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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독일뉴스

News | 독일 황제의 후손은 재산의 반환을 원한다.

독일제국의 마지막 황제는 빌헬름 2세. 그는 프로이센 왕실 가문이자 독일제국 출범 후 쭉 황제를 승계한 호엔촐레른 가문이다. 그리고 빌헬름 2세는 제1차 세계대전의 패전에 책임을 지고 황제에서 사퇴한 뒤 독일을 떠나 네덜란드로 망명하였다.


그때까지 황제의 가문이었으니 호엔촐레른 가문이 소유한 궁전과 땅, 재산, 보물이 엄청나게 많았음은 당연지사. 하지만 황제가 망명하고 패전국의 전후 배상 등이 맞물리면서 가문의 재산은 상당부분 몰수당했다. 그러나 여전히 몇 곳의 궁전을 소유할 수 있었다. 포츠담에 있는 체칠리엔호프 궁전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마저 독일이 패하고, 당시 동부 독일을 점령한 소련은 궁전과 보물을 강제로 빼앗아갔는데, 호엔촐레른 가문의 궁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체첼리엔호프 궁전은 소련의 주관하에 포츠담 회담이 열린 장소가 되기도 했다.

▲체칠리엔호프 궁전에는 여전히 소련이 만든 빨간 별 정원이 남아있다.


독일이 통일되면서(동독이 붕괴되면서) 소련은 독일에서 떠났고, 이때 소련이 빼앗았던 궁전은 독일 정부에 귀속되었다. 포츠담의 궁전들 역시 마찬가지. 독일은 재단을 만들어 이런 궁전을 전담으로 관리하였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호엔촐레른 가문의 후손들의 생각은 달랐던 것 같다. 그들은 소련에게 강제로 빼앗긴 재산이니 소련이 물러간 지금 다시 돌려받기를 원한다고 한다. 말은 된다. 호엔촐레른 가문은 제2차 세계대전과는 무관하므로 그들이 재산을 강제로 빼앗길 근거는 없으니까.


하지만 독일 정부의 입장은 간단하다. 호엔촐레른 가문이 나치와 관계가 없음이 확실히 입증되면 그때 반환을 고려할 것이라고 한다. 나치와 관계가 있다면 그 재산은 정부가 몰수해도 적법하다는 뜻이다.


네덜란드로 망명한 빌헬름 2세는 응흉한 사람이었다. 그는 독일에 남아있는 아들을 나치당에 입당시켰고, 나치와의 관계 회복에 애썼다. 정작 나치는 군국주의를 혐오했기에 옛 황제를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빌헬름 2세는 계속 나치를 찬양하는 제스쳐를 취했다.


중립국이었던 네덜란드마저 나치에 점령당할 때 영국의 처칠 수상은 빌헬름 2세에게 영국으로 망명하기를 권하였으나 빌헬름 2세는 계속 네덜란드에 남아 독일군의 보호를 받기 원했다고 한다. 이처럼 빌헬름 2세가 나치와 관계를 열기 위해 노력한 사례들이 숱하게 남아있다.


다만, 빌헬름 2세가 나치에 직접 가담한 것은 아닌만큼(일방적인 짝사랑이었다) 호엔촐레른 가문의 후손은 재산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고, 독일 정부는 좀 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