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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251. 신성로마제국, B.M.W를 기억하세요.

복잡하기 그지없는 신성로마제국의 역사를 파고 드는 시간. 신성로마제국의 수도에 이어 두번째로 신성로마제국의 대표국가와 그 특색을 볼 수 있는 대표도시를 정리합니다.


신성로마제국은 껍데기뿐인 영방국가이며, 실질적으로는 수많은 지방국가의 연합으로 보아야 합니다. 각 지방국가는 그 지역을 다스리는 권력자가 따로 있고, 법도 정할 수 있으며, 자기들끼리 영토전쟁을 벌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지방국가의 영주는 황제 또는 왕이라 부를 수는 없었고, 큰 국가의 영주는 선제후 또는 대공이라 불리었습니다.


이러한 지방국가 중 초기에 강한 힘을 떨친 곳은 작센(Sachsen)이었지만, 작센은 상속 과정에서 나라가 둘로 쪼개지며 차츰 힘을 잃게 됩니다.


본격적으로 힘의 질서가 재편될 때 강한 힘을 떨친 지방국가는 셋입니다. 이 셋의 대표도시가 어디일까요? 여러분은 B.M.W를 기억하시면 됩니다. 갑자기 뜬금없이 웬 자동차냐구요? 작가 마음대로 창조한 이니셜 B.M.W는 베를린(Berlin), 뮌헨(München), 빈(Wien)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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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 프로이센

프로이센(Preußen)은 신성로마제국의 가장 변방에서 출발한 소국이었으나 점차 중앙으로 진출하며 오늘날 베를린 부근의 브란덴부르크(Brandenburg) 공국을 흡수하고 베를린을 수도로 삼고 강력한 힘을 떨칩니다. 가장 상징적인 군주는 프리드리히 대왕이라고도 불리는 프리드리히 2세(Friedrich II)입니다.

그는 프랑스의 계몽주의에 큰 영향을 받았으며, 프로이센에서 제대로 계몽주의를 꽃피웁니다. 실용적이고 합리적이며 탈권위적이었죠. 그래서 종교와 인종에 관계없이 능력자를 대거 포용하며 기술과 산업, 학문이 모두 발달시켰으며, 군사력을 강화해 내실을 다졌습니다.

프로이센이 베를린에 남긴 건축물은 대개 크고 웅장하지만 화려한 장식이 없고 실용적입니다. 그래서 멋있습니다. 계몽주의가 고전주의로 발전해 건축물에도 신고전주의 양식을 적극 차용하였고, 옛 권력자의 강력한 힘이 느껴집니다. 대표적인 건축물이 브란덴부르크 문(Brandenburger Tor)입니다. 


뮌헨 - 바이에른

바이에른(Bayern)은 일찌기 신성로마제국 황제를 배출하기도 하였고 이후 쭉 강한 힘을 보유한 지방국가였습니다. 적극적으로 영토를 넓히지는 않았지만, 알프스 이북 지역이어서 이탈리아와 교역하는 관문이었기에 상업과 무역이 크게 발달하고 막대한 부를 획득했습니다. 또한 이 지역은 기후가 좋은 편이었기에 1차산업(농업과 축산업)이 크게 발달해 전체적으로 풍유롭고 여유있는 나라였죠. 가장 상징적인 군주는 루트비히 1세(Ludwig I)입니다.

그는 대단히 민족주의적인 인물이었습니다. 게르만족이 스스로 위대한 민족임을 인지해야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며 "명예의 전당" 같은 것을 열심히 만들었죠. 예술과 문화를 적극 융성하였습니다. 이 또한 우리가 이렇게 위대한 민족이라는 것을 보여줄 결과물이 필요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위대한 민족의 힘은 마치 고대 그리스의 정신과 같은 사상적 뿌리가 있다며 뮌헨을 아테네로 만들려고 하였습니다.

노골적으로 고대 그리스 신전을 모방한 건축물을 뮌헨에 건축하였습니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뮌헨은 "이자르강(뮌헨에 흐르는 강 이름)의 아테네"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쾨니히 광장(Königsplatz)은 마치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를 재현하려는듯 엄청난 공을 들였구요. 그 유명한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 역시 루트비히 1세가 고대 그리스에서 열린 올림픽을 참조해 개최한 행사가 기원입니다.


빈 - 합스부르크

수백년간 신성로마제국 황제를 배출한 합스부르크(Habsburg) 가문의 영지를 편의상 합스부르크 군주국이라고 부릅니다. 그 수도인 빈은 설명이 필요없는 제국의 가장 크고 강력한 파워의 중심지였죠. 당연히 다른 도시와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크고 화려한 시가지가 완성되었습니다. 가장 상징적인 군주는 마리아 테레지아(Maria Theresia) 여왕을 꼽을 수 있겠네요.

합스부르크 왕가는 다른 유럽의 여러 왕조와 사돈을 맺어 영토를 상속받는 식으로 지배영역을 넓혔습니다. 가령, 프랑스의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가 마리아 테레지아의 딸입니다. 마리아 테레지아는 대담한 결단력과 협상력으로 오스트리아의 힘을 키웠고, 전쟁도 마다않는 여장부였습니다.

합스부르크 왕조가 빈에 남긴 건축물은 그야말로 우아하고 웅장하고 기품이 넘칩니다. 거대한 궁전과 성당이 곳곳에 있고, 엄청난 규모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곳곳에 있고, 거리는 품격이 있습니다. 흔히 오스트리아를 동유럽이라 생각해서 빈에서 동유럽 분위기가 날 거라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빈은 파리에 뒤지지 않는 옛 권력이 그대로 느껴지는 엄청난 대도시입니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곳은 합스부르크의 궁전인 호프부르크(Hofburg)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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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역사에서 승리한 이는 프로이센입니다. 프로이센은 합스부르크와 전쟁에서 연거푸 이기고, 프랑스와의 전쟁에서도 이기고, 유럽의 맹주가 되었습니다. 프로이센이 프랑스를 이기고 파리를 함락한 뒤 베르사유궁에서 프로이센의 왕이 독일 황제로 취임하는 즉위식이 열립니다. 프랑스 입장에서는 꼭지가 도는 굴욕이죠.


이렇게 출범한 게 독일 제국입니다. 독일 제국은 프로이센이 주도했고, 다른 지방국가 모두가 "절대강자" 프로이센을 추대하여 수립되었습니다. 그만큼 프로이센은 경쟁자가 없는 원톱이었습니다. 그 시절 베를린에 남긴 무수한 건축과 박물관이 그 힘을 증명합니다. 특히 박물관섬(Museumsinsel)이 그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겠습니다.

5개의 대형 박물관이 군집한 박물관섬은, 독일이 가장 힘 있을 때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보물과 유적을 모아놓은 곳입니다. 마치 런던의 영국박물관처럼,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처럼, 이집트나 중동의 고대 유적부터 시작하여 수많은 보물이 모여 있습니다. 각각의 건물도 마치 신전을 보는듯 웅장한 건축미를 자랑하고, 그 내부의 소장품은 -제2차 세계대전 중 폭격으로 커다란 피해를 본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방대한 양과 우수한 질을 보장합니다. 이런 보물을 모을 정도면 그 힘이 어마어마했겠구나, 자연스럽게 수긍하게 됩니다.


그런데 독일 제국이 출범할 때 프로이센과 전쟁을 치른 원수관계인 합스부르크는 빠집니다. 바이에른은 주판알을 튕겼습니다. 원래부터 독야청청 기질이 있었는데, 독일 제국에 합류할지 그냥 독립할지 오래 힘겨루기 하다가 결국 합류하게 됩니다.

바이에른의 "홀로 고상한" 기질을 잘 보여주는 곳이 바로 그 유명한 노이슈반슈타인성(Schloss Neuschwanstein) 아닐까요? 물론 이곳은 "미치광이 왕" 루트비히 2세의 똘끼(?)도 고려해야 하지만, 아무튼 이렇게 알프스 인근에서 독자적인 색채를 가지고 자신만의 이상향을 찾던 곳이 바이에른이었음은 분명합니다.


합스부르크는 힘이 강하던 시절 수많은 점령지를 보유했는데, 이제 힘이 빠지고 나니 이걸 다 지키기 힘듭니다. 그래서 점령지 중 가장 컸던 헝가리와 대타협을 통해 오스트리아-헝가리 이중제국을 수립합니다. 이제 합스부르크의 왕은 헝가리의 국왕을 겸임하지만, 헝가리는 오스트리아와 동등한 위치에서 주권을 행사하게 되었습니다.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Budapest)에서 볼 수 있는 거대하고 웅장한 건축물의 향연은 여기서 기인합니다. 오랫동안 합스부르크의 지배를 받으며 보고 배운 것이 있는 상태에서, 그 대단한 합스부르크와 동등한 관계가 되었다는 자부심이 랜드마크의 건설로 표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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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지금까지 B.M.W. 세 도시를 통해 신성로마제국의 세 주요 국가와 그 분위기를 살짝 소개해드렸습니다.


베를린을 여행할 때에는 "멋"을 느껴보세요. 힘을 과시하되 사치를 부리지 않는 실용적인 독일의 정신을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오랜 분단을 거치며 도시가 많이 훼손된 것이 아쉽지만, 지금까지도 계속 복구 과정에 있으니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욱 그 "멋"은 제대로 살아날 것입니다.


뮌헨을 여행할 때에는 "민족"을 느껴보세요. 게르만 민족주의를 가장 앞장서서 띄우면서 그 영향으로 민족의 자부심을 표현하고자 만든 수많은 결과물을 구경하세요. 강대국은 아니지만 강대국 부럽지 않은 힘과 부를 가진 나라였기에, 스케일이 크지는 않아도 단단하고 화려한 유산을 많이 남겼습니다. 가장 민족주의적이기에 가장 보수적이기도 하며, 그래서 맥주-축구-자동차 등 우리가 독일 하면 먼저 떠오르는 독일적인 모습이 가장 극대화 된 도시이기도 합니다.


빈을 여행할 때에는 "화려함"을 느껴보세요. 파리도 부럽지 않은, 유럽이 어느 대도시도 부럽지 않은 웅장하고 우아하고 화려하며 거대한 중세의 대도시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신성로마제국은 워낙 복잡한 역사이기에 글 하나로 정리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여기 소개해드린 B.M.W 세 도시 고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면, 당신은 신성로마제국의 중요한 세 가지 조각을 맞추게 될 것입니다. 엄밀히 말하여, 제가 소개한 세 명의 군주는 신성로마제국이 붕괴된 뒤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과도기일 때 등장한 군주들이기 때문에 이들로부터 신성로마제국의 힌트를 얻는 게 부적합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결국 이들이 추구한 이상향을 통해서 우리는 충분히 신성로마제국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