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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351. 베를린과 비엔나의 신호등

독일 베를린의 신호등은 익히 명성이 높습니다. 보는 순간 탄성을 자아내는 귀여운 캐릭터가 시선을 강탈합니다.

이 캐릭터의 이름은 암펠만(Ampelmann). 직역하면 "신호등 사람"이라는 뜻이니까 뭐 대단한 이름도 아닙니다만 어느새 암펠만은 베를린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되어 세계에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원래 암펠만은 동독에서 만든 신호등 캐릭터입니다. 단순히 캐릭터를 개발하는 정도가 아니라, 이 캐릭터가 방송에 나와 교통법규를 설명하는 만화가 되기도 하는 등 종합적으로 교통 안전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고안되었다고 합니다.

은퇴한 암펠만이 다시 길거리에 복귀하기까지의 스토리가 만만치 않으니 우선은 생략합니다. 아무튼 2000년대 들어 암펠만은 다시 현역으로 복귀하였고, 그 귀여운 매력에 꽂힌 전 세계 관광객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 베를린뿐 아니라 라이프치히나 드레스덴 등 구동독 도시에도 등장하기 시작했고 하이델베르크 등 구서독 도시까지도 모습을 드러내기에 이릅니다.


물론 그렇다 해도 역시 암펠만은 베를린의 신호등 캐릭터라는 인식이 강하고, 여러분도 그렇게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덕분에 암펠만은 캐릭터 사업으로도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암펠만 캐릭터를 활용한 기막힌 센스의 기념품과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암펠만숍(Ampelmann-Shop)이 대박이 났고, 베를린에서 계속 지점이 늘어나는 중입니다. 만약 사진엽서나 마그넷 같은 흔한 기념품 말고 진짜 그 도시를 품은 특별한 기념품을 사고 싶다면 암펠만숍으로 가세요.

암펠만 캐릭터를 임의로 변형하지 않았는데도 신호등 사람이 카페 종업원이 되었습니다. 암펠만숍 중 카페를 겸하는 매장의 사진입니다. 이렇듯 똑같은(그리고 단순한) 캐릭터에 손을 대지 않으면서도 무궁무진하게 활용처를 만들어내는 센스가 정말 대단해서 감탄하며 구경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최근 베를린의 아성에 도전하는 새로운 신호등 캐릭터가 등장했습니다. 독일과 같은 독일어권 국가의 수도, 바로 오스트리아 빈(비엔나)입니다.

비엔나 중심가 위주로 시범 설치된 신호등입니다. 곳곳에 많이 있으니 여행하는 중 반드시 만나게 될 이 캐릭터의 이름은 암펠페르헨(Ampelpärchen)입니다. 직역하면 "신호등 커플"입니다. 역시 대단한 이름은 아니죠.

일반적인 신호등보다 눈에 잘 띄고 인상적이지만 여기까지만 봐서는 특별해보이는 정도는 아닙니다. 그런데 길을 걷다보면 신호등이 미묘히 달라요. 자세히 쳐다보면 캐릭터 구성이 다릅니다. 암펠페르헨은 총 세 가지 종류의 조합이 있습니다. 위 사진의 남녀 커플 외에 나머지 두 개의 조합은 아래와 같습니다.

보시다시피 남남 커플 조합이 하나, 여여 커플 조합이 하나. 암펠페르헨은 이렇게 세 가지 세트로 구성됩니다.


이성 커플과 동성 커플을 동일한 비중으로 다루고 있는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비엔나가 LGBT에 관용적인 도시라는 걸 보여주는 의도도 있습니다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반적인 성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공공 시설물을 설치하여 시민들의 자유로운 발상을 존중하고자 하는 목적이라고 하구요.


또한 이렇게 조합을 달리 하면 아무래도 보행자는 신호등을 더 집중해서 보게 되겠죠. 그만큼 더 사고를 줄이고 안전을 챙길 수 있다는 목적도 있다고 합니다.

베를린의 암펠만숍만큼은 아니지만 암펠페르헨 역시 캐릭터 상품으로 개발되어 소소한 기념품으로 재탄생 되는 과정에 있습니다. 시내에 있는 암펠페르헨 락스(Ampelpärchen.rocks)라는 캐릭터숍을 가볍게 구경해보아도 괜찮습니다.

독일어권 국가인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수도, 베를린과 빈에서 발견되는 소소한 재미, 신호등 하나에서도 자유로운 창의성을 만날 수 있는 여행의 묘미를 함께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