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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386. 맨, 맨, 맨 of 조나단 보로프스키

지금은 시골 구석에 살고 있어서 서울 나갈 일이 거의 없지만 15년쯤 전에는 아내당시는 애인와 데이트하려고 서울 바닥을 참 많이 쓸고 다녔는데요. 가끔 가던 광화문 예술영화관 건물 앞에 이런 녀석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 녀석을 "삥뜯는 사람"이라고 불렀습니다. 꼭 "돈 내놔" 하는 것처럼 생겨서요. 미국의 조각가 조나단 보로프스키(Jonathan Borofsky)가 만든 해머링맨(Hammering Man), 즉 망치질 하는 사람입니다.


해머링맨이 세계 곳곳에 더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나중이었고, 유럽을 여행하다가 해머링맨을 만났을 때 괜히 반갑기도 하더군요. 조나단 보로프스키는 해머링맨 외에도 "~맨"이라 불리는 작품을 많이 남겼는데, 유럽에서 볼 수 있는 보로프스키의 "맨"들을 한 데 모았습니다.

해머링맨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스위스 바젤, 노르웨이 릴레스트룀에 있습니다. 크기로 따지면 서울에 있는 녀석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하네요. 겉으로 보기에는 똑같아보이지만 망치질하는 속도, 쉬는 시간, 어깨 문양 등에 차이를 두었다고 합니다. 해머링맨의 원래 이름은 노동자(Worker)였다고 하고요. 후에 해머링맨으로 바꾸었는데, 아무튼 이 조각은 노동자의 수고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독일 뮌헨에만 존재하는 워킹맨(Walking Man)입니다.

독일 베를린에 있는 말리큘맨(Molecule Man), 즉 "분자 인간"입니다. 미국에 하나, 유럽에 하나 있구요. 구멍이 송송 뚫린 세 명이 서로 달라붙은 모습을 하고 있고, 모든 인간의 분자가 모여 우리의 세계가 완성된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해머링맨은 최근에는 더 이상 추가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제가 알 수는 없지만, 해머링맨은 모터를 달아서 조각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유지보수가 쉽지는 않다고 하니 혹시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짐작만 해봅니다. 가령, 프랑크푸르트의 해머링맨은 크게 망가져서 다시 설치한 것이라 들었습니다.


이 외에도 조나단 보로프스키가 설치한 공공 작품이 굉장히 많습니다. 여러 연작이 있는데, 나머지 작품들은 다른 기회를 통해 소개하기로 하고요. 우선 이번 글에서는 "맨"들만 따로 추려서 소개해드렸습니다.


참고로 서울에 보로프스키의 작품이 하나 더 있어요.

화곡동에 있는 워킹 투 더 스카이(Walking to the sky)입니다. 다양한 인간군상이 하늘을 향해 걸어갑니다. 인간의 잠재력을 찬양하면서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의도라고 합니다.

워킹 투 더 스카이의 오리지널은 독일 카셀에 있는 맨 워킹 투 더 스카이(Man walking to the sky)입니다. 말하자면, 이것도 보로프스키의 "맨"인 셈이네요.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