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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384. 쾰른과 드레스덴의 선택, 그리고 빈의 선택

장엄한 쾰른 대성당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합니다. 1996년에 등재되었습니다. 그런데 2004년 유네스코 위원회는 쾰른 대성당을 "위험 목록"에 올립니다. 위험 목록이라 함은,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취소할 사유가 생겼으니 해결을 촉구한다는 일종의 경고와도 같습니다.

쾰른 대성당은 라인강 바로 부근에 우뚝 서 있는데요. 라인강 건너편 강변에 새로 지을 건물들이 너무 높아 쾰른 대성당의 경관을 해친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대성당 바로 옆에 고층건물을 짓겠다는 것도 아니고 강 건너편에 짓겠다는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구한 문화유산의 독보적인 경관을 해칠 경우 문화유산에서 삭제해버리겠다는 경고를 날린 겁니다.


결국 쾰른은 건축 계획을 수정하여 강 건너편 건물의 고도를 낮추기로 했고 2006년 유네스코 위원회는 쾰른 대성당을 위험 목록에서 삭제하였습니다. 즉, 더 이상 위험하지 않은 문화유산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와 유사한 사례가 또 있었습니다. 바로 드레스덴입니다.

드레스덴의 엘비강 주변의 중세 건물들은 모두 합쳐 200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은 2006년 드레스덴의 문화유산은 위험 목록에 오르게 됩니다.


드레스덴은 교통량이 늘어남에 따라 엘베강을 건너는 신규 다리를 건설하려고 하였는데, 이 다리가 강의 경관을 해친다며 위험 목록으로 올린 것입니다. 유네스코에서는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게 아니라 당사자의 고충을 듣고 대안도 제시합니다. 가령, 드레스덴에 다리 대신 지하 터널을 만드는 것은 어떻냐고 제안하였습니다.


하지만 드레스덴은 끝내 다리의 건설을 강행하였고, 결국 2009년 드레스덴의 문화유산은 등재 취소되고 맙니다. 역대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등재 취소된 사례로 기록되었습니다.


문화유산이 절대 진리는 아니죠. 당연히 장단점을 고려하여 결정할 문제입니다. 시민의 편의를 위해 문화유산 등재 취소를 감수할 수도 있는 것이죠. 그러니 드레스덴이 잘했다 잘못했다를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같은 독일에서 쾰른과 드레스덴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습니다.


현재 시점 기준으로 유럽에서 위험 목록에 오른 문화유산이 몇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빈(비엔나) 역사지구입니다.

왜인가 했더니 2016년 통과된 건설 프로젝트 때문이었습니다. 현재 시립공원과 콘체르트하우스 사이에 대규모 스케이트장을 만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바로 옆에 있는 한 고급호텔을 크게 증축하여 고층빌딩을 세우겠다고 합니다. 스케이트장으로 대표되는 시민의 여가시설을 만들 것이고, 구색만 갖추는 게 아니라 사계절 이용할 수 있는 장소가 되도록 치밀한 기획을 더하였으며, 그러다보니 돈이 많이 들어 호텔에게 특혜를 주고 호텔이 공사비를 보태도록 하는 계획이라고 합니다.


유네스코 위원회는 즉각 2017년부터 빈 역사지구를 위험목록에 올리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빈의 선택은 세 가지가 가능하겠죠.


첫째, 모든 계획을 백지화하여 유네스코의 경고를 준수하고 문화유산을 지킨다.

둘째, 호텔의 고층건물화만 없던 일로 하고 그 대신 나랏돈으로 대형 여가시설을 만든다.

셋째, 문화유산 취소를 감수하고 계획을 밀어붙인다.


아직 빈에서 어떤 선택을 내렸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과연 스케이트장과 호텔 때문에 문화유산 등재 취소의 불명예를 감수할 것인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