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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306. 메모리얼 = 기억한다는 것

기념관 또는 기념비라고 하면 오히려 의미가 잘 전달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영어식 표현인 메모리얼(Memorial), 딱 봐도 기억(Memory)이 어원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독일어식으로도 마찬가지에요. 뎅크말(Denkmal), 즉 기억(denken)하게 하는 표지(mal)가 기념비이고, 게뎅크슈테테(Gedenkstätte), 즉 기억(Gedenk)하게 하는 장소(Sätte)가 기념관입니다.


즉, 기념관은 기억을 위한 것입니다. 어떤 대상을 영웅화하거나 사건을 드라마틱하게 만들기 위한 게 아니라, 그 인물 또는 사건이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자꾸 되새기라고 만드는 게 기념관입니다. 나아가 그 인물 또는 사건을 경험하지 못한 후손들도 기억을 계승하도록 만드는 게 기념관입니다.


독일은 온 나라가 메모리얼로 도배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죠. 베를린은 특히 그렇습니다.

흉물스러운 장벽도 도시 한복판에 그대로 남아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 사진을 전시해서라도 보여줍니다. 특히 이런 과거 사진은 길거리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물론 자세한 설명도 적어두지요. 일부러 내가 시간을 내서 기념관에 찾아가는 게 아니라 그냥 거리를 걷다가 수없이 마주하게 됩니다. 슈톨퍼슈타이네도 대표적인 사례죠.


베를린의 다크투어리즘에 대하여 이미 한 번 글을 정리한 적 있습니다. 베를린에 어떠한 형태의 어떠한 기념물이 남아있는지 별도의 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근사한 기념관 하나 지어서 추모하고 기념해도 될 텐데, 굳이 온 도시 곳곳에 크고 작은 기념비를 남겨두는 이유, 바로 "기억"입니다. 내 일상에서 반복해서 마주해야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망각하지 않습니다. 그 "기억"이 현대인과 미래의 후손에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가 있는지 알기 때문에 이렇게 고집스럽게 "기억의 장치"를 설치하는 것입니다.


근사한 기념관을 지어주는 것보다, 조그마한 사진이나 비석이라도 좋으니 일상 공간에 두는 것이 타당합니다. 적어도 그 인물이나 대상을 일부러 잊어버리고 "이제 그만하자" "과거는 잊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할 게 아니라면 말입니다.


아마 제가 사는 동안 4월 16일이라는 날짜는 평생 못 잊을 것 같습니다만, 제 다음 세대는 이야기가 다르겠지요. 메모리얼이 필요합니다. 그것도 일상에 가까운 곳에서 반복하여 마주할 "기억의 장치"가 필요합니다. 이것을 반대하는 사람은 결국 "그만하자" "잊어버리자"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하기를 바라는 것과 같습니다. 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