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독일뉴스

News | 2019년 유럽의회 총선 관전 포인트

이번달 말 유럽의회 총선이 열린다. 유럽의회란 EU의 국회, 즉 EU 국민 5억명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이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민주주의 선거로 꼽힌다. (첫 번째는 인도 총선이다.)


EU의 입법 기능은 유럽 집행위원회가 주도적으로 처리하며, 유럽의회는 거부권 행사 등 일종의 견제장치로 작동한다. 아무래도 각각의 이해관계가 판이하게 다른 유럽 각국 출신의 의원들이기에 일반적인 의회와는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 임기는 5년.


유럽의회는 총 751명을 선출하며, 국가별로 인원이 할당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인구 규모에 따라 의석수가 할당되지만 완전히 비례하는 건 아니다. 현재 유럽의회에서 가장 많은 의원을 할당받은 국가는 독일(96명), 그리고 이번 선거는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의 투표권이 박탈됨에 따라 영국에 할당된 의석을 일부 조절하여 총 705명을 뽑을 예정이라고 한다.


선거는 각 국가별로 진행된다. 가령, 독일에서는 독일 몫으로 할당된 96명의 의원을 뽑는 선거가 열린다. 선거 방식은 기본적으로 완전 비례대표제를 원칙으로 하되 국가의 상황에 따라 비례제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변형이 가능하다. 독일은 물론 정당명부식 완전비례제로 진행하여 유권자는 정당에 투표하게 된다.


만약 독일의 A 정당이 50%의 득표를 기록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96명의 50%인 48명을 A 정당에서 배출하게 되는 방식이다. 비례명부에서 상위 48명까지 당선된다.


또한 이러한 각 정당간의 연합이 형성되어 있다. 유럽 각국의 중도보수 성향의 정당들이 하나의 그룹을, 중도개혁 성향의 정당들이 하나의 그룹을 이루는 식으로 서로 연합하는 식이다. 가령, 중도보수 그룹인 유럽국민당(EPP)은 독일의 기민당, 프랑스의 공화당, 이탈리아의 자유인민당 등이 속해 있다. EPP 그룹에 속한 각 정당이 배출한 의원의 수를 다 합치면 EPP의 의석 수가 된다. (이 그룹의 개념은 교섭단체와 역할이 같다고 이해할 수 있다.)


지난 선거인 2014년 총선에서는 EPP가 221석으로 다수당이었으나 과반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고, 중도개혁 그룹인 사회민주진보동생(S&D)는 191석, 그리고 유럽 보수와 개혁(ECR)이라는 그룹이 70석을 가졌다. (선거 이후 정치지형 변동으로 의석수가 변한 것이 반영된 숫자이다. 기본적으로는 소속정당에 따라 그룹에 가입되지만 이후 자유롭게 옮길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3당이 연정으로 과반을 구성해 유럽의회의 집권당 역할을 하고 있다. 의회의 총리에 해당되는 유럽의회 의장은 관행적으로 EPP 계열과 S&D 계열에서 번갈아 2년 반씩 맡고 있다.


자, 유럽의회는 사실상 견제 장치로서의 입법기관이지만 이번 총선만큼은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U 전체에서 극우 정당이 약진하고, 또 반대급부로 극좌 소수정당이 약진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노란 조끼' 등 완전히 정치권 밖에서 자생한 정치집단까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극우 극좌가 문제가 아니다. 극우 정당은 대개 EU 해체를 공약으로 걸고 있으니 EU의 운명과도 직결된다 하겠다.


어느 거대정당이 독식하지 않고 다양한 이념의 정치세력이 공존하며 서로 연정까지 맺어야 집권할 수 있는 유럽의 이러한 정치적 성향은 그것이 잘 작동할 때에는 매우 이상적이지만 요즘처럼 가짜뉴스가 창궐하고 극단적인 프로파간다로 대중을 선동하기 쉬운 세상에서는 오히려 정치의 혼란을 부추기고 갈등과 혐오를 양산하는 부작용도 나타난다.


영국의 브렉시트, 프랑스의 노란 조끼, 독일에 다시 등장한 네오나치, 오스트리아의 극우 집권, 헝가리와 이탈리아의 난민 결사반대, 스페인의 카탈루냐 독립시도 등 유럽 각국에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사건들이 이와 무관치 않다.


과연 EU는 극우와 극좌가 더욱 득세하며 갈등과 혐오가 난무하는 혼란한 세상으로 갈지, 브렉시트라는 초유의 삽질을 보고 나서 이제 좀 정신을 차렸을지, 이번 유럽의회 선거는 향후 몇년간 유럽을 지배할 흐름을 보여줄 것이 분명하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국의 선거는 모두 5월 25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