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224. BMW in 뮌헨, 독일의 자동차 문화

독일 자동차 3대 브랜드 중 하나인 BMW는 뮌헨에 본사와 공장이 있습니다. BMW라는 이름이 Bayerische Motoren Werke의 약자, 즉 "바이에른 엔진 공업"이라는 뜻이니까 바이에른의 중심지인 뮌헨에 있는 게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니까 비엠더블유가 아니라 독일어식으로 베엠베라고 적어야 올바른 표기입니다.


(여담이지만, 저는 그동안 책을 쓸 때 별 생각없이 "바이에른 자동차 공업"이라는 뜻이라고 적어왔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독일어 Motor는 자동차가 아니라 엔진이라는 뜻이었습니다. 한국의 자동차회사가 OO모터스라고 부르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잘못된 번역을 소개해 왔습니다. 개정판부터는 고칠 예정입니다.)

그래서 BMW는 뮌헨 여행에서 건너뛸 수 없는 핵심 어트랙션 중 하나입니다. 마침 BMW는 방문객을 위한 수많은 장소와 프로그램을 만들어두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을 통해 BMW 여행정보를 소개해드릴 건데,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 아니라 독일인이 "자동차"를 어떻게 대하고 향유하는지, 그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독일인은 기본적으로 매우 검소합니다. 사치를 꺼리고 함부로 지출하지 않습니다. 유일한 예외가 자동차. 독일인이 자동차에만큼은 정말 아낌없이 돈을 씁니다. 그렇다고 해서 1~2년마다 차를 바꾼다는 뜻이 아니라, 비싼 차도 과감하게 구입하고 그 대신 10년(또는 그 이상)씩 오래오래 타고 다니며, 차를 정비하고 꾸미는 데에도 지출을 아끼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자동차를 "애마"처럼 소중히 생각합니다.


독일인이 자동차를 어떻게 대하는지, 여기 뮌헨의 BMW에서 만날 수 있는 다섯 가지 단면이 있습니다.


먼저 장소의 이름을 정리할 필요가 있겠는데요. 위 사진의 고층건물이 BMW 본사, 그 바로 앞 사발 모양의 건물이 BMW 박물관(BMW Museum), 사진에서 가까운 쪽에 보이는 건물이 BMW 벨트(BMW Welt; 벨트는 영어의 World와 같은 의미)이고, 사진에 보이지 않지만 본사 바로 옆에 큰 BMW 공장(BMW Werk)이 있고, 공장 너머에 BMW 클래식(BMW Classic)이라는 새로운 전시장이 있습니다.

지도로 분류하자면 이와 같습니다. 이제 이 네 곳의 이름을 기억에 넣어두시고, 네 곳에서 엿볼 수 있는 다섯 가지 자동차 문화를 이야기하겠습니다. (이하 언급되는 입장료는 모두 2018년 기준입니다.)



#1. 자동차를 곁에 두는 사람들


BMW 벨트는 BMW와 산하 브랜드 미니, 롤스로이스, 그리고 BMW 오토바이까지 4개 브랜드의 제품이 전시된 공간입니다. 그런데 단순한 자동차 전시장이 아니라, 이 속에서 공연장이나 문화체험장, 레스토랑 등 복합시설을 만들어 늘 행사가 진행됩니다. 뮌헨 시민은 가족과 함께 찾아와 밥도 먹고 공연도 보면서, 자동차도 함께 구경하고 돌아갑니다.

멋진 자동차가 보이는 곳에서 밥을 먹고, 애들을 자동차에 태워서 사진도 찍어주고, 최신 자동차 트렌드를 접하고 공부하며, 그렇게 자동차를 옆에 끼고 여가 시간을 보내는 겁니다. 이들에게 자동차는 "탈 것"이 아니고, "브랜드를 자랑하는 사치품"도 아닙니다. 어른부터 아이까지, 일상의 일부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수긍하게 됩니다.

>> BMW 벨트 입장료 : 무료


#2. 자동차의 역사를 탐구하는 사람들


한국도 자동차 회사의 역사가 짧지는 않지만 초창기의 자동차부터 현재의 자동차, 그리고 미래 비전을 담은 콘셉트카 등 여러 시대의 자동차를 한곳에서 만나고 그 철학의 변화를 느끼며 자동차의 변천사를 탐구할만한 공간은 드뭅니다. BMW는 1916년을 창립원년으로 봅니다(물론 당시에는 자동차를 만들지 않고 항공기 엔진을 만드는 회사였습니다). 100년의 시간 동안 BMW 브랜드를 달고 나온 자동차들이 어떻게 발전하고 변신했는지 BMW 박물관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령, 길거리에서 흔하게 보이는 BMW 3 시리즈가 수십년 동안 어떻게 모습이 바뀌어 왔는지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내가 태어나기 전 모델"을 보는 경험이 되기도 하겠지요. 그런 걸 봐서 뭐하냐구요? 그만큼 자동차를 사랑하고 자동차를 일상의 일부로 여기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모두 궁금한 게 당연합니다. 이런 자동차 박물관에서는 아이들도 진지하게 올드카를 구경하고 아빠의 설명을 듣는 모습도 종종 보게 됩니다.

>> BMW 박물관 입장료 : 성인 10유로, 학생 7유로


#3. 자동차의 고전에 환장하는 사람들


자동차 박물관에서 100년에 육박하는 자동차의 "시간"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가장 오래 된 올드카의 클래식한 매력은 가슴 뛰는 흥분을 선사할 것입니다. BMW에서는 이런 올드카만 따로 모아 BMW 클래식(BMW Classic)이라는 새로운 전시장을 만들었습니다.

전시장의 위치는 가장 처음 BMW 회사가 생긴 곳이라고 합니다. 회사의 뿌리가 있는 곳에서 회사의 뿌리와 같은 클래식카를 따로 전시합니다. BMW 클래식은 가이드투어로만 구경할 수 있습니다. 즉, 전문가의 설명과 함께 오래 전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전문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곳이기에 BMW 마니아에게는 최근 각광을 받는 장소입니다. 참고로, BMW 클래식 티켓은 BMW 벨트에서 판매합니다.

>> BMW 클래식 입장료 : 성인 16유로, 학생 13유로 (투어는 월요일 13:00, 14:30, 16:00에 독일어 또는 영어로 진행)


#4. 자동차의 생산을 직접 봐야 하는 사람들


자동차를 사랑하니까 공장에서 자동차가 조립되는 것도 직접 눈으로 보아야 직성이 풀립니다. 마치 내가 좋아하는 록밴드의 녹음실을 구경하는 기분,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영화의 촬영장을 구경하는 기분, 또는 내가 좋아하는 단골식당의 주방에서 요리하는 걸 보는 기분 같다고 하면 비슷하지 않을까요?

BMW에서는 공장의 일부 공정을 가이드투어로 공개합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 자동차가 탄생하는지 설명을 들으며 그 과정을 눈으로 직접 봅니다. 저는 맥주를 좋아해서 맥주 공장을 투어할 때 기분이 흥분되는데요. 자동차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자동차 공장 투어가 똑같은 흥분을 선사할 거라 생각합니다. 공장 투어 역시 BMW 벨트에서 티켓을 판매합니다.

>> BMW 공장투어 입장료 : 성인 12유로, 학생 9유로 (투어는 월~금요일에 독일어 또는 영어로 진행)


#5. 자동차는 직접 몰아봐야 하는 사람들


맥주가 좋으면 마셔봐야 되고, 음악이 좋으면 들어봐야 되듯, 자동차가 좋으면 결국 운전대를 잡고 몰아봐야 합니다. 모든 "덕질"의 결말은 "체험"으로 끝나기 마련이죠. BMW 자동차를 당장 구매할 의사가 없어도 한 번 운전대를 잡아보고, 직접 주행감과 승차감도 느껴봐야 합니다. 물론 렌터카를 빌리면 되기는 하지만 재미가 없죠. BMW에서는 드라이브 나우(Drive now)라는 이름으로 BMW와 미니의 차종을 운전할 수 있는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새로운 트렌드인 전기차를 한 번 몰아봐도 되겠고, 고성능 자동차를 타고 뮌헨 외곽의 한적한 도로를 드라이브해도 되겠습니다. 내가 원하는대로, 내가 원하는 차종을 빌려서, 내가 원하는 시간만큼 운전할 수 있습니다. 운전을 마친 뒤 지정된 구역에 놓고 가면 끝. 다시 되돌아오지 않아도 됩니다. 독일의 주요 자동차 박물관에서는 꼭 이런 드라이브 체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역시 자동차는 직접 몰아봐야 한다는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함일 것입니다.

>> BMW 드라이브 나우 : 차종에 따라 다르며, 1분당 최저 25센트, 1시간당 최저 9유로, 1일당 최저 80유로부터 시작


뿐만 아니라, 아예 며칠 일정으로 운전 트레이닝을 받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큰 자동차 회사는 신차를 테스트하기 위해 가혹한 조건의 드라이빙 코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가령, 요즘같은 겨울에는 북유럽의 눈 쌓인 빙판에서 전문 드라이버의 지도를 받으며 직접 운전을 배우는 식의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비행기 타고 북유럽까지 가서 현지에 체류하고 밥먹고 여행도 하고 운전도 배우는, 그런 모든 과정이 포함된 트레이닝 코스를 우리돈으로 수백만원 정도에 신청하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BMW는 전시장부터 박물관까지 수많은 코스와 프로그램을 다 갖추어두고 모든 방문자의 수요를 충족합니다. 가이드투어를 포함한 BMW의 다양한 프로그램은 아래 로고를 클릭하면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BMW 자동차 자체가 좋은 분들은 그 자동차를 구경하기 위한 기회가 잔뜩 있습니다. 자동차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모두 볼 수 있고, 자동차가 만들어지는 광경도 볼 수 있고, 직접 자동차를 몰아볼 수 있습니다. 입장료를 투자하는만큼 경험치가 쌓일 것입니다.


굳이 BMW라는 특정 브랜드에 호감도가 없다 하더라도, 이 회사의 제품을 보는 게 아니라 이 회사가 마련한 "놀이터"에서 자동차를 원초적으로 순수하게 사랑하며 일상의 일부로 호흡하는 독일인의 문화를 볼 수 있습니다. BMW 벨트는 입장료도 없으니 비용부담 없이 그 문화의 단면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다양한 재미를 줄 것입니다. BMW 벨트에서, BMW 박물관에서, BMW 공장에서, BMW 클래식에서. 모두 뮌헨에 있습니다. 여행하기 좋은 도시 뮌헨에 무엇이 있을까, 바이에른 관광청이 추천하는 여행지를 아래 로고를 클릭하여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