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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357. 라인강 유람선 타고 로렐라이 언덕으로

로렐라이의 전설을 들어보았을 겁니다. 바위언덕 위에서 노래하는 아름다운 인어에 홀려 수많은 배가 난파된 계곡의 이야기입니다. 로렐라이 언덕은 독일에 실존합니다. 라인강 유람선을 타고 그것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라인강 중상류 계곡(Oberes Mittelrheintal)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절경을 뽐내는 구간입니다. 계곡이라 불릴만큼 강의 양편에 끊임없이 산이 솟아 연결되고, 산의 위와 아래 곳곳에 성이 있습니다. 고성은 대부분 파괴된 폐허이지만 일부는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있어 호텔이나 유스호스텔 등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라인강 중상류 계곡을 구경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배를 타는 것. 여러 회사가 이 구간에 배를 띄우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곳은 KD유람선입니다. 그리고 KD유람선의 시작과 끝은 뤼데스하임과 코블렌츠입니다. 그 사이에 로렐라이 언덕을 지나게 됩니다.


배는 양방향 모두 다니지만 뤼데스하임에서 출발하는 게 좋습니다. 왜냐면, 이 방향이 물길의 방향과 일치하여 시간이 더 단축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뤼데스하임~코블렌츠 전구간을 배를 타고 간다면, 뤼데스하임에서 출발하면 약 4시간, 코블렌츠에서 출발하면 약 6시간 소요됩니다


물론 뤼데스하임에서 출발해도 코블렌츠까지 가려면 4시간 동안 배를 타야 하니 꽤 지루할 수 있겠죠. 그래서 대부분의 여행자는 로렐라이 언덕까지 보고 배에서 내립니다. 가장 보편적으로 탑승하는 구간은 뤼데스하임부터 장크트 고아르스하우젠(St. Goarshausen)까지입니다.

뤼데스하임에서 KD유람선을 타고 출발하면 이내 니더발트 기념비가 포도밭 언덕 위에 보입니다. (하필 이 때에는 공사중이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좌우로 언덕처럼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솟은 산맥 사이를 가로질러 갑니다.

그러는 동안 좌우편으로 쉴새없이 고성이 스쳐 지나갑니다. 단순히 푸른 산만 구경하며 배를 타면 금세 지루해지겠지만 이렇듯 볼거리가 계속 등장하기 때문에 조금도 쉴 틈이 없이 셔터를 누르게 됩니다. 그 중 주요 명소를 지날 때에는 안내방송이 나오지만 바람 소리 때문에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참고로 좌우에 보이는 성의 위치와 이름 등은 <프렌즈 독일>에 깨알같이 정리해두었습니다. 

KD유람선은 크게 실내와 갑판으로 구분되는데, 당연히 전망을 즐기려면 갑판으로 나와야겠죠. 갑판도 지붕이 있는 곳과 없는 곳으로 나뉘는데, 지붕 없는 선미 부근의 갑판이 가장 전망이 좋습니다. 대신 계속 강바람을 맞는 셈이므로 은근히 쌀쌀합니다. 여름에도 점퍼를 준비하는 게 좋습니다.


따로 배에 좌석이 있는 게 아니라 비치된 의자를 가지고 와서 아무렇게나 놓고 앉습니다. 좌우편 모두 전망이 좋기 때문에 특별히 어느 방향에 앉는 게 더 좋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눈치껏 전망이 탁 트인 곳에 자리를 선점합시다.


한참 가다보면 갑자기 스피커에서 음악이 울려퍼집니다. 그러면 로렐라이 언덕에 가까이 온 것입니다.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그냥 모르고 지나칠만큼 평범한 바위 언덕입니다. 툭 튀어나온 바위 절벽을 끼고 강이 굽이치는데, 실제로 급커브이다보니 배가 침몰하는 사례가 더러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로렐라이의 전설이 만들어졌나봅니다. 배가 진행하는 방향에서 오른편에 있습니다.


뭐 대단한 줄 알았더니 저게 뭐야 하는 사이에 배는 로렐라이를 훌쩍 지나칩니다.

그 후에도 고성을 조금 더 만나게 되고, 목적지인 장크트 고아르스하우젠에 도착합니다. 뤼데스하임에서 여기까지 약 1시간 50분 정도 소요됩니다.

수많은 사람들, 특히 동양인 관광객이 여기서 하선합니다. 주로 단체 관광객입니다. 라인강 계곡, 특히 로렐라이 언덕은 일본에서 유명한 관광지라고 합니다. 사실 한국에서 유명한 관광지는 대개 일본에서 소개된 케이스가 많습니다. 로렐라이도 그 중 하나라고 해야겠네요. 선착장 앞에 관광버스가 기다리고 있다가 이들을 태우고 사라집니다. 저같은 자유여행자는 약 5분 거리에 있는 기차역으로 이동해 기차를 타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합니다.


장크트 고아르스하우젠은 프랑크푸르트와 코블렌츠 사이를 연결하는 레기오날반급 VIA 열차가 다니는 구간에 있습니다. 여기서 기차를 타고 프랑크푸르트나 코블렌츠로 갈 수 있습니다.

KD유람선은 쾰른과 뒤셀도르프에서 각각 K와 D를 따서 만든 이름입니다. 라인강을 다니는 유람선 업체 중 가장 유명한 곳이고, 봄부터 가을까지 라인강 중상류 계곡에서 열심히 운행합니다. 스케줄을 작년에 블로그에 정리했는데, 올해도 스케줄은 거의 변동이 없는 것 같으니 예전에 올린 글을 참조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


최근에 등록되는 글은 대부분 미리 예약등록해둔 상태입니다. 이 글도 1주쯤 전 미리 적어둔 것입니다. 전날 헝가리의 유람선 사고를 보면서 (비록 다른 나라이지만) 유람선 관련 포스트를 올리는 게 적절한지 하루종일 고민하다가 놔두기로 하였습니다. 혹시라도 이 글 때문에 불편한 기분이 든 분들이 있다면 사과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