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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390. 물의 르네상스, 아우크스부르크

아우크스부르크(Augsburg)는 많은 분들이 들어보았을 겁니다. 몇년동안 계속 한국인 축구선수가 몸담은 분데스리가 축구팀이 여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꼭 축구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워낙 기사에 많이 언급되다보니 그 이름은 들어보았음직한데요. 막상 아우크스부르크에 뭐가 있는가 생각하면 딱 떠오르는 게 없을는지도 모릅니다.


이번 글은 축구와는 1도 상관없는 아우크스부르크의 진짜 여행 테마입니다.

아우크스부르크의 시청 광장에 있는 아우구스투스 분수(Augustusbrunnen)입니다. 로마 황제였죠. 아우크스부르크는 로마제국부터 존재한 유서 깊은 도시입니다.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도시의 설립자나 마찬가지이고요. 도시 이름도 황제의 이름에서 유래하였습니다.


이런 아우크스부르크의 가장 유명한 여행테마는 "르네상스"입니다. 독일에서 르네상스 건축이 가장 잘 드러나는 도시가 바로 여기입니다.

시청사를 포함하여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16세기 전후의 건축물이 많습니다. 이것은 아우크스부르크가 이탈리아(르네상스의 발상지)와 교역이 많았음을 증명하는 것이고, 상업과 무역으로 매우 번영한 도시였음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 유명한 푸거 가문이 바로 아우크스부르크에 기반을 두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이러한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물은 거의 같은 시기에 동시에 지어졌고, 엘리아스 홀(Elias Holl)이라는 한 명의 건축가에 의해 설계되었습니다.그는 르네상스 정신을 아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단지 건축 양식으로서의 르네상스를 흉내내는 게 아니라 르네상스 정신을 건축물로 구현하였는데요. 대표적인 게 "물 관리" 시스템입니다.

엘리아스 홀이 만든 붉은 문(Rotes Tor)은 얼핏 보면 중세 시가지를 보호하는 성벽의 출입문처럼 보입니다. 이제 성벽은 사라지고 성문만 남은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그 용도가 맞습니다. 그런데 붉은 문에는 또 다른 용도가 있습니다.


인근의 강물을 끌어다 도시에 식수를 공급하는 급수탑 역할을 했습니다. 463년간 그 역할을 했으며, 중앙유럽에서 현존하는 물 관련 건축물로는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끌어들인 물을 도시로 흘려보내는 운하도 만들었습니다. 레흐 지구(Lechviertel)라 불리는 지역은 그 흔적이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곳입니다. 물이 흐르는 좁은 골목 사이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모습이 참 예뻐요. 게다가 레흐 지구의 운하는 또 하나의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설계되었습니다.


바로 수력발전소였죠. 물의 힘으로 기계를 돌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운하입니다. 수공업자와 장인들이 운하변에 자리를 잡고 그들의 손재주에 물의 힘을 보탰습니다. 오늘날에도 레흐 지구에서는 손재주를 자랑하는 장인의 공방을 일부 만날 수 있습니다.

앞서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분수를 보여드렸는데요. 이러한 분수가 도시 중앙에 세 개 있습니다. 가령, 위 사진의 헤라클레스 분수(Herkulesbrunnen)도 그 중 하나인데요. 단지 멋있어 보이려고 만든 게 아니라 시민에게 식수를 공급하려고 만든 겁니다. 우리는 우물을 파서 사람들이 물을 길어 먹었죠. 여기서는 도시에서 분수를 만들어 식수를 공급하고 사람들이 받아 마셨습니다.


물론 분수는 그 자체로 제작 의도를 가집니다. 세 개의 분수에 대해서는 아마 나중에 별도의 글로 블로그에 소개해드릴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엘리아스 홀이 만든 또 하나의 주목할만한 르네상스 건물은 슈타트메츠크(Stadtmetzg)입니다. 독일어로 정육점을 뜻하는 메츠거라이(Metzgerei)에서 파생된 단어인데요. 굳이 의역하면 "시립 정육점" 정도 되겠네요. 고기 파는 상점입니다.


그 시절에 냉장 기술이라는 게 없었죠. 고기는 신선도가 생명입니다. 상하면 버려야 되고, 혹 전염병의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우크스부르크는 "물의 힘"을 냉장에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운하가 흐르는 곳에 건물을 짓고, 물을 이용해 고기를 냉장하며 신선도를 유지하고자 만든 건축물입니다.


물을 끌어들여 안정적으로 식수를 공급함은 물론 수력발전으로 기계를 돌리고 고기도 냉장하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다 모인 도시가 바로 아우크스부르크인 것입니다.


독일여행 가이드북 <프렌즈 독일>에도 아우크스부르크는 여러 장소를 충실히 소개하였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고백하건대, 이러한 수자원 활용에 대한 획기적인 발상은 저도 예전에 미처 몰랐던 것입니다. 새로 알게 된 사실이므로 개정판에 반영할 것입니다.

이번에 아우크스부르크를 다시 한 번 공부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바로 아우크스부르크의 이 수자원 관리 시스템이 올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아우크스부르크의 수자원 관리 시스템(Water Management System of Augsburg)은 총 22곳의 스폿으로 구성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곳은 호하블라스(Hochablass)라 불리는 댐입니다. 일단 물을 도시로 끌어들여야 그 다음에 도시 내에서 운하를 만들든 급수 시스템을 만들든 할 것 아닙니까. 강의 물줄기를 틀어 도시로 물을 공급하는 핵심적인 장소인 호하블라스의 역사는 무려 750년에 이른다고 합니다. 지금의 댐의 모습은 20세기 초에 만들어진 것이고요.


그러나 호하블라스는 시 외곽에 있어 일부러 찾아가기는 번거롭습니다. 시내를 여행하여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될 레흐 지구, 붉은 문, 슈타트메츠크, 그리고 시내의 분수들을 통하여 아우크스부르크의 역사적인 "물 관리"와 "르네상스"를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