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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374. 베를린 크로이츠베르크

베를린의 크로이츠베르크(Kreuzberg)는 많은 분들이 들어보았을 겁니다. 베를린을 "제2의 뉴욕"이라 불리게 하는, 이국적이고 자유분방한 예술혼이 뒤덮은 지역의 이름입니다. 서울에 비유하면 강남이나 목동처럼, 어떤 특정 스폿의 이름이 아니라 한 지역 전체의 이름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크로이츠베르크는 독일 분단 시절 동서 베를린의 경계에 해당하는 서베를린 지역이었습니다. 군사적 충돌 위험이 높은 변두리였으니 전후 재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못했고, 집값이 싸니까 주로 가난한 노동자의 터전이 되었습니다. 특히 가난한 예술가들의 아지트가 되었죠.

가난한 예술가는 길거리 낙서도 서슴치 않았고 가뜩이나 폐허 같은 시가지는 온통 그라피티로 뒤덮여 뒷골목 분위기를 풍기는데 그 와중에 예술혼은 불타오르고 타국 출신의 이민자들이 자기 나라의 문화까지 덧입히니 크로이츠베르크는 그야말로 뭐라 정의할 수 없는 아주 독특한 거리로 재탄생합니다. 그렇게 독일은 통일되었고 베를린 장벽은 제거되었지만 여전히 크로이츠베르크는 낙서로 뒤덮인 낡은 시가지에서 이국적인 모습이 펼쳐집니다.

전통적으로 크로이츠베르크 지역의 중심이 된 곳은 오라니엔 거리(Oranienstraße) 인근입니다. 우반 전철역 괴를리처 반호프(Görlitzer Bahnhof)역 또는 코트부서 반호프(Kottbusser Tor)역 부근이 이에 해당됩니다. 위 사진에서 보시듯 그냥 평범한 거리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보이는 상점들은 하나같이 이국적이고 허름합니다. 대도시의 뒷골목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죠.


그런데 베를린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크로이츠베르크도 덩달아 유명해졌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아지는만큼 필연적으로 부동산 가격은 오릅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하죠. 임대료가 오르면서 원래 터 잡고 있던 사람들은 변두리로 밀려나고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는 현상이 베를린에서도 계속 발생합니다. 크로이츠베르크 역시 그 대표적인 현장입니다.


덕분에 최근 크로이츠베르크에 가면, 더 정확히 이야기하여 오라니엔 거리 부근에 가면 예전 같은 자유분방한 이국적인 에너지를 느끼지 못한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몹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크로이츠베르크의 중심에서 좀 더 변두리로 밀려난 이들이 터를 잡은 곳은 베르크만 거리(Bergmannstraße)입니다. 훨씬 호젓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펼쳐집니다. 만약 오라니엔 거리 부근을 방문했다가 "이게 아닌데"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 베르크만 거리까지도 한 번 들러보세요.


마침 6월에는 베르크만 거리 주변에서 축제가 열립니다. 베르크만 거리 축제(Bergmannstraßenfest)라고 부르는데요. 차량 통행을 막고 온 거리에서 수공예품이나 예술작품, 먹거리 등을 판매하고 간이 무대에서 공연도 열면서 소소하게 즐기는 파티입니다.

최근에는 베르크만 거리에서 일직선상으로 연결된 크로이츠베르크 거리(Kreuzbergstraße)를 주 무대로 활용합니다. 가볍게 구경해보시기 바랍니다. 올해 축제 일정은 6월 28일부터 30일까지입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