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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225. 유스호스텔

기숙사형 침실에서 침대 하나를 빌려 다른 사람과 공동 숙박하는 개념을 호스텔이라고 하고, 그 중에서 유스호스텔 연맹에 가입된 숙소는 별도로 유스호스텔이라 구분한다, 유스호스텔에 투숙하려면 기본적으로 회원증이 필요하지만 비회원은 소정의 추가금을 내면 숙박 가능하다, 유스호스텔은 연맹의 관리를 받으므로 청결히 관리되고 시설도 우수하지만 가격이 일반 호스텔보다는 비싸다, 독일은 유스호스텔의 발상지라서 시골 동네에서도 유스호스텔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위 내용은 유스호스텔의 기본적인 설명입니다. 많이 아는 내용일 겁니다. 저 역시 책을 쓰면서 이러한 골자로 유스호스텔을 소개하였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직업병이 있어서 괜히 궁금하더군요. 과연 유스호스텔이 그렇게 단순하게 정리하고 끝낼만한 존재일까, 특히 독일이 유스호스텔의 발상지라면 독일에는 뭔가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 찾아보았습니다. 역시나 단순한 게 아니었더군요.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 글의 첫 문장에 요약한 내용만 알아서 유스호스텔의 이해에는 전혀 불편이 없으니,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TMI일 것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가볍게 읽어주세요.

유스호스텔을 독일어로 유겐트헤어베르게(Jugendherberge)라고 합니다. 그리고 독일 유스호스텔은 Deutsches Jugendherberge의 이니셜인 DJH라고 적힌 로고를 사용합니다. 위 사진의 로고가 있는 숙소는 모두 공식 유스호스텔입니다.


최초의 유스호스텔은 1909년에 독일의 알테나(Altena)라는 작은 도시에 생겼습니다. 당시 독일은 청년운동이 부흥하던 시기입니다. 소위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모토로 학생들이 뛰어놀거나 야외활동할 수 있는 레저문화를 장려하였습니다. 학생들은 등산이나 하이킹, 트레킹 등 며칠씩 잠을 자면서 야외에서 활동하는 것을 즐겨했으며, 반더포겔(Wandervogel) 등 조직적으로 야외활동하는 청년들의 단체도 여럿 생겨납니다.


그런데 그 시절에 무전여행하듯 건강한 체력만 믿고 여행에 나선 청소년들이 어디 잘 곳이 있겠습니까. 비가 오면 고성에 들어가 잠을 청하곤 했답니다. 아시듯이 독일에는 어지간한 산등성이마다 고성이 하나씩 있는데, 관리되지 않고 폐허가 되거나 흉가처럼 방치된 곳이 많았으니까 그런 곳에서 잠을 잤다는 겁니다.


이런 걸 보면서 청년운동을 지원하는 어른들은 안타까웠겠죠. 그래도 제대로 된 곳에서 잠을 자야 한다며 폐허가 된 성을 숙소로 개조하여 청년들에게 개방하고, 지역의 학교나 체육관 등 공공시설도 숙소로 만들었습니다. 이게 바로 유스호스텔입니다.


그러니까 유스호스텔은 돈을 벌기 위한 숙박업소가 아니라 청년을 돕기 위한 비영리단체였던 거죠. 오늘날까지 그 전통이 이어져 유스호스텔은 세금 감면이나 정부 지원금 등의 혜택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한적한 시골에도 유스호스텔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단순히 돈벌이를 생각한다면 여행자가 많지 않은 시골에서 숙박업을 할 수 없겠죠. 정부 지원 등의 혜택이 있기에 시골에서도 유스호스텔의 운영이 가능한 것입니다. 한적한 시골 소도시를 여행할 때 호스텔이 아예 하나도 없어서 비싼 호텔 몇 곳 중 골라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스호스텔은 이런 곳에도 존재하므로 저렴한 숙박이 가능하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청소년의 단체 여행을 위한 숙소에서 출발했으니 내부도 그에 준하여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학생들의 안전과 건강이 중요하므로 건물의 보안이나 객실의 청결은 타협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체의 꾸밈이 없고 침대는 딱 기본만 합니다. 침대의 시트와 베개 커버도 호스텔에서 깨끗이 세탁해 제공하면 투숙객이 직접 침대에 깔고 잤다가 퇴실할 때 직접 걷어서 세탁함에 넣어줍니다.


그러나 청소년의 단체 활동을 돕기 위한 부대시설, 가령 운동장이나 농구코트, 당구대, 넓은 컨퍼런스룸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 일반적인 호스텔과는 전혀 느낌이 다릅니다. 또한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조식은 무조건 포함됩니다. 호스텔은 요금을 저렴하게 하기 위해 조식을 빼는(유료로 추가) 경우가 많은데, 유스호스텔은 그렇지 않습니다. 청소년을 굶기며 여행시킬 수는 없는 거잖아요. 물론 조식은 빵과 치즈, 계란, 햄, 샐러드, 시리얼 정도로 차려진 서양식 조식뷔페 위주입니다.

유스호스텔이라고 해서 꼭 유스만 투숙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성인도 똑같이 투숙 가능합니다. 과거에는 26세 이상의 성인은 추가금을 받는 곳도 있었는데 최근에 그런 경우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단체 여행객뿐 아니라 개별 여행객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 가지 단점이 있는데요. 단체 여행객은 단체생활을 통솔하는 관리자가 있지만 개별 여행객은 그냥 자유잖아요. 침대 시트 직접 깔기 귀찮으니 그냥 시트 없이 자는 사람, 바닥을 어지럽히는 사람, 늦게까지 떠드는 사람 등 무질서한 모습이 간혹 보이기는 하였습니다.


최근에는 -특히 여행객이 많은 대도시 위주로- 유스호스텔도 점차 일반적인 숙박업소처럼 변해가는 것 같습니다.

가령, 베를린의 유스호스텔은 그냥 대형 호스텔이었습니다. 투숙객도 개별 여행객이 더 많은듯 자유분방만 분위기가 가득했고, 호스텔 리셉션에 따로 차린 바에서 술도 팔고 있었습니다.


원래 유스호스텔이 청소년의 야외 활동을 위한 숙소이기에 도심에 위치한 경우가 많지는 않습니다. 한국으로 따지면, 광화문 한복판에 청소년 수련원이 존재하는 식이니까 어색하죠. 그런데 최근 들어서 베를린, 함부르크, 뮌헨, 쾰른 등 대도시의 도심지에 유스호스텔이 생기고 높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호스텔월드 등 호스텔 숙박 사이트에서 유스호스텔이 검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으나 베를린 등 대도시의 유스호스텔은 이런 사이트에서도 검색 및 예약이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유스호스텔 고유의 기능이 많이 희석된 셈입니다.


그러다보니 일반 호스텔 업체와 마찰도 빚고 있습니다. 한 호스텔 프랜차이즈는 스스로를 설명하면서 Jugendherberge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가 DJH로부터 상표권 침해 소송에 걸려 패소한 사례도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일반 호스텔에서는 독일 정부에 계속 항의합니다. 유스호스텔이 일반 숙박업소와 다를 게 없는데 왜 세제지원 등의 특혜를 주냐고요. 일견 설득력이 있습니다.


유스호스텔은 국제연명도 존재합니다. 독일에서 시작된 유스호스텔 운동이 유럽으로 번지고, 세계로 번졌습니다. 물론 한국에도 유스호스텔이 있습니다.


그러나 유스호스텔 본래의 목적, 즉 청소년의 건전한 여가활동을 돕기 위한 비영리 숙소의 모습은 독일에서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 국가의 유스호스텔은, 마치 독일이 대도시도 그러하듯이 점차 일반 호스텔과의 차별점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예약과 투숙 등 독일 유스호스텔에 관련된 일반적인 정보는 네이버 포스트에 따로 정리한 글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