립니다. 그리고 프랑크푸르터 뷔어스텐을 팔았는데 이게 대박이 났죠. 유사품이 쏟아지고, 입소문이 퍼져 해외까지 알려집니다. 아무래도 당시 빈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중심지이자 유럽을 호령하는 권력의 중심지였으니까 빈에서 유행하면 유럽에 쫙 퍼지고 미국까지 명성을 떨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비엔나 소시지가 먼저 유명해진 겁니다.


단, 여기에는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그 업자가 빈에서 프랑크푸르터 뷔어스텐을 만들 때 레시피를 달리 했어요. 원래 프랑크푸르터 뷔어스텐은 양의 창자에 돼지고기를 넣어 만들어야 하는데, 프랑크푸르트를 떠난 업자가 굳이 그 룰을 지킬 필요 있나요. 돼지 창자에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섞어서 만들었습니다. 모양새는 똑같지만, 그렇다고 똑같은 건 아니었던 거에요.


* 한 번 자료를 찾아보던 중 몇년 전에 한 음식예능 프로그램에서 비엔나 소시지와 프랑크 소시지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게 있더군요. 거기서 비엔나 소시지가 양의 창자로 케이싱한다고 이야기하던데, 잘못된 내용입니다. 제가 잘못 알았다고 생각해서 자료들을 더 찾아보니 프랑크 소시지가 양의 창자가 맞습니다.


비엔나 소시지가 유명해지자 정작 "오리지널"을 만드는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심기가 불편했습니다. 오히려 프랑크푸르터 뷔어스텐까지 고유의 레시피를 버리고 비너 뷔어스텐을 따라갈 것을 우려했습니다. 그래서 1900년대 초, 돼지고기만 사용해야 한다는 등 시시콜콜한 규정까지 다 법으로 못을 박았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도시락 반찬으로 먹던 줄줄이 비엔나 소시지의 "오리지널"의 "오리지널"이 바로 프랑크푸르터 뷔어스텐인 셈이죠. 


프랑크푸르트의 향토 레스토랑 어디를 가든 프랑크푸르터 뷔어스텐은 먹을 수 있습니다. 한 번 "오리지널"의 "오리지널"을 칼로 썰면서 "이것이 어쩌다 줄줄이 비엔나 소시지로 변형되었을까" 상상력을 발휘해보세요. 여행의 소소한 재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