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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302. 카롤링어 왕조의 문화유산

신성로마제국보다 더 먼 과거의 이야기를 불완전하게나마 들려드렸습니다. "유럽의 아버지" 카롤루스 대제의 왕조, 즉 카롤링어 왕조는 족히 1천년도 훨씬 넘은 오랜 역사의 주인공들이죠. 그들이 남긴 문화유산은 (물론 사후에 복원되거나 변형되기도 했지만) 유럽 전체의 역사를 통틀어 "선조"급에 해당되는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여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카롤링어 왕조와 관련된 유적들을 모았습니다. 모두 독일에 있습니다. (카롤링어 왕조는 독일어식 표현이므로 최근에는 카롤루스 왕조라고 적는 경향이 강합니다.)


아헨 대성당

카롤루스 대제가 수도로 삼았던 아헨(Aachen)의 심장, 아헨 대성당(Aachener Dom)입니다. 생긴 게 굉장히 독특하죠. 이 중 중앙의 팔각형 부분이 원래 카롤루스 대제 시절의 것이고, 이후에 첨탑 등이 추가로 지어져서 독특한 건축미를 갖습니다. 카롤루스 대제가 만든 아헨 왕궁은 지금 볼 수 없지만 아헨의 시청이 원래 왕궁이 있던 자리이고, 왕궁에서 건물이 쭉 이어져 가장 끝에 만들어진 예배당이 바로 아헨 대성당의 팔각형 돔 부분에 해당됩니다.


코르베이 수도원

획스터(Höxter)에 있는 코르베이 수도원(Stift Corvey)입니다. 카롤루스 대제는 기어이 작센을 정복하고 영토에 편입시킨 뒤 기독교를 전파합니다. 교구를 만들고 대성당을 만드는 것은 물론, 수도원을 만들 계획까지 세웠는데, 그의 사후 아들(후임 왕)에 의해 코르베이 수도원이 만들어졌습니다. 나중에 성자 비투스의 유해가 이곳으로 옮겨져 많은 순례자들이 찾으며 수도원이 더 크게 증축됩니다. 오늘날에도 카롤링어 왕조 시대의 건축 경향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유적으로 꼽힙니다.


로르슈 수도원

시작은 백작의 수도원이었습니다. 그것이 카롤루스 대제에게 봉헌되면서 이후 황제의 수도원으로 격상되었습니다. 오늘날 수도원은 대부분 허물어지고 그 터만 남아있는데, 게이트에 해당되는 건물만 기적적으로 원래 모습 그대로 남아 카롤링어 왕조 시대의 건축양식을 증언합니다. 훗날 프랑크 왕국이 분열된 후 동프랑크를 맡았던 독일왕 루트비히도 사후 여기에 안장되었다고 할 정도로 상당한 존재감을 가진 성지였습니다.


아헨 대성당은 독일(당시 서독)에서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되었을 정도로 가장 존재감이 강한 역사적인 유적입니다. 말하자면 이런 셈이죠. "우리나라에서 첫 문화유산을 신청하려는데 뭐가 좋을까, 당연히 카롤루스 대제의 아헨 대성당이지." 독일인에게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그런 존재감이라고 하겠습니다.


카롤링어 왕조의 건축 스타일은 곧장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계승됩니다. 로마네스크부터는 그래도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곳이 많은데, 카롤링어 왕조의 유적은 남아있는 곳이 드물어요. 그래서 더욱 가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