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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378. 보름스에서 부르는 니벨룽의 노래

여러분도 다 아실 <반지의 제왕>의 모티브가 된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가 있습니다. 주인공이 '절대 반지'를 손에 넣었다가 그로 인해 파멸하는 플롯이 유사한데요. 사실 <니벨룽의 반지>도 오리지널이 아니고, 이 스토리는 아주 오래 전부터 게르만족 사이에 구전되어 온 전설적인 신화에 기반을 둡니다.


그런데 게르만족 하면 여러분은 독일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독일뿐 아니라 북유럽, 영국 등 유럽의 상당부분이 게르만족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당연히 구전 신화가 지역마다 다른 방식으로 변형되었겠죠. 이런 이야기들을 골고루 참조하여 바그너가 <니벨룽의 반지>를 만들었다고 보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인 원작은 누가 뭐라 해도 <니벨룽의 노래(Das Nibelungenlied)>일 것입니다. 그리고 <니벨룽의 노래>는 어떤 도시의 고대 역사에서 착안되었습니다.

* 국내에서는 <니벨룽겐의 노래>라고 적는 걸 많이 보았을 텐데, 잘못된 표기입니다.

여기는 보름스(Worms)입니다. 독일 중서부에 있는 소도시이며, 고대 부르군트 왕국의 수도였습니다. 그러나 부르군트는 당시 로마제국과 훈족의 연합군에게 처참히 함락당하고 맙니다. 이 역사에서 모티브를 얻어 <니벨룽의 노래>가 탄생했습니다.

보름스 곳곳에 전투 영웅을 기리는듯한 동상이나 조형물을 잔뜩 볼 수 있는데, 이게 모두 다 <니벨룽의 노래>의 등장인물 또는 사건을 표현한 것입니다. 가령, 위 조형물 사진 중 처음 것은 '절대반지'를 손에 넣은 게르만족의 영웅 지그프리드입니다.

<니벨룽의 노래>를 체험할 수 있는 시청각 자료실이자 역사박물관인 니벨룽 박물관(Nibelungenmuseum)도 있습니다.

라인강을 건너는 큰 다리 이름은 니벨룽 다리(Nibelungenbrücke)입니다. 원래는 런던의 타워브리지를 연상케 하는 거대한 타워가 양편에 자리하고 있었으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파괴되고 한쪽만 복원되었습니다. 그리고 도시 교통량이 늘어나면서 옆에 평범한 다리를 하나 더 만들어 다리의 건축미가 많이 쇠한 것이 아쉽습니다.

그런데 니벨룽 다리 가까이 라인강변에 이런 동상이 있습니다. <니벨룽의 노래>에 나오는 하겐을 표현한 건데요. 하겐은 영웅 지그프리드를 배신하고 죽인 뒤 지그프리드의 (절대반지를 포함한) 보물을 라인강에 던져버립니다. 아마도 보물을 강에 던지는 걸 묘사하느라 일부러 강변에 이런 동상을 만든 것 같습니다.

매년 여름마다 보름스 대성당 옆에 무대를 만들고 <니벨룽의 반지>를 공연하는 것도 보름스의 중요한 이벤트입니다. 니벨룽 페스티벌(Nibelungen-Festspiele)은 올해 7월 12일부터 28일까지 열립니다.


이렇듯 신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한 보름스 여행입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