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독일뉴스

News | 호른바흐 인종차별 광고의 종말

백인 남성의 땀냄새를 맡고 동양 여성이 황홀해 하는 어처구니 없는 광고로 인종차별 구설수에 오른 호른바흐(Hornbach)의 광고가 끝내 막을 내렸다. 독일 광고위원회에서 이 영상을 인종차별적 광고로 규정하고 변경 또는 중단을 명령했고, 호른바흐사에서 이를 수용함으로써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호른바흐 측의 해명으로는, 동양 여성뿐 아니라 백인 여성과 남성도 동일한 콘셉트로 나오는 시리즈 광고였다며 인종차별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었다. 필자 역시 이 광고가 매우 더럽고 불쾌한 광고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이 인종적 우월감에 취해 만든 광고는 아니라고 보았다. 굳이 따지면 남성우월적, 옛날 표현을 빌리면 마초적인 관점에 취해 만든 광고라고 보았다.


조심스럽게 비유하자면 이런 식이다.


한국의 어떤 영화에서 조선족을 범죄소굴로 묘사한다며 조선족 단체가 영화상영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낸 적이 있다. 영화를 만드는 측에서는 주 소비층 사이에 통용되는 스테레오타입에 충실했을뿐 인종차별적인 의도는 없었을 것이다. 스스로가 착하지 않다는 건 알지만 사악하지도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평소 알게 모르게 받아온 차별의 설움까지 더해져 더욱 화가 나기 마련. 호른바흐의 해프닝이 이와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 세상에 인종차별이 없는 나라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을 포함해서 말이다. 그러나 내 마음 속에 잠재되어 있는 차별적인 가치관을 그냥 마음 속에만 담아두어야 하는, 겉으로 드러냈다가는 주변에 손가락질을 받거나 심한 경우 법적,제도적 제재를 받게 되는, 그런 공감대와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는가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보는데, 적어도 전 세계에서 이러한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는 나라로 독일만한 곳이 없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호른바흐 광고 사태가 그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 같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번 사태는 좋은 선례를 남겼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한국문화원에서 발 벗고 나섰다는 점이다. 공무원적 마인드로 보자면 한국문화원은 한국 문화를 독일에 알리는 것만 열심히 하면 되는 건데, 개개인의 민원은 무시해도 그만이지만 한 국가 공식기관이 나서면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는 노릇. 엄밀히 말해 자신의 유관업무가 아닌데도 그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자기 일처럼 노력한 한국문화원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