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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310. 시민 공원에서의 봄나들이

독일은 공원이 참 많습니다. 땅덩어리가 넓어서 그렇다고 하기엔, 그 자리에 빌딩을지으면 큰 돈을 벌 것 같은 도심 한복판에 초대형 공원이 존재하는 경우가 수두룩한 것으로 보아 삶의 질에 있어 공원이 차지하는 비중을 매우 높게 여기는 것으로 유추하기에 무리가 없습니다.


여름은 덥고 가을은 쌀쌀하죠. 공원에서 나들이하기에는 봄이 가장 좋습니다. 봄에 독일을 여행한다면, 베를린이나 뮌헨 같은 대도시를 포함하여 어디에 가든 넓고 쾌적한 공원에서 기분 좋게 산책하며 힐링할 수 있습니다.

특히 독일의 공원은 "잔디보호" "출입금지" 같은 팻말이 없습니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완전히 개방되어 있어 잔디밭에 들어가도 되고, 드러누워도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의 공원에서 "잔디보호" 같은 말을 보면 선뜻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공원에서 잔디밭에 못 들어가게 할 거면 이 잔디는 관상용인가, 대관절 꽃도 아니고 잔디까지 관상용으로 보라고 시민의 출입을 금지하는 건 주객이 전도된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독일에서는 잔디밭에서 뛰어노는 어린이들과 강아지들이 어우러져 분위기가 참 좋아요. 대단한 관광지는 아니지만 정말 소소하게 기분 좋은 볼거리를 선사합니다.

돌바닥에 돗자리 깔고 앉아 도시락 먹는 것과, 잔디밭에 돗자리 깔고 나무 그늘에서 도시락 먹는 것. 똑같은 행위이지만 그 장소에 따라 완전히 느낌이 다르죠. 공원에서의 봄나들이는 피크닉입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 중이라면 더더욱 즐거운 시간이 될 것입니다. 물론 먹을 것과 마실 것을 가지고 와도 관계없습니다. 쓰레기만 잘 버리면 돼요.

보름스의 한 공원에는 이런 팻말을 붙여두었습니다. 반려견이 용변 본 것은 주인이 치우라는 문구입니다. 이런 식으로, 공원 관리 주체가 할 말이 있으면 그들이 이야기합니다. 아무 팻말이 안 보인다, 그러면 거기서 뭘 해도 괜찮은 거니까 기본적인 에티켓에 어긋나지 않는 이상 자유입니다.

허가된 구역에서는 그릴도 가능합니다. 불도 피울 수 있어요. 언뜻 생각하기에 불똥이 튀어 화재라도 나면 어떡하나 싶지만, 허가된 구역에서는 개인이 안전에 유의한다는 전제 하에 불을 피워도 됩니다. 캠핑하러 멀리 갈 필요 없어요. 동네 공원에서 고기 구워먹고 신나게 놀다가 집에 가면 됩니다.


물론 우리 같은 여행자가 그릴 장비를 가지고 다닐 것도 아니니 현실적으로 여행자는 그릴에 대해서는 생각할 필요 없겠죠. 아무튼 이 정도로 자유로운 분위기라는 의미입니다.


바쁘게 여행하며 하나라도 더 보는 것도 좋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다니니까요. 하지만 날씨 좋고 볕이 따뜻하다면 잠시 피크닉으로 쉼표를 찍어봅시다. 독일에서는 당신이 어디에 있든 그것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