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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432. 겨울 친구 글뤼바인

글뤼바인(Glühwein). 이제 많은 분들이 들어보셨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간혹 글루바인이라고 잘못 적는 것도 보았습니다만, 아무튼 이제 이 이름은 낯설지는 않습니다.


글뤼바인은 와인에 허브, 계피, 과일 등을 넣고 뜨겁게 끓여 마시는 겨울 음료입니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가장 널리 팔리는 동반자이기도 하고, 꼭 크리스마스 마켓이 아니어도 겨울이 되면 독일과 중앙유럽에서 글뤼바인이 맥주만큼 인기 있는 일상의 음료가 되죠. (글뤼바인이 독일어입니다.)


고로 우리도 겨울에 독일과 중앙유럽을 여행하면 반드시 글뤼바인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래서 독일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배경으로 글뤼바인에 대해 한 번 정리합니다.

열을 가해서인지 몰라도 글뤼바인은 와인의 단맛이 보다 강해지고, 여기에 첨가된 향신료나 허브향이 더해져 매우 산뜻한 맛을 냅니다. 알콜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그냥 음료 마시듯 술술 들어가는데, 어쨌든 베이스는 와인인만큼 정줄 놓고 마시다보면 훅 갈 수 있습니다.


독일어 사전에서 Glühwein을 찾아보면 "설탕 꿀 향료를 넣어 데운 적포도주"라고 정의합니다. 글뤼바인이 레드와인을 일반적인 베이스로 하는 건 맞지만, 꼭 레드와인만 존재하는 건 아닙니다.

사진만으로 구분이 쉬울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화이트와인을 베이스로 하여 만드는 글뤼바인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는 메뉴에 바이스(Weiß)라는 단어가 보일 겁니다. 독일어로 "흰색"이라는 뜻이고, 화이트와인으로 만들었다는 의미 되겠습니다.


그러면 글뤼바인은 적포도주 백포도주 두 가지 종류만 있는가 하면, 그것 또한 아닙니다.

보시다시피 여러 종류의 글뤼바인을 팝니다. 특히 기억하실 것은 Heidelbeer와 Kirsch라는 단어입니다. 각각 하이델베어(월귤나무 열매)와 체리를 말합니다. 월귤나무는 생소하죠. 블루베리와 꽤 유사합니다. 이런 단어가 붙은 것은 포도로 만든 와인이 아니라 하이델베어와 체리로 만든 와인을 베이스로 글뤼바인을 만들었다는 의미입니다.

제가 아는 바로는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글뤼바인을 판매하는 여러 상점에서 맛과 품질의 큰 차이는 없다고 봅니다. 어차피 공장에서 글뤼바인을 가져와서 끓여 판매하니까, 그 때 첨가물을 뭘 넣느냐 정도로 미묘한 차이가 있을 텐데요. 간혹 위 사진처럼 불을 피우고 솥에 와인을 끓여 파는 판매자도 볼 수 있었습니다.

난 술을 못 마시는데? 또는 미성년자인데? 그러면 글뤼바인 대신 킨더펀치(Kinderpunsch)가 있습니다. 독일어 발음으로는 킨더푼슈 정도 되겠는데요. 와인이 아니라 포도주스를 가지고 글뤼바인과 유사한 방식으로 끓여 만든 음료입니다. 무알콜이에요.

하나는 글뤼바인, 하나는 킨더펀치입니다. 마침 이때는 컵도 반투명이어서 내용물의 색깔도 볼 수 있었는데, 보시다시피 육안으로 구분이 안 됩니다.

독일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글뤼바인 컵도 공들여 제작합니다. 매년 바뀌기까지 합니다. 도시마다 다르고, 도시에서도 마켓이 열리는 장소마다 다른, 각각의 컵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죠.


글뤼바인이나 킨더펀치를 주문하면 2유로 정도의 보증금도 요구할 것입니다. 나중에 컵을 돌려주면 보증금은 전액 반환됩니다. 심지어 구입한 곳이 아니라 그 마켓의 아무 판매자에게나 돌려줘도 보증금을 반환합니다. 그러니 이 복잡한 마켓에서 내가 어느 가게에서 주문했는지 기억할 필요 없구요. 컵 들고 다니며 마시면서 마켓 구경하다가 글뤼바인 파는 가게가 보이면 그 자리에서 반납하시면 됩니다.


겨울에는 카페나 빵집에서도 글뤼바인을 팝니다. 카페에서 커피 대신 글뤼바인을 마시며 잠깐 노닥거려도 되는, 글뤼바인은 그런 겨울의 친구입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는 이야기. 글뤼바인과 같은 뜨거운 와인을 영어로는 멀드 와인(Mulled wine), 프랑스어로는 뱅쇼(Vin chaud), 북유럽에서는 글뢰그(gløgg)라고 부릅니다. 첨가물이 조금 다를지는 모르지만 거의 비슷하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