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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311. 함부르크 5대 교회가 의미하는 것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회는 161.5m의 첨탑을 가진 울름 대성당입니다. 독일 울름(Ulm)에 있습니다. (바르셀로나에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완공되면 이제 타이틀 왕좌를 넘겨주게 됩니다.)

이런 교회를 보고 있노라면 "와, 저걸 어떻게 만들었냐"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학 기술도 물론 출중해야 하지만, 일단 저걸 만드느라 얼마나 많은 인부를 동원하고 많은 자재를 공수했을 것이며, 정성스레 만드느라 공사기간도 엄청나게 길었을 것 아닙니까.


여기 다른 교회를 하나 더 보여드릴게요.

독일 하노버(Hannover)의 마르크트 교회입니다. 육중한 고딕 양식인데요. 자세히 보시면 탑을 짓다 만 것처럼, 거대한 탑이 하늘로 올라가다가 갑자기 조그마한 종탑으로 마무리합니다. 자연스럽지 않죠.


마르크트 교회가 이렇게 완공된 이유는 공사비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교회를 짓는다는 건 신성한 행위였으므로 도시의 역량이 집결되는 작업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어쨌든 돌과 공사자재를 구입하고 인부에게 인건비를 주어야 하니 천문학적인 돈이 들었을 테고, 그걸 감당하지 못하면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거죠.


울름 대성당 이야기로 글을 시작했는데, 이런 거대한 프로젝트를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수한 건 사람의 의지와 정성도 대단하지만 막대한 돈을 감당할 능력도 된다는 걸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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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이 길었습니다. 이제 이번 글의 주인공 함부르크(Hamburg)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함부르크에는 소위 "5대 복음교회"라 불리는 중앙교회(Hauptkirche; 보통 복수형으로 Hauptkirchen이라고 표현)가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순서대로 성 미하엘 교회, 성 니콜라이 교회, 성 페트리 교회, 성 야코비 교회, 성 카타리나 교회입니다.

모두 고딕양식, 특히 독일 북부에서 주로 발견되는 붉은벽돌 고딕양식입니다. 각각 규모가 어마어마한 대형 교회는 아니에요. 그러나 모두 시내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밖에서 보기에는 크게 실감이 나지 않아 잘 몰랐지만, 나중에 자료를 찾다보니 5대 복음교회의 높이가 다들 만만치 않더군요. 순서대로 132.2m - 147.3m - 132.3m - 116.7m - 125.4m 입니다. 게다가 이 중 앞의 세 곳은 공사 시기도 1700년대 말부터 1800년대 말로 비슷해요. 즉, 동시에 시내 중심에 130m 이상의 높은 교회 셋을 공사해도 거뜬히 완공시킬 수 있을 정도로 함부르크가 부유한 도시였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성 니콜라이 교회 첨탑 전망대에서 성 미하엘 교회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현대식 고층건물도 여럿 보이지만 교회 첨탑보다 높이 솟은 건물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함부르크의 5대 복음교회는 도시에서 가장 높이 삐죽 솟아나온 이정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함부르크는 시가지가 매우 고급스럽습니다. 시청사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겠네요.


게다가 함부르크는 독일 분단시절 서독에서 가장 큰 도시이기도 했습니다. 즉, 독일이 고도성장할 때 가장 경제력이 밀집되었겠죠.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 부유함이 선물한 고급스러운 시가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함부르크의 위치가 독일 북쪽 끄트머리이다보니 상대적으로 한국인 여행자에게 저평가되어 있습니다만 독일에서는 외국인 방문자가 베를린에 이어 두번째로 많이 찾는 도시가 바로 함부르크입니다. 물론 도시의 규모도 베를린에 이어 독일 제2의 도시입니다.


함부르크의 5대 복음교회는 그 매력의 기원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