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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추천 여행테마

독일 동화 가도 여행

흔히 여행지를 설명할 때 "동화 같은 풍경"이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마치 동화책이나 만화 속에 나올 것 같은 비주얼이 펼쳐지는 걸 말하죠. 특히 유럽에서, 그리고 소도시에서, 그런 풍경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독일은 "동화 같은" 정도가 아니라 "존재 자체가 동화인" 풍경도 곳곳에서 발견되는 나라입니다. 동화 같은 풍경을 보러 가는 게 아니라 동화 그 자체를 보러 가는 게 가능하죠. 여러분이 잘 아실 <그림 동화>가 탄생한 나라이며, 그것을 집필한 그림 형제의 나라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림 형제에 대해서는 블로그에 별도의 글로 정리했으니 참조해주세요.

독일에서는 그림 형제와 관련된, 또는 동화의 배경장소가 된 도시를 묶어 독일 동화 가도(Deutsche Märchenstraße)라는 여행 테마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동화 가도는 그림 형제의 고향인 하나우(Hanau)부터 출발해 <브레멘 음악대>의 도시 브레멘(Bremen)까지 약 600km에 달하는 긴 구간에 포함되는 도시를 여행하는 루트입니다.


모든 도시를 다 여행하는 건 말도 안 되고,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 어려운 곳도 많습니다. 여기서는 하나우부터 브레멘까지, 그 안에서 중요한 하이라이트 도시만 모아서 소개합니다.


하나우

그림 형제의 고향 하나우는 프랑크푸르트 인근에 있습니다. 즉, 실질적으로는 접근이 편한 프랑크푸르트부터 여행을 시작하는 셈입니다. 하나우에 그림 형제의 거대 동상이 있고, 아담하지만 예쁜 구시가지와 큰 궁전 등을 볼 수 있습니다.


슈타이나우

하나우 근처의 슈타이나우(Steinau an der Straße) 역시 그림 형제와 관련된 도시입니다. 그들이 유년 시절 살았던 곳이구요. 그림 형제의 생애와 업적에 관한 큰 박물관이 있습니다.


알스펠트

그림 형제가 대학교에 다닌 도시이기도 하고 여행지로도 유명한 마르부르크(Marburg)는 들어보신 분들이 있을 텐데요. 마르부르크 바로 인근 지역을 슈발름(Schwalm발음주의)이라 부르고, 이 지역이 동화 <빨간 모자>의 배경이 됩니다. 빨간 모자 달린 옷이 슈발름 지역의 전통의상이에요. 특히 이 지역의 중심도시인 알스펠트(Alsfeld)에서는 전통의상 입은 시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어 온 도시에서 빨간 모자를 만나게 됩니다.


카셀

동화 가도의 핵심 포인트는 카셀(Kassel)입니다. 그림 형제가 도서관 사서로 일하면서 지역의 민담을 모아 <그림 동화>를 펴낸 도시가 바로 카셀이거든요. 그래서 그림 형제의 세계를 집대성한 그림벨트(Grimmwelt)라는 박물관도 있습니다. 또한 그렇다 보니 <그림 동화>에 나오는 이야기 중 카셀 인근 지역에서 전해진 게 많아요. 동화의 직접적 배경이 된 카셀 주변의 장소가 둘 있습니다.

호프가이스마르(Hofgeismar) 외곽에 있는 자바성(자바부르크; Sababurg)은 <잠자는 숲 속의 공주>의 배경이 된 성입니다.

트렌델부르크(Trendelburg)에 있는 트렌델부르크성(Burg Trendelburg)은 <라푼첼>의 배경이 된 성입니다. 그러니까 이 성의 육중한 탑에서 작은 창문을 통해 머리카락을 늘어트린 것이죠. 오늘날 호텔로 사용되는데, 주기적으로 라푼첼을 소재로 한 연극도 열리고 민속 복장을 입은 직원들이 성 위에서 머리카락(물론 분장이지만)을 늘어트리는 퍼포먼스도 보여주어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괴팅엔

동화 가도는 쭉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중간에 가지치기(?)하여 우회하는 루트가 존재하는데, 이 우회 루트의 대표적인 도시가 괴팅엔(Göttingen)입니다. 그림 형제가 교수로 근무한 대학교가 있는 곳이고, 시내 중심에는 동화 <거위치는 소녀>를 나타낸 분수가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유피디의 독일의 발견>의 표지가 바로 이 '거의소녀 분수' 겐제리젤(Gänseliesel)이랍니다.


하멜른

카셀에서 호프가이스마르, 트렌델부르크를 지나(또는 건너뛰어) 이동하면 하멜른(Hameln)으로 이어집니다. 동화 <피리부는 사나이>의 배경이 된 도시죠. 사나이를 따라 동네 아이들이 사라져버린 골목도 표시해두고 있습니다. 하절기에는 동네 주민들이 광장에서 <피리부는 사나이>를 연극으로 공연합니다. 그리고 나서 피리를 불며 동네를 행진하죠.


바트 외인하우젠

동화 가도와 관련된 수많은 동화와 전설을 그림, 문헌, 시청각 자료 등 보다 전문적인 자료로 만나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바트 외인하우젠(Bad Oeynhausen)에 있는 독일 동화 박물관을 추천할 수 있겠습니다.


브레멘

이제 종점 브레멘에 도착했습니다. <브레멘 음악대>에 나오는 네 마리 동물은 도시의 아이콘이나 마찬가지. 위 사진은 시청사 옆 '공식' 동상인데, 이것 외에도 정말 수많은 곳에서 네 마리 동물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브레멘에서도 하절기에 지역 주민이 동화를 연극으로 공연하고 있습니다.


이상, 독일 동화 가도였습니다.


아주 거창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죠. 시시하다고 할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더 정겹다고 생각합니다. 동화는 모름지기 이런 맛이 있어야 한다고 봐요.

굉장히 축약해서 하이라이트만 소개해드렸는데, 장장 600km에 달하는 동화 가도 전체의 루트를 알고 싶은 분들은 동화 가도 협회 홈페이지에서 영어(또는 일본어까지는 지원합니다)로 관련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하나우, 카셀, 하멜른, 브레멘 여행정보는 독일여행 가이드북 <프렌즈 독일>에도 소개되어 있다고 소개하면서 어린이날 특집 동화 가도 포스팅을 마칩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