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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독일뉴스

News | 2019년 유럽의회 총선 결과 및 분석

월초에 2019년 유럽의회 총선 관전 포인트라는 글로 유럽의회 총선의 독특한 방식과 전망을 소개하였다. 이제 그 결과를 이야기하는 시간이다.


먼저, 앞서 올렸던 글의 오류를 하나 바로잡는다. 영국의 브렉시트로 인해 이번 총선에서 영국은 의석이 박탈되고 투표도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였으나 아직 브렉시트가 확정된 게 아니어서 영국도 선거를 치렀다. 총 751명의 의원이 선출되었고, 이 중 영국에 73석이 할당되었다. 단, 브렉시트가 확정됨과 동시에 73명의 의원은 유럽의회를 떠나게 된다.


총선 결과는 아래와 같다.

가장 왼쪽이 극좌, 가장 오른쪽이 극우 성향을 가진 교섭단체(국가의 정당간의 연합)이며, 중도우파인 EPP가 전통적으로 가장 강세를 보이는 집권당이다. 또한 좌파인 S&D는 전통적으로 제2당이다. 주로 EPP와 S&D가 연정하여 과반을 구성하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EPP와 S&D가 동반 하락하면서 두 당을 합치면 과반이 되지 않는다. 연정을 구성하려면 제3당이 필요하고, 따라서 매우 혼란스러운 연정 과정을 거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많은 이들이 유럽에서 극우의 득세를 우려하고, 이번 총선 역시 극우의 약진이 두드러졌다는 언론 분석이 많다. 그러면서 이야기하기를, 위 그래프에서 오른쪽의 세 개 정당(ECR, EFDD, ENF)이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이며 이들이 전체의 23% 정도를 차지하게 되었다고 한다.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 중 ECR은 극우 정당이 아니다. 그 이름부터가 "유럽의 보수와 개혁"이라는 뜻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아우르는 중도성향의 정당이며, ECR에서 가장 영향력 큰 정당이 영국의 집권당인 보수당이기 때문에 우파적 성향이 더 강하여 중도우파로 분류하는 게 일반적이다. ECR의 멤버인 폴란드 법과정의당도 극우성향이 있어 ECR까지 극우로 분류하는 것인데, 오로지 극우를 위해 뭉친 연합이 아니므로 ECR을 극우로 보는 것은 타당치 않다.


EFDD와 ENF가 골수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의 연합이다. 이들이 세를 더 넓히지는 못하고 있으나 단순히 잠깐의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시대적인 흐름으로 굳어진 것은 맞다고 생각되고, 따라서 유럽이 극우를 경계하고 우려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런데 여기에도 하나의 함정이 있는데, EFDD의 주요 멤버가 이번 영국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브렉시트당이다. 브렉시트당은 아예 노딜 브렉시트를 주장하는 극우 정당인데, 그들의 소원대로 브렉시트가 빨리 결정될수록 이들은 유럽의회에서 빨리 퇴장한다. 그렇게 되면 EFDD와 ENF를 다 합쳐도 70~80석 정도에 불과하게 된다.


좌파 정당인 S&D가 크게 위축되고 그 자리를 녹색당 계열인 Greens/EFA가 채우는 것도 새롭게 나타나는 경향이다. 이것은 특히 독일에서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극우가 득세하면 "극우만은 막아야 한다"는 대의명분이 생겨 좌파 정당이 우파 집권당과 연정을 맺을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면 당의 선명성은 사라지고 집권당의 들러리에 불과하게 되어 지지자는 이탈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좌파 성향을 가진 유권자가 보수 집권당의 들러리만 하는 정당을 더 이상 지지할 수는 없으니까. 그러면서 또 다른 좌파 정당인 녹색당 계열로 신규 지지자가 유입되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겠다.


아무튼 EPP와 S&D 외에 또 다른 연정파트너가 필요한 지금, 결국 그 한 자리는 Greens/EFA나 ALDE&R이 될 것으로 보인다. ALDE&R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정당이 프랑스의 앙마르슈(전진)당, 즉 마크롱 대통령의 정당이다. 반EU 성향이 강한 극우에 대항하기 위해 프랑스 집권세력과 독일 집권세력(EPP의 리더인 독일 기민당)이 연정하는 모양새를 갖추게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그리고 주요 국가별 남은 이야기.


영국에서 브렉시트당이 1위를 차지하고 집권 보수당은 10% 미만의 군소정당 수준으로 몰락해버렸다. 그러면 영국 국민들이 노딜도 불사하는 브렉시트를 강력히 원하고 있으며 그것에 미적거리는 보수당을 심판한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자료를 보니 투표율이 30%대에 불과했다. 즉, 원래 투표를 열심히 하는 보수적인 성향의 유권자들만 열심히 투표해서 브렉시트당이 돌풍을 일으켰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겠다.


프랑스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앙마르슈가 1위를 차지하지 못해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는 보도도 더러 보인다. 1위를 차지한 곳은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인 국민연합. 그런데 국민연합은 늘 지지를 받는 정도에 그쳤고, 앙 마르슈는 최근 크게 벌어졌던 "노란 조끼" 시위로 촉발된 반정부 여론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에서도 녹색당이 약진했다.


독일에서는 메르켈 총리의 기민당/기사당 연합이 일단 1위를 차지했으나 지지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녹색당이 크게 약진하여 단숨에 제2당이 되었는데, 위에 언급했듯 보수 집권당의 들러리밖에 하지 못하는 사민당에 대한 좌파 성향 유권자의 의중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독일과 유럽을 집요하게 두들겨패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기후협약 탈퇴에 맞물려 독일에서는 기후변화에 민감히 대응하려는 의지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 또한 적잖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필자는 독일에 관심이 많으니 독일 자료를 많이 찾아보았는데, 결과만 놓고 보면 5년 전 선거보다 극우정당 AfD(독일을 위한 대안)의 지지율이 오르고 의석도 늘어 독일의 우경화가 심해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2017년 독일 연방의회 총선보다는 AfD의 지지율이 떨어졌고 선거 직전(5월 중순) 여론조사보다도 최종 지지율이 떨어졌다. 녹색당은 선거 직전 여론조사보다도 최종 지지율이 올랐다. 물론 AfD의 지지율이 높은 곳은 구동독 지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