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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283. 베를린과 부다페스트의 클럽

독일 베를린은 클럽 문화에 있어 세계 톱클래스를 달리는 도시입니다. 유럽에서, 특히 동유럽에서 오직 클럽에 가기 위해 베를린을 찾아올 정도라고 하니까요.


이토록 외국에서까지 찾아올 정도로 유명하다면 뭔가 개성적인 매력이 있다는 것이겠죠. 실제 베를린의 클럽은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려운 베를린만의 분위기로 유명합니다.

그 분위기가 무엇인고 하니, 다 무너져 가는 폐허 같은 건물을 가득 채우고 시끄럽게 노는 걸 말합니다. 가령, 베를린에서 가장 유명한 클럽으로 꼽히는 베르크하인(Berghain)은 폐발전소에 생긴 클럽입니다. 폐건물을 부수고 새로 만든 게 아니라 그냥 폐허 같은 건물에서 놉니다. 물론 안전은 문제가 없도록 보강했지만요.

베를린의 유명한 클럽이 대개 이런 식입니다. 문 닫은 옛 은행에 생긴 트레조르(Tresor) 역시 폐허 같은 큰 건물이 통채로 클럽이 됐죠. 은행이었다보니 금고가 있는 방은 쇠창살이 달려 있는데, 이게 지금 보면 마치 감옥 같은 느낌도 줍니다. 이런 공간에서 밤새도록 놀다 갑니다.

골든 게이트(Golden Gate)는 문 닫은 자전거 수리점 건물에 생긴 클럽이에요. 이런 식으로 폐허에서 노는 것이 유행입니다. 음산한 실내에 조명을 정신없이 밝히면 그 분위기가 굉장히 몽환적이고, 옛날 건물이 대개 그러한데다가 발전소나 공장 등의 용도였기에 천장이 높은 홀 구조이다보니 음향도 엄청나죠.


무엇보다 베를린의 클럽은 아주 화끈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인용체로 적는 이유는 제가 직접 들어가보지 못해서입니다. 어차피 저는 들어가려 해도 입구에서 짤립니다. 오랜 분단을 거치며 사람들이 무정부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통일 후에는 자유를 얻은 동베를린 젊은이들이 더욱 무절제하게 놀아서 그 문화가 만들어진 이유도 있습니다.


가령, 서두에 소개한 베르크하인만 하더라도 아주 하드코어한 곳입니다. 기존에 제가 여기를 소개할 때 "한국의 클럽을 생각하면 전혀 상상도 못할 분위기"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한국의 클럽은 위법적으로 하드코어했다는 씁쓸한 정황이 알려진 요즘에는 이런 수식어가 머쓱하기는 합니다. 아무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낯뜨거운 풍경이 구석진 곳에서 펼쳐지는 그런 분위기라고 합니다.


일부 클럽은 "최대한 적은 옷차림"을 드레스코드로 삼기도 합니다. 입구에 옷 보관소가 있어서, 만약 입장객이 "너무 많은" 옷을 입고 있다면 옷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아주 끝장을 본다는 각오로 밤을 불태우니 베를린의 클럽 문화가 유명할 수밖에요.


클럽은 제 전공(?)분야는 아니라서 저도 지식은 빈약하기는 하지만, 아무튼 최소한의 정보는 <베를린 홀리데이>에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최근에는 베를린의 클럽에 도전장을 던진 무서운 추격자가 있습니다. 바로 헝가리 부다페스트입니다.


부다페스트에는 최근 루인펍(Ruin pub)이라는 카테고리가 크게 유행하고 있습니다. 이름부터가 폐허(ruin)를 달고 있으니 그 분위기가 벌써 짐작이 가죠.

루인 펍의 시초인 심플러 케르트(Szimpla Kert)입니다. 폐허 같은 건물을 술집으로 만들었습니다. 술을 파는 펍이지만 건물의 중앙 통로였을 것 같은 폐허 같은 홀에서는 음악을 틀고 조명을 밝히며 클럽처럼 춤추고 놉니다. 가히 베를린의 폐허 같은 클럽에 뒤지지 않는 아주 다크한 밤문화가 펼쳐집니다.


이러한 펍이 등장한 배경도 베를린과 유사합니다. 공산국가인 헝가리가 민주화된 이후 갑작스레 얻게 된 자유를 분출할 해방구가 필요했는데, 마침 옛 유대인 거주지는 나치 독일 이후부터 가혹한 박해를 받아 폐허처럼 방치되어 있었고, 이 뒷골목 같은 음산한 곳에 생긴 심플러 케르트가 크게 인기를 얻게 된 것입니다. 동유럽 특유의 히피문화가 더해져 베를린과는 또 다른 밤문화를 창조했습니다. 물론 베를린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심플러 케르트의 대유행 이후 그 부근에 언케르트(Anker't), 인스탄트(Instant) 등 루인펍이 속속 생겨납니다. 그 중 일부는 누가 봐도 일부러 폐허처럼 인테리어를 갖추고 루인펍 흉내를 내는 곳도 보입니다만, 아무튼 루인펍은 이제 부다페스트를 대표하는 나이트라이프 콘텐트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대신 아주 화끈하다 못해 끈적끈적한 베를린의 하드코어한 클럽들과 달리, 부다페스트의 루인펍은 대중적인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평범한 여행자가 잠깐 땀 빼며 놀기에는 베를린보다 부다페스트가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부다페스트의 루인펍에 대한 이야기는 <부다페스트 홀리데이>에 담겨 있습니다.


폐허에서 즐기는 이색 밤문화. 묘한 공통점을 가진 베를린과 부다페스트의 클럽 문화 소개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