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독일의 치안
독일은 기본적으로 치안이 양호한 국가이다. 남유럽이나 동유럽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가방이나 귀중품이 사라져버리는 불상사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지갑을 흔들고 다닐 이유는 없겠지만, 아무튼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서는 경계를 조금은 늦추어도 된다는 뜻이다. 가령, 혼자 기차를 타고 가다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울 때, 카메라 가방 등 귀중품을 그냥 자리에 두고 가도 된다. 이런 경우 오히려 주변에 있는 독일인들이 내 짐을 지켜준다. 물론 그 중에 단 한 명만 나쁜 사람이 있어도 불상사는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중품은 잘 챙겨야겠지만, 아무튼 독일이라는 나라의 일반적인 국민성이 그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밤거리는 주의해야 한다. 특히 어둡고 으슥한 곳은 노숙자나 부랑자도 있을 수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호텔이나 숙소는 큰 길가에 있거나 역 주변에 있는 곳으로 고르는 것이 좋고, 야경을 구경할 때도 도보로 이동 시 조금 돌아가더라도 큰 길로 다니는 것을 권한다. 구 동독의 도시들이 구 서독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경제가 낙후되어 좀 더 주의가 필요하다.
밤거리를 다니다보면 길바닥에 깨진 술병이 많이 보여서 더욱 분위기가 흉흉해보일지 모르겠는데, 이것은 독일의 공병환급 제도인 판트(Pfand)의 문제이지 치안과는 큰 연관은 없다(판트에 대해서는 다른 포스팅을 통해 자세히 부연할 것이다). 단, 금요일 밤은 (특히 젊은이들이) 늦게까지 노는 날이기 때문에 이 날만큼은 밤거리가 매우 시끄럽고 분위기도 더 험악해진다. 평소보다는 좀 더 주의가 필요하다.
이 정도만 챙기면 적어도 평상시에는 불상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 세 가지는 예외적으로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첫째, 이민자들이 많은 동네는 치안이 좋지 않다. 독일에는 특히 터키나 동유럽 출신의 이민자가 많은데, 이들이 모여 사는 동네는 유흥업소도 많고 밤늦게까지 시끌벅적하기 때문에 치안이 좋지 않은 편이다. 최근 독일의 경제 상황이 좋다보니 이민자들은 더욱 늘고 있는 추세에 있고, 그래서 치안이 조금씩 안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이민자들이 특히 많은 곳은 베를린(Berlin). 이 도시는 참 희한하게 대도시이면서 부동산 가격과 물가가 싸기 때문에 이민자가 폭발적으로 몰려드는 곳이다. 그래서 도시 전체가 치안이 썩 좋지 않으니 주의할 것.
둘째, 사창가나 윤락가가 몰려있는 동네는 당연히 치안이 좋지 않다. 대표적인 곳이 함부르크(Hamburg)의 레퍼반(Reeperban)이나 프랑크푸르트(Frankfurt am Main)의 중앙역(Hauptbahnhof) 앞. 이런 동네는 암스테르담의 사창가처럼 관광지 같은 느낌이 아니라, 그냥 문자 그대로 윤락가이다. 심지어 거리에서 마약을 파는 사람도 보인다. 그러니까 이런 동네는 일부러 찾아가는 것은 추천하지 않고, 혹시 지나치더라도 밤에는 절대 가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혹시 밤에 지나가더라도 호기심에 사창가의 사진을 찍는 것도 삼가도록 하자.
셋째,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은 특별히 주의하자. 독일인들은 한 마디로 "축구에 미친 사람들"이다. 분데스리가 경기 또는 국가대표 경기가 있는 날은 다들 "미칠 작정을 하고" 거리로 나온다. 경기에 이기면 기분이 좋아서, 경기에 지면 기분이 나빠서 밤늦게까지 거리를 배회하며 술을 마시고 함성을 지른다. 이런 날은 중무장한 경찰까지 출동해서 경계를 설 정도이다. 축구장 주변, 기차역 주변, 그리고 각 도시마다 주로 응원장소로 사용되는 광장이나 거리 주변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일단 무리에 섞이기 시작하면, 깨진 술병과 폭죽의 난장판에서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 언제 축구 경기가 있는지 일정을 몰라도 상관없다. 경기가 있는 날은 이미 초저녁부터 유니폼과 응원도구를 착용한 현지인들이 길거리에 삼삼오오 모여들기 때문에 쉽게 알 수 있다.
혹자는 "네오나치"에 대해 묻는다. 이런 우익 단체가 우리와 같은 외국인을 상대로 테러를 가하지 않는지 걱정하는 것이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독일에서 네오나치에 대해서는 아예 걱정할 필요가 없다. 현대의 독일인들은 세계대전과 나치즘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혐오한다. 그래서 네오나치는 현지인들에게 손가락질을 받는 것이 현실. 덕분에 네오나치의 숫자도 많지 않고 이들이 테러 행위 같은 불상사를 일으킬 엄두도 내지 못한다.
하지만 최근 이민자 증가 추세에 따라 이민자들이 독일 내에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점점 우익 단체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이들이 외국인을 상대로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야기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으니 우선은 염려하지 말자. 현지에서 거주하며 직장을 구할 이민자가 아닌 여행자의 입장에서 인종차별도 피부로 체감할 일은 없을 것이다.
* 2013년 7월에 네오나치 극우주의자에 의해 카자흐스탄인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현재 독일에서 인종차별 관련 범죄는 매년 수백건 정도가 보고되고 있는데, 이처럼 인명사고가 발생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독일 당국도 사태의 심각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단, 이런 사고는 아직까지는 계획된 범죄라기보다는 우발적인 사고에 가깝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인과의 마찰을 피하는 것. 특히 술자리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혹시라도 여행 중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경찰(Polizei; "폴리차이"라고 읽는다)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치안이 안정적인 나라이기 때문에 길거리에서 갑자기 곤경을 당할 상황은 거의 없을 것이다. 축제 현장에서, 또는 축구장이나 축구를 보고 나온 인파가 가득한 거리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을텐데, 이런 자리에는 경찰이 늘 지키고 있으므로 즉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행여 직접 시비를 해결하겠다고 현지인과 신체 접촉을 하는 것은 절대 엄금이다. 일단 시비가 붙어 경찰서로 가게 되면, 말이 통하는 현지인과 말이 안 통하는 외국인 중 누가 더 유리한지는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을 듯싶다.
마지막으로, 혹시 자연재해는 없을지 걱정하는 여행자도 있을지 모르겠다. 과거에는 독일 지역에서도 지진이 종종 있었던 모양이다(대부분의 중세 건물들이 그 나름의 내진 설계가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최근 들어 독일에서 유의미한 지진이 발생했다는 기사는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내륙지방이기 때문에 태풍 피해도 적은 편이다. 한 때는 무분별한 운하 사업으로 여름철에 홍수가 발생하기도 했다지만, 막대한 비용을 들여 운하를 자연하천으로 원상복구한 지금은 그렇지 않다. 물론 자연을 예측할 수는 없는 것이니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지만, 어쨌든 미리 염려하고 준비할 것은 없다는 뜻이다.
만약 치안 악화 또는 자연재해 등으로 독일 여행 시 안전에 우려가 된다 판단되면 외교통상부에서 이를 따로 공지하고 있으니 여행 전 외교통상부의 공지사항을 확인해보고 출국하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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