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프로그램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독일 편에 소개된 여행지를 모아서 정리한다. 이 프로그램은 독일인 다니엘 린데만이 오랫동안 준비하여 독일의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려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모습이라는 것은, 단순히 축제 등 즐길거리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흔히 보기 어려운 역사적인 상처가 기록된 "산 현장"을 추적하며 깨달음을 얻고 감동을 받는 것까지 포괄한다.
한국에 대해 잘 아는 독일인이 자기 나라의 매력을 소개하고자 공을 들였다는 것을 다시 말하면, 독일의 많은 매력 중 한국인이 관심을 가지고 좋아할만한 것을 엄선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다른 사람은 몰라도 한국인이라면 다니엘 린데만의 추천 코스를 따라 독일을 여행했을 때 만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독일을 처음 찾는 여행자라면 적극적으로 고려해보시길.
하여, 정리했다. "친구의 집"을 찾아가는 방송 콘셉트상 여행과 무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기에 이런 부분을 과감히 편집하고, 이동 순서를 더 편리하게 바꾸어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여행의 큰 축은 베를린-뮌헨-쾰른이다. 그리고 비행편 때문에 프랑크푸르트가 들어갔고, 그 인근의 고성 호텔이 소개되었는데, 국내 여행자들에게 고성 호텔보다는 그 호텔이 위치한 라인 강 계곡이 더 유명한 관계로 라인 강 계곡의 시발점은 뤼데스하임을 넣었다. 방송 순서와 무관하게 좀 더 편리하게 연결하여 동선을 짠다면 아래와 같다.
프랑크푸르트 in - (하이델베르크 당일치기 왕복) - 뤼데스하임과 라인 강 계곡 - 쾰른 - 베를린 - 뮌헨 - (다하우 당일치기 왕복) - 뮌헨 out
사실 이 동선대로 이동하는 것은 이동거리가 꽤 긴 편이기에 필자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일정을 넉넉히 하여 쾰른-베를린 사이에 하노버(Hannover) 부근의 다른 도시를, 베를린-뮌헨 사이에 드레스덴(Dresden) 등 다른 도시를 넣으면 훨씬 촘촘하게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이 포스팅은 해당 방송 프로그램의 발자취를 쫓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다른 내용은 말미에 간단히 부연하기로 하고, 본격적으로 포스팅을 시작한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루프트한자 3개 항공사의 직항 노선이 있는 도시.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의 편의성 때문에라도 여행의 시작은 프랑크푸르트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혹자는 프랑크푸르트에 볼 것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눈에 확 띄는 명소만 찾으면 그렇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프랑크푸르트는 독일의 큰 도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수백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실은 전쟁으로 파괴되었으나 원상태로 되돌린) 구시가지가 기막히게 보존되어 있고, 현대적인 도시는 그 외곽에 자리잡는 과거와 현재의 조화를 잘 나타내준다.
독일은 큰 도시를 가든 작은 도시를 가든 구시가지를 훼손하지 않고 애써 보존하고 있다. 그 "시간의 조화"야말로 독일에서 즐길 수 있는 핵심 중 하나. 그러니 프랑크푸르트에서 옛 것과 새 것의 조화를 눈여겨 보자. 마침 독일에서 고층건물 순위를 꼽을 때 상위 10개 건물이 모두 프랑크푸르트에 몰려 있기 때문에 옛 것과 새 것의 조화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대학도시 하이델베르크는 일찍이 독일을 대표하는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차나 버스로 멀지 않아 당일치기로 다녀오기에 적당하다.
옛 전쟁 당시 파괴된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어 더욱 운치를 더하는 하이델베르크 성을 비롯하여 강변에 소박하게 자리 잡은 구시가지의 풍경은 매우 낭만적이다. 게다가 일찍부터 관광지로 유명세를 떨친 덕분에 오늘날 하이델베르크는 관광객을 상대하는 많은 상점과 레스토랑 등이 붐벼 더욱 활기찬 느낌을 준다.
산 위의 고성뿐 아니라 강의 아름다운 다리, 장엄한 교회, 그리고 오랜 역사를 가진 옛 대학교와 학생감옥 등 흥미로운 볼거리가 많다. 그리고 성과 대학교 등 관광지가 간직한 전설이나 역사적 에피소드 등 다양한 스토리를 함께 가지고 있기에 더욱 재미있는 여행이 가능한 곳이다.
방송 중 소개된 곳은 오버베젤(Oberwesel)의 고성 호텔이었는데, 이 부근은 국내에서 라인 강 중상류 계곡으로 더 유명하다. 유람선을 타고 강을 지나가면 좌우에 쉴새없이 고성이 나타나 눈을 즐겁게 한다. 방송에 소개된 고성 호텔도 바로 이 고성 중 하나인 것이다. 뤼데스하임은 유람선의 시발점이자 독일의 유명 와인산지. 강바람에 실리는 포도내음에 취하게 된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쾰른으로 가는 길목이기도 하므로, 프랑크푸르트에서 뤼데스하임까지 기차로 이동, 유람선으로 장크트 고아르하우젠(St.Goarshausen)까지 구경한 뒤 다시 기차로 쾰른까지 이동하면 적당하다.
뤼데스하임을 비롯한 라인 강 부근은 예부터 포도 수확이 좋아 와인으로 유명하다. 걸엇 1~2시간이면 골목 구석구석 다 볼 수 있는 작은 도시 뤼데스하임에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이유가 바로 와인 때문이다. 좁은 골목에 가득한 상점들은 저마다 예쁘게 장식하여 관광객에게 손짓한다. 시골 마을 같은 아담한 시가지의 동화 같은 풍경을 배경삼아 와인잔을 기울이면 이보다 로맨틱할 수 없다.
또한 뤼데스하임에서 유람선을 타면 본격적인 라인 강 중상류 계곡 관광이 시작된다. 깨끗한 강 양편에 펼쳐지는 그림 같은 풍경은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다. 게다가 이 구간에는 수많은 고성뿐 아니라 그 유명한 로렐라이 언덕도 포함된다.
장엄한 쾰른 대성당은 특정 종교의 예배당이 아니라 온 인류의 문화유산이다. 특별히 신성로마제국이라는 기독교적 문화 위에 국가가 세워진 독일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고 독일인의 문화를 이해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가 바로 이러한 위대한 교회/성당이다.
혹자는 쾰른에서 대성당 말고 볼 것이 없다고 말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개인적으로 참 안타깝다. 대성당이 압도적으로 유명하고 가치가 높은 관광명소인 것은 맞지만 그 외에도 로마제국의 식민지 시절부터 형성된 도시의 오랜 역사가 곳곳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쾰른은 독일 제4의 도시. 대도시에 걸맞게 넓은 시가지에 다양한 박물관과 미술관뿐 아니라 레스토랑과 백화점 등 여행 인프라도 매우 차고 넘친다.
만약 쾰른을 잠깐 지나간다면 기차에서 내려 대성당만큼이라도 구경할 가치가 있다. 마침 대성당은 중앙역 바로 옆에 있는데다가 입장료도 받지 않으니 기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잠깐이라도 들르기에 아주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대성당 말고 볼 것이 없다는 것은 절대 아니니 이 도시에 대해 오해하는 일이 없어야겠다.
독일의 수도 베를린은 지금 "제2의 뉴욕"으로 불리는 아주 뜨거운 도시다. 도시의 지도를 새로 그린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새로운 건물과 핫 플레이스가 계속 추가되고 있다. 그러나 도시가 가진 아픈 현대사의 상처는 그대로 남아있다. 도시 전체가 역사의 기록으로 가득한, 베를린은 그야말로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다.
파리의 9배에 달하는 넓은 도시, 독일에서 유일하게 메갈로폴리스라 부를 수 있는 베를린은, 사실 너무 볼 것이 많기 때문에 일정하게 정리하기 쉽지 않다. 베를린에서만 1주일 이상 머물러도 볼 것이 차고 넘치기 때문. 아예 베를린에서만 몇 주 이상 머물며 도시의 구석구석을 누비는 여행자도 많다. 음악, 미술, 건축, 역사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볼거리는 지루할 틈 없는 여행을 선사할 것이다.
특히 역사 투어는 오직 베를린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재미다. 도시가 분단되었다 통일된, 아마도 세계 유일한 사례일 것이기 때문에, 베를린 장벽을 비롯해 전쟁과 분단과 통일을 성실하게 기록하고 기억하는 베를린의 매력에 빠져보자. 특히 똑같은 분단의 상처를 가진 한국인에게 베를린이 들려주는 "통일의 모범답안"은 남다른 여운을 선사할 것이다.
독일은 딱딱하고 지루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실제로 일정 부분 동의한다. 그러나 뮌헨은 예외. 풍류를 즐길 줄 아는 바이에른의 중심도시 뮌헨은 늘 왁자지껄하다. 독일을 대표하는 맥주와 자동차와 축구. 그 세 가지가 독일 내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뮌헨이야말로 가장 독일다운 도시라 단언한다.
맥주/축구/자동차 세 가지는 뮌헨의 핵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양조장에서 전통 있는 맥주를 마시고, 세계 최고의 축구팀 홈구장에서 독일의 축구 문화에 빠지며, 세계 최고라는 독일 자동차 중에서 톱을 다투는 명차의 본사에서 자동차의 역사를 대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바이에른 왕국 시절부터 뮌헨 시가지를 화려하게 채운 궁전과 시청, 교회, 박물관 등 수많은 관광지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워낙 유명한 관광지라 늘 관광객이 가득하고, 그만큼 분주하고 시끄럽지만 활기가 넘친다. 거리의 악사와 행위예술가들이 분위기를 한껏 띄우는 거리 풍경 하나하나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특별히 9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열리는 옥토버페스트도 방송에 소개되었다. 만약 이 시기에 독일에 방문한다면 "세계 3대 축제"로 꼽히는 이 흥겨운 "난장판"에 꼭 동참해보자. 맥주를 즐기는 문화의 클래스가 다르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맥주라는 것이 단순한 술이 아니라 한 민족의 역사를 관통하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뮌헨 근교에 있는 다하우에 특별한 기념관이 있다. 한때 나치의 강제수용소가 있던 곳은, 지금 나치의 만행을 고발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후손에게 경고하는 기념관으로 바뀌었다. 부끄러운 과거를 감추지 않고 솔직히 드러내는 독일의 지성을 엿볼 수 있다. 뮌헨에서 전철로 쉽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는 독일과 점령지역 곳곳에 강제수용소를 만들었다. 다하우 강제수용소는 최초로 만든 수용소였다. 죄 없는 사람들이 강제노역과 영양실조로 죽어갔으며, 심지어 생체실험과 가스실 대량학살 등 차마 상상할 수 없는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희생당했다. 독일은 전쟁 후 강제수용소 일부를 그대로 남겨두어 당시의 만행을 상세히 기록하고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다하우 강제수용소도 그 중 하니다.
보기만 해도 미간이 찌푸려지고 기분이 불쾌해지는 온갖 자료가 넓은 수용소 곳곳에 가득하다. 악명높은 가스실도 그대로 남아있다. 이것은 희생자에 대한 사죄이기도 하고, 후손들이 다시는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말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과거사를 사죄하지 않고 뻔뻔하게 구는 어떤 가해자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이런 독일의 지성은 부러울 따름이다. 다하우는 그 자체가 살아있는 역사교과서다.
뮌헨에 거점을 두고 다하우를 당일치기로 구경한 뒤 뮌헨을 마저 구경하고 출국하면 그것이 베스트. 뮌헨 직항 노선은 루프트한자 한 곳만 운행하지만 취항하는 항공사가 많은 대도시이므로 1회 경유하여 한국에 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매우 많다.
그 외 방송에서 마인츠(Mainz)와 아우크스부르크(Augsburg)도 잠시 들렀지만 그것은 축구라는 별개의 아이템을 위한 것이므로 코스에서는 제외하였다. 그러나 축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독일 어디서든 축구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이상의 일정은 최소 1주일 정도가 소요된다. 방송에서는 아무래도 짧은 일정에 독일의 매력을 소개하려다보니 독일의 또 다른 개성적인 매력인 중세의 소도시, 아름다운 대자연 등이 빠진 것은 아쉽지만, 아무튼 이런 코스로 여행하면 독일이라는 나라가 이런 곳이라는 것을 최소한이나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일정을 더 할애할 수 있다면 프랑크푸르트 근교, 베를린 근교, 뮌헨 근교의 다른 도시를 더 구경해도 좋고, 뮌헨과 같은 바이에른 지역의 뉘른베르크 근교를 구경해도 좋다. 특히 뉘른베르크 근교는 이 방송에서 생략된 독일의 중세 소도시가 특히 많은 지역이므로 추천한다. 또한 위에 언급했듯 쾰른-베를린 이동 사이에 하노버 근교를 들러보거나 베를린-뮌헨 이동 사이에 드레스덴 등 라이프치히 근교를 들러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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