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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436. 볼프스부르크 아우토슈타트에 가다.

아우토슈타트(Autostadt). 직역하면 "자동차의 도시"라는 뜻이며, 독일 볼프스부르크(Wolfsburg)에 있습니다. 볼프스부르크는 20세기까지만 해도 관광객이 찾아갈 일은 없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연간 수백만명이 볼프스부르크에 방문합니다. 아우토슈타트가 만든 변화입니다.


아우토슈타트를 만든 곳은 폴크스바겐(Wolkswagen)입니다. 폴크스바겐 본사와 공장이 볼프스부르크에 있거든요. 독일인은 자동차를 구매할 때 공장에 가서 신차를 인수하는 게 보편적입니다. 그런데 오직 공장만 있는 황량한 볼프스부르크까지 고객이 찾아오는 게 못내 부담스러웠나봐요. 인근의 큰 도시 하노버(Hannover)에서 2000년 엑스포가 열릴 때 이에 발맞추어 폴크스바겐도 아우토슈타트 프로젝트를 완성하였습니다. 신차 인수하러 찾아오는 고객이 가족과 함께 놀라와서 하루종일 재미있게 놀다가 돌아갈 자동차 테마파크를 만든 겁니다.

이번 겨울 아우토슈타트에 다시 찾아가보았습니다. 사실 방문 목적이 따로 있는데, 이것은 겨울철 시즌 행사라서 이제 하루이틀 뒤면 끝이 나는 관계로 올해 말에 따로 소개해드리기로 하고요. 이번 글은 아우토슈타트의 기본인 폴크스바겐 자동차 테마파크의 모습을 소개해드립니다.


아우토슈타트는 매우 넓은 부지에 조성되어 있습니다. 부지 전체는 운하와 연못이 있는 깔끔한 공원 같은데, 곳곳에 파빌리온이라 불리는 작은 건물이 하나씩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폴크스바겐 그룹 산하의 자동차 브랜드의 개별 테마관입니다. 그리고 "시간의 집"이라는 뜻의 차이트하우스(Zeithaus)를 만들어 자동차의 역사를 되짚어볼 수 있는 클래식 컬렉션을 함께 운영합니다.


차이트하우스는 문자 그대로 자동차 박물관입니다. 카를 벤츠가 만든 세계 1호 내연기관 자동차 등 역사 속 중요한 자동차 모델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벤츠 자동차가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꼭 폴크스바겐 자동차만 전시하는 건 아니지만 주력 모델은 폴크스바겐의 역사적인 모델들이고, 그 외에도 자동차 디자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여러 회사의 모델을 센스 있게 전시합니다.

입장 후 꼭대기층까지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간 뒤 한 층씩 걸어내려오며 옛 자동차들을 만나게 됩니다. 각 모델마다 설명은 기재되어 있으나 독일어 위주라서 읽기 어려운 건 아쉽지만 자동차 모델명이나 출시년도 등 중요한 내용은 확인 가능하므로 자동차의 역사를 대략적으로 이해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습니다.


옛날의 비틀이나 마이크로버스 등 향수를 자극하는 모델이 많습니다. 자동차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 안에서만 1시간 이상은 시간을 보낼만큼 전시물도 충실합니다.


폴크스바겐 그룹 산하 개별 자동차 브랜드의 테마관은 총 6곳이 존재합니다. 전시된 자동차는 모두 만져보거나 직접 좌석에 앉아보는 것도 가능하며, 트렁크를 열어봐도 됩니다.

폴크스바겐 파빌리온입니다. 전기차부터 신형 모델까지 최신 트렌드와 철학을 고객에게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아우디 파빌리온은 디자인을 특히 강조하는 실내 구성이 인상적이었고요.

포르쉐 파빌리온은 역대 프로쉐 자동차의 모형을 축소하여 쭉 전시하였고 현재 시판 중인 모델의 실제 차량이 함께 전시 중입니다. 이상의 세 곳은 국내에도 수입되어 판매되는만큼 한국인 여행자도 더 관심있게 볼 수 있는 테마관이고요.

세아트와 스코다 파빌리온은, 아직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아 낯설게 느껴질는지는 모르지만 꽤 센스있게 내부를 꾸며두어 가볍게 둘러보기 적당합니다. 몇년 전에 방문했을 때와 비교하면 두 회사의 디자인도 많이 세련되어져서 자동차 구경하는 재미가 있네요.

마지막은 람보르기니 파빌리온입니다. 여기는 참 독특해요. 람보르기니 자동차 1대가 파빌리온 외벽에 붙어 있습니다. 내부로 입장하면 아무 것도 없어요. 그런데 시간이 되면 갑자기 내부에 드라이아이스와 조명, 음악이 터지면서 아무 것도 안 보이다가 드라이아이스가 걷히고 나면 외벽에 붙어있던 람보르기니가 내부에 나타나 있습니다. 히어로의 등장 같은 분위기가 신선하더군요.


그 외에도 폴크스바겐의 고객센터(Kundencenter)가 큼직한 건물로 존재합니다. 고객센터에 굳이 갈 필요가 뭐가 있냐 하시겠지만, 여기 가면 현재 시판 중인 모든 폴크스바겐 차종을 볼 수 있으며, 기념품숍도 있습니다. (숍은 고객센터와 차이트하우스 두 곳에 존재합니다.)

그리고 고객센터 너머로 두 개의 원통 모양 탑이 나타나는데, 이게 바로 아우토슈타트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인 카 타워(Autotürme)입니다.

큰 건물은 온전히 자동차를 위한 공간입니다. 출고 대기 중인 자동차를 여기에 보관하였다가, 인수 고객이 찾아오면 여기서 차를 빼서 고객에게 인도합니다. 카 타워 내부는 리프트를 타고 구경하는 별도의 관람 상품이 있고요. 영화 <미션 임파서블>에서도 카 타워 내부에서 촬영하고자 하였으나 그러려면 며칠간 신차 인수가 중단되어야 해 폴크스바겐이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실제 영화는 카 타워 내부와 똑같이 제작한 세트장에서 촬영했다고 하네요.


기본적으로 세련된 현대 건축물이 드문드문 자리한 넓은 공원을 산책하는 느낌이며, 온갖 자동차를 보고 만질 수 있기에, 자동차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폴크스바겐에 대한 선호도가 없다 해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동차를 향한 독일인의 애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직접 현장에서 지켜볼 수도 있겠지요.


참고로, 제가 방문한 시간에 모든 테마관과 고객센터를 둘러보면서 가장 "핫 한" 자동차 모델이 무엇이었는고 하니, 바로 이 녀석입니다.

신형 골프입니다. 끊임없이 사람들이 만져보고 앉아보고 트렁크도 열어보며 구석구석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과연 독일에서(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자동차라는 실감이 나더군요.

성탄 분위기가 가득했던 아우토슈타트의 겨울 행사는 올해 말에 다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아우토슈타트를 경제적으로 관람할 수 있는 이브닝 티켓에 대해서는 앞서 정리한 글이 있으니 함께 참고해주세요.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