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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296. 개성만점 베를린 로스터리카페

베를린은 젊고 글로벌하며 자유로운 도시입니다.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더라도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가 아니라 작고 아담한 카페에서 직접 원두를 로스팅해 자신만이 개성적인 맛과 분위기를 내는 곳에서 마시는 것이 자연스럽죠.


한국도 골목마다 한 블록 건너 카페가 있을 정도로 사람들이 커피를 많이 마시고 커피에 대한 소양이 깊고 트렌드에 민감한 편인데, 그런 한국인의 취향조차도 충분히 만족시켜줄 베를린의 로스터리카페 세 곳을 소개합니다.


참고로 저는 분초를 쪼개가며 취재하는 입장이다보니 카페에 앉아서 커피 한 모금 마실 여유도 없는지라 모두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했고, 커피가 나오는 사이에 카페 구석구석(이라고 할 것도 없이 아담하기는 하지만) 살펴보며 그 분위기를 느껴보았습니다.


첫번째로 소개할 곳은 더 반(The Barn)입니다.

베이커리 종류는 조금만 가져다두고 커피로 승부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구요. 워낙 인기가 많다보니 내부가 늘 혼잡한 편입니다. 대신 편안한 소파 좌석 위주여서 오래오래 떠들어도 좋은 분위기였습니다. 좌석 사이가 좁아 다른 손님들과 많이 부대끼기는 할 것입니다.


좀 덜 부대끼는 분위기를 선호한다면 보난자 커피(Bonanza Coffee)가 좋습니다.

좌석간 독립된 분위기가 강하고 야외 테이블도 여럿 있어 혼자 시간을 보내거나 내 일행만 신경쓰며 떠들기 좋은 모습이었습니다. 다만, 좌석이 편해보이지는 않았구요. 공간이 널찍널찍하고 분위기 좋은 음악도 틀어두었습니다. 그런가하면 인테리어는 매우 노멀해서 커피 볶는 공방에 들어온 기분입니다.


더 반과 보난자 커피, 그리고 디스트릭트 커피(Distrikt coffee)까지 세 곳을 소위 "베를린 3대 로스터리카페"라고 부르며, 셋 다 미테 지구에 있습니다. 디스트릭트 커피는 시간상 가보지 못했고, 더 반과 보난자 커피를 비교하자면, 개인적으로 커피 맛은 더 반을, 분위기는 보난자 커피를 좋게 평가합니다. 물론 맛과 분위기는 개인차가 있으니 어디까지나 참고만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또 한 곳 마음에 들었던 카페는 하이엔드 커피(High End Coffee)였습니다.

분위기 좋고, 커피 맛도 좋고, 테이블도 꽤 많습니다. 그런데 여기도 결정적인 단점이 하나 있는데, 테이블과 의자가 일체형(?)으로 되어 있다보니, 4인석 테이블에 전부 손님 1명이 앉아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두들기고 있으니 빈 테이블 찾기 힘듭니다. 1인석, 2인석 등 다양하게 배치해두었다면 아마 더 많은 손님이 들어올 수 있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커피도 커피지만 베이커리 또한 중요하다 하는 분들은 차이트 퓌어 브로트(Zeit für Brot)도 기억해두세요.

직역하면 "빵 먹을 시간"이라는 뜻이고, 베이커리 성격이 더 강한 곳입니다. 케이크나 쿠키 같은 카페용 디저트가 아니라 진짜 빵집이에요. 물론 그러면서도 커피 맛이 좋기 때문에 식사 시간대에도 사람이 많고 식후 시간대에도 사람이 많습니다. 딱 봐도 건강한 맛이 느껴지는 오리지널 독일빵이 잔뜩 있습니다.


이상 카페 네 곳을 소개해드렸는데요. 여기 나온 커피 사진은 모두 플랫화이트(Flat white)입니다. 플랫화이트는 카페라떼와 비슷한데, 우유 거품 입자가 더 작고 부드러워 커피 본연의 맛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플랫화이트를 설명하는 문구에는 이 우유 거품을 '벨벳 같은(velvety)' 느낌이라 표현합니다.


베를린은 유독 플랫화이트를 사랑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플랫화이트는 호주에서 시작된 방식인데, 글로벌 도시 베를린이라 그런지 독일스러운 카페 문화가 아니라 서구의 최신 트렌드를 한껏 빨아들인 카페 문화를 보여줍니다.


메뉴판에서 아메리카노라는 말은 구경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아메리카노 스타일을 원하면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면서 뜨거운 물을 더 채워달라고 이야기하면 됩니다. 아메리칸 스타일이라고 하면 그들도 알아듣더군요.


젊고 글로벌한 도시의 단면을 보여주는 베를린의 소규모 개성만점 로스터리카페 문화를 소개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