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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410. 독일 제2의 맥주 축제 in 슈투트가르트

옥토버페스트 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맥주 축제로 알려져 있죠. 본질은 한 세기 이상 이어지는 민속축제이며, 이러한 축제는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독일 전국에서 열리는데, 뮌헨이 가장 규모가 크고 무엇보다 맥주로 유명한 도시이다보니 옥토버페스트가 압도적인 유명세를 얻고 있노라 말씀드린바 있습니다.


그러면 비슷한 시기 독일 각지에서 열리는 수많은 민속축제 중 옥토버페스트 다음으로 규모가 크고 유명한 축제는 무엇일까요? 바로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리는 칸슈타트 민속축제(Cannstatter Volksfest)입니다.


몇해 전 축제를 취재하려고 슈투트가르트에 방문하였습니다. 가장 날 것 그대로의 자료사진이 필요한 저같은 사람에게는 사람 많고 북적거리는 축제현장이 오히려 취재에 방해가 되므로 사람이 없는 평일 오전에 찾아갔어요.

사진이 썰렁해보이는 건 일부러 그런 시간대에 간 것 때문이지 축제가 썰렁한 게 아니라는 걸 미리 덧붙입니다.


칸슈타트 민속축제를 즐기는 방식은 옥토버페스트와 똑같아요. 넓은 축제 장소에 온갖 놀이시설이 들어서고, 먹을 것과 기념품을 파는 간이매점도 자리를 잡습니다. 그리고 맥주를 파는 대형 텐트(실제로는 가건물)가 중앙에 자리 잡고 축제를 위해 양조한 맥주를 판매하죠. 텐트 내에서는 흥겨운 공연이 열리고 사람들은 건배하고 춤을 추며 한바탕 즐깁니다.

맥주 회사의 대형 텐트는 옥토버페스트와 비슷합니다. 한 번에 수천명이 들어갈 거대한 규모의 가건물이고, 저마다의 특색에 맞추어 장식합니다. 당연히 여기서 맥주를 파는 곳은 이 지역의 맥주회사겠지요. 뮌헨의 6대 양조장처럼 슈투트가르트의 4대 양조장이 축제에서 맥주를 판매합니다.


4대 양조장은 슈투트가르터 호프브로이(Stuttgarter Hofbräu; 뮌헨의 호프브로이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퓌르스텐베르크(Fürstenberg), 슈바벤브로이(Schwabenbräu), 딩켈라커(Dinkelacker)입니다. 이 중 퓌르스텐베르크는 슈투트가르트가 속한 바덴뷔르템베르크 지역의 유명 양조장이고, 나머지 세 곳은 슈투트가르트에서 만드는 맥주입니다.

축제 장소가 한산하다 했더니 사람들은 전부 텐트 속에 있었습니다. 노는 방식도 옥토버페스트와 같습니다. 빈 자리가 있으면 엉덩이 비집고 들어가 합석하고 맥주(1리터가 기본 사이즈)를 마시며 놀고, 간이무대에서 밴드가 음악도 연주해줍니다. 그러다 건배송이 나오면 모두가 떼창을 부르며 잔을 부딪히고, 또 자기들끼리 떠들고 놀다가 흥이 오르면 테이블에 올라가 방방 뛰기도 하고, 자유분방하게 즐깁니다.

전통의상(레더호젠과 디른들)을 입은 사람도 많이 보여요. 엄밀히 말하면 슈투트가르트 지역의 전통의상이 아니지만, 아무튼 이렇게 놀기 때문에 맥주의 브랜드만 가리면 옥토버페스트와 차이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옥토버페스트에는 없는, 칸슈타트 민속축제의 아이콘과 마찬가지인 이것을 빼놓을 수 없죠.

축제 장소 정중앙에 높게 설치된 과일 탑(Fruchtsäule)입니다. 축제가 처음 시작된 1818년부터 설치되었으며, 매년 디자인이 변경됩니다. 높은 탑 위에 과일을 담아둔 모양을 하고 있는데, 수확의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였다고 합니다.


하염없이 돌아다니며 놀이기구도 타고 주전부리도 사먹고 놀다가 맥주 텐트에 들어가 맥주도 마시고, 다시 나와서 또 돌아다니며 놀고, 그렇게 반나절에서 한나절 재미나게 놀면 됩니다.


참고로 칸슈타트 민속축제는 약 400만명이 방문한다고 합니다. 옥토버페스트가 700만명 정도니까 그보다는 적지만, 어쨌든 400만명이 찾는 대형 축제인 건 분명하죠. 그런데 외국인에게는 옥토버페스트가 압도적으로 유명하다보니 칸슈타트 민속축제는 주로 독일인이 많이 보여 분위기가 또 색다릅니다.

밤에는 또 밤의 매력이 나타납니다. 어두워질수록 가족방문객은 빠지고 젊은이들이 많이 남아요. 더 시끄럽고 화끈한 분위기가 펼쳐집니다.

올해 칸슈타트 민속축제 일정은 9월 27일부터 10월 13일까지입니다. 옥토버페스트보다 약 1주 늦습니다.


만약 처음 독일에서 축제를 즐기려는데 딱 하나만 볼 수 있다면, 저는 그래도 옥토버페스트를 추천합니다. 그런데 굳이 하나만 봐야 한다고 정해놓을 이유가 없다면, 9월 27일부터 10월 7일까지 약 열흘간 두 축제가 동시에 열리는 셈이니 둘 다 보아도 좋겠죠. 이 시기에 독일 여행하는 분들이라면 독일 동남부의 뮌핸과 서남부의 슈투트가르트를 쭉 훑으며 여행하시면 더욱 즐겁겠습니다.


슈투트가르트 여행정보, 물론 <프렌즈 독일>에 근교까지 가득 소개해두고 있습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