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두.유. Travel to Germany

#279. 뮌헨 레지덴츠 궁전의 사자

쿨투어구트를 소개할 때 언급한 뮌헨 레지덴츠 궁전의 사자에 얽힌 이야기를 따로 하나의 글로 정리합니다.


바이에른의 상징 동물이 사자입니다. 그래서 뮌헨에서도 어디를 가나 사자를 만나게 될 텐데, 바이에른 왕국의 본궁인 레지덴츠 궁전의 정문에도 사자가 지키고 있습니다.

이 날은 뮌헨 마라톤 경기가 열리는 날이라 이렇게 펜스를 쳐두었지만 원래 이 앞길은 사람이 지나다니는 통행로입니다. 사자상을 가까이에서 보면 한 부분만 반질반질한 걸 알아챌 수 있습니다.

사자가 들고 있는 방패 끝 툭 튀어나온 부분은 사람들이 만지고 지나가는 바람에 반질반질 빛이 납니다. (이 부분도 사자의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왜 사람들이 이걸 만지는고 하니, 이 부분을 만지면 재물이 들어온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행지에 이런 류의 스토리가 참 많죠. 레지덴츠 궁전의 사자가 재물의 상징이 된 스토리는 이러합니다.


이 이야기는 바이에른의 국왕 루트비히 1세를 소환해야 됩니다.

루트비히 1세는 뮌헨을 "이자르강의 아테네"로 만든 국왕입니다. 학문, 기술, 예술 등 모든 분야의 수준을 확 끌어올렸고, 민족주의를 자극해 국민의 자긍심을 고취하여 성장 동력으로 삼았습니다. 솔직히 이 양반이 한 일들은 칭찬받을 것이 많습니다. 좋은 왕이었어요.


하지만 딱 하나, 사생활(특히 여자 문제)이 좋지 못해 끝내 사단이 나고 맙니다. 이 이야기만 해도 글 하나를 써야 할 정도니, 우선은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여기까지만 하고 스토리를 진해할게요.


여자 문제 때문에 국왕이 큰 잘못을 저지르고 백성의 원성이 하늘을 찌릅니다. 뮌헨의 대학생들은 국왕에게 항의하는 데모도 열었어요. 궁전 담벼락에 대자보도 붙였습니다. 왕의 권력이 절대적인 왕정시대에 공개적으로 왕을 비난하는 건 정말 목숨 내놓은 행동이었죠.


궁전에 대자보를 붙인 학생이 잡혔습니다. 그는 궁전에 끌려들어가 루트비히 1세를 대면하게 됩니다. 나는 이제 감옥살이 하겠구나, 바들바들 떨면서 왕을 만났는데 뜻밖에도 국왕은 학생을 크게 칭찬하며 돈자루를 쥐어주고 돌려보냈대요.


이 양반이 비록 여자 문제 때문에 큰 잘못을 저질렀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왕의 성품을 가진 사람이에요. 자기 목숨 내놓고 올바른 이야기를 하는 대학생을 보면서 나라의 미래에 희망을 보았는지도 모릅니다. 비록 자기를 비난했지만 그래도 대견했나봐요. 포상금까지 쥐어줍니다.


학생은 돈자루를 들고 궁전 밖으로 나옵니다. 왜 그런 기분 아시죠? 너무 긴장해서 바들바들 떨다가 긴장이 탁 풀리면 다리에 힘이 빠지고 휘청거리게 되죠. 궁전 밖으로 나오던 학생은 다리가 풀리면서 쓰러지지 않으려고 옆에 있는 사자상의 튀어나온 부분을 잡고 서 있었습니다.


밖에서 사람들이 이 광경을 보았습니다. 사자상을 잡고 돈보따리를 들고 있는 학생을 보았죠. 그것도 옥살이할 줄 알았는데 행운이 갑절로 찾아왔구나,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이후 사람들은 사자상을 만지기 시작했습니다. 나에게도 행운이 곱절로 와서 돈보따리가 생기면 좋겠다는 염원을 담아서요. 지나가는 사람마다 만지고 가니 저렇게 반질반질해졌습니다.


제가 알기론 지금의 사자상은 오리지널이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복원된 것이라고 들었는데, 이 전통이 계속 이어져 지금까지도 행인들이 한 번씩 만지고 가니 오리지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역시 반질반질합니다.


여러분도 뮌헨을 여행하거든 -레지덴츠 궁전 앞은 지나가지 않을 수가 없으니- 사자상 한 번 만져보세요. 혹시 아나요. 재물운이 찾아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