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두.유. Travel to Germany

#383. 베를린-뮌헨-빈 시청사 비교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역사를 이해하는 키워드 B.M.W.를 기억하세요? 베를린(Berlin)-뮌헨(München)-빈(Wien)을 말합니다. 이 세 개 도시의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통해 우리는 옛 신성로마제국 영역의 국가를 이해하는 단서를 얻을 수 있는데요. 그 한 가지 단면으로 세 도시의 시청사를 살펴보겠습니다.

뮌헨의 신 시청사입니다. 1909년 완공되었습니다. 네오고딕(또는 고딕리바이벌) 양식으로 지었죠. 고딕양식은 대략 15세기 전후로 유행하였습니다. 그걸 20세기에 되살린 게 네오고딕입니다.


고딕양식은 주로 대성당 등 교회 건축에서 많이 나타납니다. 고딕양식 자체가 신을 향한 제단을 높이 쌓겠다는 인간의 염원이 드러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즉, 굉장히 종교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으며,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가톨릭 정신이 반영된 건축양식입니다.


이후 종교개혁이 일어나고 유럽은 구교(가톨릭)와 신교(개신교)로 나뉘죠. 종교개혁을 즈음하여 태동한 르네상스 양식은 다분히 인간 중심적인 건축양식입니다. 즉, 개신교의 가치관에 더 부합합니다. 물론 바티칸 대성당이 르네상스 양식이라는 것에 알 수 있듯 이러한 구분이 꼭 공식처럼 적용되는 건 아니지만, 건축양식이 반영하는 시대의 정신이나 흐름이 그러하다는 의미입니다.


20세기에 들어 고딕양식을 되살려 네오고딕을 택했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가톨릭 정신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 뮌헨은 가톨릭이 강하게 지배하는 지역이었기에 네오고딕을 택한 것이죠.

오스트리아 빈(비엔나)의 시청사 역시 네오고딕입니다. 1883년 완공. 사실 뮌헨의 신 시청사도 이와 비슷한 시기에 만들었다가 훗날 더 증축한 것이고요. 결국 비슷한 시기에 뮌헨과 빈에서는 도시의 핵심인 시청을 증축할 때 네오고딕을 택하여 가톨릭 정신을 담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뮌헨은 독일이고 빈은 오스트리아이지만, 사실 분위기는 바이에른(뮌헨)과 오스트리아(빈)가 더 공통점이 많아요. 둘 다 종교개혁 이후에도 가톨릭 문화를 고수하며 전통을 지켰기 때문입니다.

베를린의 붉은 시청사는 1869년에 완공되었습니다. 역시 거의 비슷한 시기였어요. 이때가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도시가 엄청나게 팽창하던 시절이고, 도시가 커지는만큼 곳곳에서 새로운 건물들을 짓던 시기니까요.


붉은 시청사는 네오르네상스로 분류됩니다. 르네상스 양식을 리바이벌한 거죠. 같은 시기에 시청을 만들면서 뮌헨과 빈은 고딕양식을 리바이벌했는데 베를린은 르네상스양식을 리바이벌했습니다. 개신교 문화권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당시 베를린은 보다 진보적이고 개방적인 분위기였습니다. 군주의 가치관이나 지향성이 이런 차이를 가져왔습니다.

뮌헨 신 시청사, 빈 시청사, 베를린 붉은 시청사 모두 관광지로도 유명합니다. 각각을 떼어놓고 보면 저마다 잘 만든 건물들이고 그런 관점에서 여행정보가 제공됩니다만, 이렇게 하나로 모아놓으니 1900년을 전후하여 세 도시(세 국가)의 지향성이 비교가 되어 그 당시 사회 분위기까지도 엿볼 수 있습니다. 요즘 이런 재미에 빠져 있습니다.


참고로, 네오 뭐시기 양식 또는 뭐시기 리바이벌 양식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들은, 일반적으로 과거의 어떤 건축물을 직접적으로 참고하여 그 당시의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리지널이 존재한다는 거죠.

뮌헨과 빈의 오리지널은 벨기에 브뤼셀에 있습니다. 고딕양식의 브뤼셀 시청사입니다.

베를린의 오리지널은 폴란드 토룬의 시청사입니다. (발음은 토루니 또는 토루뉴가 옳은데 국내에 토룬이라는 표기가 굳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토룬 시청사도 원래는 고딕양식이에요. 거기에 훗날 건물이 증축되고 개조될 때 르네상스 등 다른 양식이 살짝 가미되었는데, 베를린 붉은 시청사는 거기에서 르네상스적 요소를 과장하여 재해석했습니다. 오리지널은 고딕인데 그걸 굳이 네오르네상스로 만들 정도였으니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완성한 결과물이라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