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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297. 수도관 + 곰 = 베를린

독일 베를린을 걷다보면 관광지가 아닌 그냥 평범한 길거리에서 시선을 끄는 피사체를 여럿 마주하게 됩니다.

이런 파이프도 그 중 하나입니다. 대로변에 이런 컬러풀한 파이프가 지나가요. 이게 뭔가 싶을 텐데요. 이 녀석의 정체는 수도관입니다.


보통 수도관은 지하에 묻는 게 일반적일 텐데, 베를린은 습지 지형에 위치하고 있다보니 땅 밑에 수도관을 두는 게 부적절한 지역에서는 이렇게 공중으로 수도관이 지나가게 해두었습니다.


그러면 일직선으로 만들어도 될 텐데 구불구불하게 만든 이유는 뭣인고 하니, 겨울에 수도관이 동파되지말라는 의도라고 합니다.


이렇게 지상으로 수도관이 지나가도록 설계한 도시가 세계에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정도로 베를린은 습지 지대에 세워진 도시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슬라브어로 '늪' 또는 '습지'를 뜻하는 단어가 베를(Berl)이래요. 여기에서 도시 이름 베를린이 유래했다고 이야기합니다.

베를린을 여행하다 보면 정말 수없이 곰을 만나게 됩니다. 위 사진은 모두 버디베어라 불리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입니다. 버디베어만 가지고도 글 하나를 쓸만큼 내용이 많기 때문에 우선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구요.

현대에 들어 곰이 유행한 게 아니라 오래 전에 제작된 광장 팻말을 보아도 곰이 등장합니다. 중세부터 베를린의 상징이 곰이기 때문입니다.


한 전설이 있습니다.


사냥꾼이 곰을 잡으려고 추적하다가 방아쇠를 당기려던 찰나 새끼 곰과 함께 뒹구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차마 새끼들 앞에서 어미 곰을 죽일 수 없어서 그냥 돌아서면서 "이 지역을 새끼 곰이라 부르겠다"는 말을 남깁니다.


독일어로 새끼 곰을 베얼라인(Bärlein)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베를린이라는 도시 이름이 유래했다고 이야기합니다. (Berlin의 현지 발음은 '베얼린'에 가깝습니다.)


정확한 기록이 문헌에 남지 않아 베를린의 어원을 팩트로 입증하지는 못하지만, 대다수의 학자는 위 두 가지 스토리에서 베를린이 유래했다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첫번째 이유일 확률이 더 높겠죠.


베를린을 걷다가 마주칠 수도관과 곰을 보면서 "아, 이래서 베를린이구나"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베를린은 이처럼 참 많은 스토리가 곳곳에 숨어있는 도시입니다. 베를린 단독 가이드북 <베를린 홀리데이>가 그 많은 스토리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