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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223. 트램, 낭만에 대하여

최근 "국내 1호 트램 도시"가 어디가 될 것인가 하는 뉴스가 보도되었는데요. 그걸 보면서 유럽의 트램 이야기를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트램에 연상되는 단어, 흔히 "낭만"을 거론합니다. 낭만적인 교통수단이라는 거죠. 저도 유럽 여러곳을 여행하면서 트램을 참 많이 이용했는데, 트램 하면 떠오르는 도시를 먼저 생각해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은 오스트리아 빈(Wien)과 헝가리 부다페스트(Budapest)였습니다. 거기의 트램이 어땠더라, 되새겨보니 실제 도시 풍경과 잘 어우러지면서 낭만적인 풍경에 일조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 구역(?)인 독일도 생각해보았습니다. 독일에서 트램이 다니는 도시도 여럿 있고, 명목상으로는 우반(U-bahn)이지만 전차가 지하가 아닌 지상으로 달려 사실상 트램이나 마찬가지인 도시도 여럿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뒤셀도르프(Düsseldorf)도 우반이 지상으로 다니는 (구간이 존재하는) 도시입니다. 그런데 뒤셀도르프의 트램(우반)이 낭만적이었던가,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하여, 생각했습니다.

"결국 낭만을 자아내는 건 트램이 아니라 도시였구나!"


무슨 소리인고 하니, 빈이나 부다페스트 또는 트램으로 유명한 프라하 등의 도시는 트램이 없어도 낭만적인 풍경을 가진 도시였다는 거죠. 그런 낭만적인 시가지 속에서,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트램이 달리니까 더 낭만적으로 보였던 건 아닐까요?


유럽에서 트램으로 유명한 도시는 모두 전통적인 시가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중세의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현실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을 선사합니다. 한국은요? 유감스럽게도 그런 도시가 없습니다. 모두 현대식으로 재창조되었고 고층건물이 도배하고 있습니다.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유럽과는 공식이 아예 반대라는 의미입니다.)


과연 이런 현대적인 시가지에서 트램이 달린다고 우리가 낭만을 느낄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또한 트램을 많이 타보았던 경험에 비추어 생각해보건대, 트램은 인구가 과밀되고 도시가 혼잡한 한국과 어울리는 교통수단은 아닙니다. 트램과 자동차가 같은 도로를 점유하는 것도 상상하기 어렵고, 오로지 외길로 달리는 트램은 한 번 사고라도 나면 아예 전체 노선이 올스톱된다는 점에서 더더욱 불확실성만 큽니다.


결국 현재 몇몇 지자체가 트램을 추진하려 하는 것은 지하철이나 경전철보다 비용이 저렴하다는 경제성 때문이지, 거기에 "낭만"이나 "관광상품" 등의 이유를 대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것도 있어요. 유럽처럼 별도의 개찰구가 없는 환경이라면 모르겠는데, 한국처럼 티켓을 검표하고 탑승하는 시스템에서 트램을 어떻게 운영할 수 있을까요? 버스는 기사가 보는 앞에서 검표를 하지만(카드를 터치하지만) 트램은 기사가 승객과 완전히 분리됩니다. 지상에 개찰구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임승차가 속출하겠죠. 아예 처음부터 트램을 염두에 두고 도시계획을 세워 신도시를 만들면 모를까, 기존 도시에서 가능한 방법이 아니라고 봅니다.


아울러 한국에서의 트램을 반대하는 이유로 이런 것도 있습니다.

이건 베를린(Berlin)의 트램입니다. 구동독 지역에 설치되어 있고, 샛노란 트램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모습이 나름 도시의 미관에 한 몫 거든다고 생각하는데요. 최근에는 추세가 이렇습니다.

트램 외관을 광고로 도배해버려요. 그냥 돌아다니는 광고판입니다. 이게 무슨 "낭만"이에요. 이미 다수의 버스도 광고로 도배하는 게 한국의 실정인데 과연 트램을 도입하면 광고 없이(또는 조그맣게) 깔끔하게 다닐까요? 분명히 광고로 도배를 할 것이고, 그냥 돌아다니는 광고판을 보게 될 겁니다.


도시의 미관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트램은 오히려 도시 미관을 해치는 존재가 될 겁니다. 높은 확률도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흔히 트램을 친환경 교통수단이라고 하잖아요. 저는 그 말에 썩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기름을 태우는 버스보다야 환경을 덜 해치겠지만 최근에는 전기버스에 수소버스까지 나오는 마당에 트램이 특별히 더 강력한 경쟁력이 있다고 보지는 않구요.


무엇보다, 실제 트램이 운행하는 도시를 여행하다보면, 트램이 지나갈 때 쇠 냄새가 강하게 나는 걸 느낍니다. 마찰로 쇳가루가 미세하기 날리니까 그렇겠죠. 그 분진은 어디로 갈까요?


우리나라는 워낙 중국발 초미세먼지가 심해 다른 대기오염원을 간과하는데, 독일 등 유럽의 경우에는 자동차 브레이크나 타이어가 마찰하며 나오는 오염물질까지도 미세먼지의 영역에 놓기 시작했습니다. 트램의 철로에서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죠. 우리나라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고려 자체가 없습니다.


어차피 대중교통 수단은 제공해야 하고, 지하철보다는 트램이 경제적이라 트램을 추진한다면 그 자체로는 논리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사실 그럴바에는 트램 대신 버스가 다니는 게 낫습니다. 전기버스가 다니면 환경오염도 트램과 차이 없습니다. 트램은 한 번 깔면 노선을 바꿀 수도 없지만(철로를 새로 깔아야 하니) 버스는 수요의 변동에 따라 노선을 유동적으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한국 실정에 트램은 맞지 않아 보입니다. 여러 단점을 가리고자 "낭만"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와서 유럽의 트램처럼 될 것이라 포장하는 것은 온당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