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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350. A&O 호스텔 후기

유럽여행은 기본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비행기, 기차, 대중교통 등 도저히 뺄 수 없는 예산의 비중이 크고, 유럽까지 가서 그 찬란한 문화유산을 겉에서만 보고 돌아온다는 게 말이 안 되므로 최소한의 기본적인 관광 입장료도 만만치 않습니다. 결국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건 식비와 숙박비밖에 없죠.


그래서 유럽은 유독 호스텔 이용자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공동객실에서 모르는 사람과 남녀구분 없이 함께 잔다는 게 결코 만만한 경험은 아닙니다만 하루 숙박비를 1/5, 많게는 1/10까지도 줄일 수 있으니 가장 확실한 비용 절감법인 게 분명한 사실이죠.


이럴 때 유스호스텔처럼 대형 프랜차이즈 호스텔을 이용하면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대형 프랜차이즈는 세탁과 청소, 보안 등 기본은 확실하다고 믿을 수 있으니까요. 유스호스텔은 이미 한 차례 소개해드렸으니 이번에는 또 다른 대형 호스텔 프랜차이즈를 실제 제가 투숙했던 경험을 토대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바로 A&O 호스텔입니다.

A&O 호스텔은 독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들도 스스로를 A&O 유스호스텔이라고 부르다가 '오리지널' 유스호스텔과의 상표권 분쟁으로 인해 현재는 유스호스텔이라는 명칭은 사용하지 않습니다만, 여기서 알 수 있듯 A&O도 유스호스텔과 목적이 같습니다. 우리 식으로 비유하면 학교 수학여행 등 대규모 단체의 숙박도 소화할 수 있는 초대형 숙소입니다. 학생들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지만 학생들이 주 고객인만큼 밝고 젊은 감각의 인테리어로 꾸며두고, 이런저런 놀이시설을 가져다두기도 하며, 와이파이 등 기본적인 편의시설을 완비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질서와 위생을 중시하는 독일에서 대규모 학생들을 수용하는데 청소를 대충하거나 식자재를 가지고 장난치지는 못하겠죠. 기본적으로 숙박시설의 퀄리티가 괜찮습니다. 게다가 최근 들어 점점 지점이 늘어나는 추세에 있으며, 그렇다는 것은 신축 건물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므로 엘리베이터나 냉방시설 등 건물 자체의 편의시설도 우수한 편입니다.

게다가 유스호스텔보다 결정적인 장점이 하나 있는데요. 주로 시골이나 산골 등 레저와 여가를 즐기는 자연 속에 위치한 유스호스텔과 달리 A&O는 철저히 도심형 호스텔을 지향합니다. 대부분의 대도시에, 그것도 찾아가기 쉬운 중심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여행자들은 시골보다는 도시를 여행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A&O 호스텔의 입지 조건은 큰 장점입니다.


베를린, 뮌헨, 프랑크푸르트, 함부르크, 쾰른 등 모든 대도시에 지점이 있고, 최근에는 독일 밖으로 영역을 확장하여 오스트리아(빈, 잘츠부르크, 그라츠), 이탈리아(베네치아), 네덜란드(암스테르담), 폴란드(바르샤바), 체코(프라하) 등 지점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A&O 호스텔의 가장 큰 장점은 규모와 가격입니다. 기본 가격이 저렴하구요. 규모가 큰만큼 어지간해서 성수기에도 숙박이 가능합니다. 물론 성수기에는 가격이 더 올라가기는 하지만 어쨌든 동급의 호스텔과 비교하면 늘 저렴한 편에 속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저렴한 가격은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기도 합니다. 가격이 저렴한 대신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옵션이 매우 많습니다. 조식이나 수건이 유료인 건 다른 호스텔도 비슷하니 그렇다 치는데요. 침대시트도 유료, 빠른 속도의 와이파이도 유료, 심지어 카드결제 시 수수료가 추가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더하다보면 저렴한 것도 아니에요. 그리고 사람 기분이 그렇잖아요. 저렴한 줄 알았는데 이것저것 더하니까 비싸지면 기분이 안 좋죠. 이런 심리가 반영되었음인지 호스텔 예약 사이트에서 A&O 호스텔의 평점은 좋지 못한 편입니다. 그러나 호스텔에서는 정말 잠만 자고 샤워만 하면 되는 분들이라면 이것저것 옵션을 추가할 필요 없으니 저렴한 가격으로 숙박이 가능합니다.

객실은 비교적 넓은 편입니다. 그리고 위 사진에서 하나 주목하실 것은, 공동객실(도미토리)인데도 더블베드가 하나 있다는 점입니다. 모든 객실이 다 그러한 건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2층침대와 더블베드가 섞여있는 경우를 여러 차례 보았습니다.


A&O 호스텔은 자기 침대를 지정해주지는 않으므로 방에 들어가서 빈 침대를 골라 사용하면 되는데, 만약 혼자 여행하는데 더블베드밖에 안 남아있다, 그러면 생판 모르는 사람과 더블베드에서 함께 자는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고, 그게 성별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정 불편하면 프론트에 가서 객실을 바꾸어달라고 이야기하면 되겠구요. 만약 2명이 여행한다면 공동객실인데도 일행이 더블베드에서 좀 더 편하게 잘 수도 있겠고, 비수기라서 사람이 거의 없다면 나 혼자 더블베드에서 굴러다니며 자는 것도 가능합니다. 무조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여러 변수를 가진 객실 구조입니다.

도저히 공동객실은 불편해서 싫다는 분들은 개인실로 예약할 수 있습니다. 어매니티는 없습니다만 일반 3성급 호텔에 준하는 시설이며 가격은 3성급 호텔보다 저렴하니까 비용을 조금 절약하는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한 번은 비용을 추가하고 조식도 이용해보았는데요.

단체 학생도 수용할 수 있는 호스텔인만큼 식당이 매우 넓습니다.

빵, 치즈, 햄, 샐러드, 달걀, 약간의 과일과 요거트 등으로 구성된 전형적인 서양식 조식뷔페입니다. 조식 가격은 지점마다 차이가 있습니다만,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는 대신 가격은 약간 비싼 편에 속한다고 들었습니다.

호스텔 예약 방법은 다른 호스텔과 같습니다. 호스텔 예약 사이트에서 전 지점 예약 가능합니다. 그리고 한국 예약사무소 역할을 하는 유로트레인에서 예약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단, 유로트레인은 실시간 예약은 아니며, 현재 대표적인 4개 지점(뮌헨, 잘츠부르크, 베네치아, 프라하)만 온라인 예약을 지원합니다. 우선 예약비 5천원을 선결제한 뒤 예약 신청하면 해당 날짜의 요금을 확인하여 회신합니다. 그러면 예약비를 제외한 잔금을 입금하여 예약을 최종 확정하는 방식입니다.


좀 번거롭기는 하죠. 그런데 이런 번거로움을 감수할 하나의 강력한 메리트가 있습니다.

유로트레인에서 예약하면 공짜 맥주 쿠폰을 줍니다(1박당 1잔). 호스텔 리셉션에 있는 바에 가서 쿠폰을 제시하면 이렇게 맥주 한 잔을 공짜로 줍니다. 나름 쏠쏠한 혜택인만큼 함께 참조하여 이용하시면 되겠습니다.


이상으로 독일에서 시작되어 유럽 전체로 지점을 마구 확장하고 있는 A&O 호스텔 이용후기였습니다.


굉장히 장황하게 적었는데, 저가항공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요금은 저렴한데 기내식 추가, 수하물 추가, 좌석지정 추가, 이것저것 붙이다보면 요금이 비싸지죠. 하지만 그런 것 없이 불편을 좀 참으며 가면 굉장히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거죠. 마치 저가항공 같은 호스텔입니다. 그래서 평점은 박하게 받는 편이지만 잠만 자면서 예산을 절약할 분들이라면 분명히 매력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